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獨酌 四首1)
달빛 아래 홀로 술잔 들고서 4수
其一
제1수
花間一壺酒, 꽃 사이에서 술 한 병 들고서,
獨酌無相親. 친한 이 없어 홀로 술을 마시네.
擧杯邀明月,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對影成三人. 달과 나 그림자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달은 술을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나만 따라다니네.
暫伴月將影2), 잠시 달과 그림자 함께 하노니,
行樂須及春.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리.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춤추네.
醒時同交歡, 깨어있을 땐 함께 즐거워하다,
醉後各分散. 취하면 각자 헤어져 돌아가네.
永結無情遊, 영원히 아픔 없는 교유 맺어,
相期邈雲漢3). 아득한 은하수에서나 만나세.
其二
제2수
天若不愛酒,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았으리라.
地若不愛酒,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4) 땅엔 응당 주천이 없었으리라.
天地旣愛酒, 천지가 기왕에 술을 좋아했으니,
愛酒不愧天. 애주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아라.
已聞淸比聖, 청주는 성인에 비한다 하였고,
復道濁如賢.5) 탁주는 현인에 비한다 하였네.
賢聖旣已飮, 성현의 술을 다 마셔보았거늘,
何必求神仙. 어찌해 굳이 신선을 찾을손가?
三盃通大道, 세 잔의 술이면 대도에 통하고,
一斗合自然. 한 말 술이면 자연에 통하여라.
但得酒中趣, 취중에나 얻을 수 있는 정취이니,
勿謂醒者傳. 깨어있는 이들에겐 말하지 말지니.
其三
제3수
三月咸陽城6), 꽃피는 춘삼월 따스한 장안성은,
千花晝如錦. 온갖 꽃이 비단을 펴놓은 듯하이.
誰能春獨愁? 뉘라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이럴 땐 술 마시는 게 최고라네.
窮通與修短7), 운명의 궁통과 수명의 장단이야,
造化夙所稟. 그 조화가 이미 다 정해진 거지.
一樽齊死生, 술 한 통에 생사가 같아 보이니,
萬事固難審. 세상만사 진실로 알기 어렵다네.
醉後失天地, 취한 후에는 하늘과 땅 다 잊고,
兀然就孤枕. 베개 높이 베고 잠이나 자리라.
不知有吾身, 대취해 내 몸도 알지 못한다면,
此樂最爲甚.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겠지.
其四
제4수
窮愁千萬端, 끝없는 수심 천만 갈래라지만,
美酒三百杯. 미주 삼백 잔이면 달래질거나.
愁多酒雖少, 수심이야 많고 술이야 적어도,
酒傾愁不來. 잔 기울이면 수심 일지않으리.
所以知酒聖, 이리하여 술로 성현을 알았으니,
酒酣心自開. 거나해지면 마음이 절로 트이네.
辭粟臥首陽8), 백이는 수양산에서 굶어죽었고,
屢空飢顔回9). 가난은 안회를 배고프게 했다네.
當代不樂飮, 세상살이에 술을 즐기지 않고서,
虛名安用哉? 허명은 남겨서 무엇에 쓰겠는가?
蟹螯卽金液10), 게와 조개 안주는 선약이 되고,
糟丘是蓬萊11).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로세.
且須飮美酒, 잠시 좋은 술 실컷 마시고프면,
乘月醉高臺. 달빛 타고 누대에서 취해야겠지!
1) 月下獨酌(월하독작): 이 시는 4수로 된 연작시로, 이백이 天寶 2년(743) 43세 때 待詔翰林으로 있을 때 정치적으로 출로를 찾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때 지은 것이다.
2)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將: ‘함께 하다’는 의미의 ‘共’과 같다.
3)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雲漢: 은하수.
4)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천약불애주, 주성부재천. 지약불애주, 지응무주천): 酒星, 酒泉:《三國志․魏書․崔琰傳》裴松之의 注에서 張璠《漢紀》를 인용하여 이르기를 “태조가 술을 금지한다는 법령을 제정하자 융이 글을 지어 비웃기를 ‘하늘에 주기의 별이 있고, 땅에 주천이라 이름지은 군들이 여럿 있고, 사람에게는 술을 알 수 있는 덕이 있다’라고 하였다.(太祖制酒禁, 而融書啁之曰: ‘天有酒旗之星, 地列酒泉之郡, 人有旨酒之德.’)” ‘酒旗之星’은《晉書․天文誌》에 의하면 “북두칠성의 북쪽에 있는 17개의 별인 헌원의 오른쪽 모서리 남쪽 방향의 세 별을 술집 앞에 세우는 깃발인 주기라 하는데, 주막의 깃발이다. 주연에서 음식을 제공한다.(軒轅右角南三星曰酒旗, 酒官之旗也, 酒宴餉飮食.)고 하였다.” 酒泉은 지금의 甘肅省의 酒泉이다. 古代의 전설에 의하면 그 성 아래에 金泉이 있는데 샘물 맛이 술과 같았다고 한다.
5)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이문청비성, 복도탁여현):《三國志․魏書․徐邈傳》: “평상시에 취객들이 술 가운데 청주를 성인에, 탁주는 현인에 비할 수 있다고 하였다.(平日醉客謂酒淸者爲聖人, 濁者爲賢人.)”
6)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 咸陽: 長安을 가리킨다.
7)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 窮通: 운명의 通達함과 貧窮함을 가리킨다. 修短: 수명의 長短을 가리킨다.
8)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伯夷와 叔齊가 周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하여 首陽山에서 굶어 죽었다는 고사를 말한다.
9) 屢空飢顔回(누공기안회): 孔子의 제자 顔回가 빈궁함에도 편안해 했다는 고사를 말한다.《論語․雍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어질도다, 안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쪽박의 물을 마시며 누추한 거리에 살게되면 사람들은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그 즐거움을 알고 변치 않았다.(子曰: 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史記․伯夷列傳》: “안회는 아주 어려운 처지여서 지게미와 쌀겨 같은 변변하지 못한 음식도 마다하지 않았다.(回也屢空, 糟糠不厭.)”
10) 蟹螯卽金液(해오즉금액): 蟹螯: 표면상의 의미는 ‘게의 집게발’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술안주인 게 맛살 정도로 쓰였다. 이를 仙藥인 金液에다 비유한 것이라고 하겠다.
11) 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 糟丘: 표면상의 의미는 ‘술지게미 언덕’이다. 이 구는 술을 빚고 난 지게미가 산을 이루어 마치 仙山인 蓬萊山만 해졌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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