中文史哲/中國詩歌

杜陵叟 - 두릉의 늙은이

마장골서생 2006. 10. 24. 08:39

杜陵叟 - 두릉의 늙은이

傷農夫之困也(농부의 곤궁함을 아파함)

[당] 백거이 지음    백면서생 풀이

 

杜陵叟,                     두릉의 늙은이,
杜陵居,                     두릉에 살며,
歲種薄田一頃余.         해마다 일경 남짓한 척박한 땅 일구네.
三月無雨旱風起,         삼월에 비 없이 마른 바람만 불어,
麥苗不秀多黃死.         보리이삭 패기 전에 누렇게 다 죽었다.
九月降霜秋早寒,         구월엔 서리 내리고 때 이른 가을 추위 닥쳐와,
禾穗未熟皆靑乾.         벼이삭 익기 전에 시퍼런 채 다 말랐다.
長吏明知不申破,         관리는 뻔히 알며 보고조차 하지 않고,
急斂暴征求考課.         가혹하게 징수하여 공적 올릴 생각만 한다.
典桑賣地納官租,         뽕나무 저당 잡히고 땅 팔아 세금 바쳤으니,
明年衣食將何如?         내년에 어떻게 입고 먹고 지내나?
剝我身上帛,               내 몸에 걸친 옷 벗겨 가고,
奪我口中粟.               내 입의 곡식 빼앗아 가네.
虐人害物卽豺狼,         사람 학대하고 재물을 해치면 그게 바로 승냥이와 이리지!
何必鉤爪鋸牙食人肉!  굳이 갈고리 발톱과 톱니로 인육을 먹어야 하나!
不知何人奏皇帝,         누군가가 황제께 아뢰니,
帝心惻隱知人弊.         황제의 측은지심 백성고초 헤아리네.
白麻紙上書德音,         백마지에 은덕의 말씀 담아,
京畿盡放今年稅.         경기 지방은 올해 세금 죄다 면제로다.
昨日里胥方到門,         어제는 아전이 문 앞에 당도하여,
手持尺牒榜鄕村.         면세령 손에 들고 마을에 붙이네.
十家租稅九家畢,         열 집에 아홉 집은 세금 이미 다 낸 터,
虛受吾君蠲免恩.         우리 임금 면제 은전 허사가 되었네.

 

당나라 때의 대 문호 백거이가 번영기에서 쇠퇴기로 빠져들어가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농민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서 권력자들의 탐욕을 풍자한 작품이다. 해마다 오르는 세금에 허덕이는 지금 우리네 사정과 흡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역자만의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