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이조 지음 / 이상천 옮김 《당국사보(唐國史補)》, 학고방출판사, 2006.
12. 왕유의 탁월한 그림 감정(王摩詰辨畵)
왕유(王維)의 그림은 절묘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평담하면서 그윽한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산수화에 특히 뛰어났었다. 지금 소국방(昭國坊)에 위치하고 있는 유경휴(庾敬休) 집에 그의 그림이 걸려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음악을 연주하는 그림 한 장을 그렸는데 왕유가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웃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왕유는 “이 그림은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 제3절 중의 첫 번째 박자를 연주하는 부분을 그린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호사가들이 악공들을 불러 연주해보도록 하니 한 단락도 어긋나지 않았다고 한다.
(王維1)畵品妙絶, 于山水平遠2)尤工. 今昭國坊庾敬休3)屋壁有之. 人有畵奏樂圖, 維孰4)視而笑. 或問其故, 維曰: “此是霓裳羽衣曲5)第三疊6)第一拍7).” 好事者集樂工驗之, 一無差謬.)
1) 왕유(王維; 701-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포주[蒲州: 산서성(山西省) 영제현(永濟縣)] 사람이다. 대시인이며 화가였고, 서법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의 산수시(山水詩)를 송(宋)나라의 소식(蘇軾)은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으며(詩中有畵, 畵中有詩)”, 은사(隱士)의 한가로운 감정과 불가․도가의 사상이 배어 있다고 찬양하였다. 상서우승(尙書右丞)이라는 관직을 지냈기 때문에 후인들은 그를 “왕우승(王右丞)”이라고 불렀다. 저작으로는《왕우승집(王右丞集)》이 전한다.
2) 평원(平遠): 평담하고 유원함을 말한다. 중국 산수 풍경화의 주요한 풍격이다. 3) 유경휴(庾敬休): 자는 순지(順之)이며, 진사(進士) 출신으로 관직이 상서좌승(尙書左丞)에까지 이르렀다.4) 숙(孰): 익숙하다는 의미의 “숙(熟)”과 같다.
6) 첩(疊): 악곡의 첩주(疊奏). 제3첩은 세 번째까지 중첩 연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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