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여름.
이날 정오에 원래 “화로”로 이름이 높던 산성에 여름 들어 가장 높은 고온의 혹서가 찾아와 날씨가 이상하리만큼 후덥지근했다.
시전자의표국 직원야간대학 건물 안의 널찍하고 간소한 회의실에서는 신화과의 공장 대리 공장장 공개 초빙 시험이 곧 시작 되려고 하였다. 전자의표국 원(溫) 국장을 필두로 시험관 6명이 벌써 앞줄에 앉아 있었고, 뒷줄에는 몇 십 명의 방송기자와 신화과의 공장 부분직원들과 사회 각계 대표들이 방청하러 왔다. 건너편 아래쪽에는 일자모양으로 네 개의 교탁과 네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그것은 응시자의 자리였다. 일찍 온 세 명의 응시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끊임없이 땀을 닦고 있었으며, 그야말로 뜨거운 솥 안의 개미처럼 긴장하고 있는 듯 하였다. 한 늙고 뼈가 앙상한 직공이 바짝 여윈 상반신을 드러내고 펄펄 끓는 뜨거운 물 한 주전자를 들고 여러 사람들의 갈증의 풀어 주고 있었다. 시험관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수시로 시계를 보고 있었고, 회의실 안에서는 옹성웅성 하는 소리와 선을 연결해 기계를 시험하느라 바삐 혼란하게 움직이는 방송국 직원의 그림자는 더욱 긴장되고 흥분되는 분위기와 함께 곧장 상승하는 기온을 더해주었다.
정각 두 시, 류얼이 문을 밀고 시험장으로 들어왔다. 바로 수 십 명의 눈빛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오늘 그의 차림은 사람들의 주목을 크게 끌었다: 위에는 눈 같이 희고 부드러운 순면의 깃이 열린 런닝 셔츠를 입었고, 둔부를 꽉 감싼 청 반바지를 바짝 졸라 맨 허리띠 속으로 근육이 아주 발달된 팔과 길쭉하고 건강미 넘치는 두 다리가 드러났으며, 발에는 “나이키” 가죽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전체 이미지가 건장하고 힘이 있고 꼿꼿하고 가벼우면서도 활력과 패기가 충만해 보였다. 그는 입구에서 약간 순간적으로 머무는 동작을 하여,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첫인상을 잘 준 뒤 침착하게 시험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자리로 갔고, 세 번째 경쟁자가 억지로 웃으며 그에게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자, 그도 점잖고 예의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였다.
그는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지혜와 자신감이 충만한 눈을 들어 점잖게 시험장을 쭉 한번 살펴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 그의 눈빛이 시험관석의 동생 류웨이와 마주쳤을 때 류웨이는 그에게 눈을 한번 깜빡거렸지만 그는 오히려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고, 눈빛을 무관심하게 동생의 얼굴을 스쳐지나 갔으며, 완전히 모르는 사람 같았다.
첫인상은 괜찮았다. 그는 분명히 벌써 사람들의 호감을 받고 있었다.
앞줄 정 중간에는 자리 하나가 비어져 있었고, 향기로운 화차가 이미 따라져 있었다. 시험관들과 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떤 중요한 인물의 등장을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류얼은 겉으로는 가볍고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머리 속으로 재빨리 반복적으로 그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이번 시험의 매 세세한 일들을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었다……
창밖에서 아주 귀여운 승용차 클랙슨 소리가 나자, 주 시험관이 마침내 나타났다. 약간 머리가 벗겨졌고, 흰 비단 셔츠를 입고 거대한 접선을 흔들며 시위부서기 겸 대리시장 왕루이가 비서를 대동하고 시험장으로 들어왔을 때 큰 홀에서 띄엄띄엄 박수소리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들이 울렸다.
왕루이는 침울한 얼굴로 곧장 자신의 자리로 가, 시험관들과 악수를 하고 면전의 그 열기를 뿜어내던 향차를 살짝 한쪽으로 밀어내고 비서 손에서 자신의 그 유달리 큰 강화유리 차 항아리를 받아 살짝 한 모금 마시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순간 살펴보고는 류얼의 준수하고 훤한 얼굴에 멈추고 시선을 떼지 않았다. 류얼은 그의 눈빛을 받으며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루이는 오히려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원 국장에서 무어라 말을 하였다. 이에 가 쪽에 앉아있던 사회자가 일어나 선포하였다:
“먼저, 제가 오늘 시험장에 오신 일곱 분의 시험관과 공증인을 소개하게 해주십시오. 왕루이 시위부서기 겸 대리시장님!”
한 차례의 박수소리에 이어 왕루이가 몸을 조금 앞으로 굽혀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시전자의표국 원 국장님; 시표준계량국 친(秦) 국장님; 시체개위 자오(趙) 처장님; 시위조직부 앤(嚴) 부처장님; 시전자의표국 탕(唐) 총괄 기술부장님; 시표준계량국 류(劉) 과장님; 시 공증처 양(楊) 부 주임님……”
시험관들은 박수소리 중에 하나하나 모습을 보였고, 회의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사회자가 선포하였다: “1차 선발과 2차 필기시험을 통해 네 명의 응시자들이 오늘 3차 면접시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오늘 마지막 각축을 통해 그중 한 명이 신화과의 공장의 대리 공장장으로 선출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시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체제개혁과 간부체제개혁의 중대한 조치이자 첫 번째 시도이며, 시위원회와 시정부 지도자들의 고도의 중시와 큰 지지를 받아, 중요한 현실적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전자의표국 탕 총괄기술부장님께서 경영진을 대표해서 네 명의 응시자들에게 신화과의 공장의 대략적인 상황과 공장장을 초빙하는 것과 관련된 구체적 요구사항을 소개해주시겠습니다. 탕 총괄부장님, 나오시죠!”
탕 총괄기술부장은 관례에 따라 공무를 처리하듯 단숨에 말해나갔다:
“응시자 여러분, 신화과학의기공장은 ‘대약진(大躍進)’ 시기 급히 시작된 전민소유제 기업입니다, 끊임없는 정치운동 때문에 제품생산이 줄곧 정상적이지 못했습니다. 현재 공장에는 1200만원의 고정자산과 461명의 정식직원을 가지고 있으며, 만분의 일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는 교학형 3급 천평을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관리도 소홀하고, 제도도 온전하지 못했고, 기술역량이 부족했고, 경영진은 오랜 시간동안 산만하고 무능하였으며, 게다가 전체 90% 이상의 직원들이 문혁(文革)기간 중 혹은 문혁 후에 작업에 참가한 숙련공이어서 과학연구와 생산과정 중에 번번이 사고를 냈기 때문에 품질이 장기간 합격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사용자의 불만 역시 대단했습니다. 공장장 몇 명이 왔으나 낭패를 보고 눈물을 떨 구며 떠났습니다. 작년 판매량은 제 작년보다 갑자기 58%나 떨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3급 천평을 12대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4대가 고객들에게 반환되었습니다! 굉장히 나쁜 영향을 끼쳐, 성시 지도자와 방송매체의 강렬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시전자의표국과 시표준계량국은 함께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공장에게 생산을 중지하고 정돈하며, 공장장 조우바오근(周寶根)의 직무를 해임하고, 전 직원에서 보너스 지급을 중지시키고, 본래 가지고 있는 자산을 동결하고, 3개월 내에 정돈을 끝내고 정상 생산을 회복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전 직원의 월급 30%를 제할 것이라고 강제로 명령 했습니다; 양국이 함께 사회로 대리 공장장 한 명을 공개 초빙하여 대리 공장장이 경영진을 구성하고 생산 결정권․인사임명권과 월급과 보너스를 조정하고 직원을 해임할 수 있는 등의 권한을 주어 대리법인의 자격으로 모든 직원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요구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간 내에 생산을 회복해서 반년 내에 초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며 70만원의 대출금을 다 갚아야 합니다; 둘째, 2년 내에 기업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고’ 전임 공장장이 남겨둔 부분 신축 공장과 두 동의 직원숙사를 건축하여 완성하며, 본 계통 직원들의 자녀 50명 이상을 취직할 수 있도록 할당해야 합니다; 셋째, 안정된 과학연구기술인재와 노동자기술골간대오를 초빙하고 조직하며, 그 비율은 전 직원 총수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만약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대리 공장장을 정식 공장장으로 발령을 내며, 시정부가 정식으로 임명하고, 전 직무에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월급수준을 2급 올리며, 동시에 본 계통 선진공작자와 시급 모범노동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줍니다. 만약 이상의 요구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언제라도 파면할 수 있으며, 재직기간의 모든 월급과 보너스를 제하며, 하고 싶은 일 하러 가시면 됩니다! 조건은 아주 가혹하지만 동시에 자극성이 있습니다, 현 상황을 개혁하는데 뜻이 있는 기업가들에게 있어 포부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과 방안을 얘기해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시험관의 말이 막 끝나자, 40살 정도 되는 한 명의 응시자가 온 얼굴이 벌게진 채 일어서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투덜거리며 말했다:
“말로 하면 얼마나 쉬워요, 말로 하면 얼마나 쉬워요……” 그는 시험관들을 향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손을 들고 노련하고 용의주도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저는 시험을 포기하겠습니다. 저는 국의 조건의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케케묵은 폐단들은 고치기 힘듭니다, 어디 단기간에 되는 일이겠습니까? 저희들은 너무 조급하게 일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그는 카메라 렌즈와 눈을 자극적인 등불을 살짝 비키면서 야위고 작은 몸을 구부리고는 문을 빠져나갔다.
공장 기술과장의 중도 포기는 본래 후끈거린 대회의실안의 분위기를 또 순간적으로 달아오르게 하였다. 또 다른 두 명의 응시자들의 정서 역시 분명히 영향을 받아 땀이 비 오는 듯 하여, 얇은 셔츠를 흠뻑 젖게 하였다.
류얼 만은 여전히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웃는 듯 마는 듯 머리위에 휙휙 하고 돌아가는 천정선풍기를 바라보며 도넛 모양의 담배연기를 만들어 내뿜고 있었다.
류웨이는 몰래 한 숨을 내쉬었고, 살짝 왕루이를 관찰했다.
왕루이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대한 접선을 부치며 서서히 부는 바람을 쐬었다.
사회자가 교탁을 치며 큰 소리로 선포했다: “시험을 계속 하겠습니다!”
명문대학의 전자의기의표를 전공한 안경을 쓴 그 대학생이 일어났고, 그의 개장백(開場白)은 젊은이다운 예기가 있었다: “임원 여러분, 시험관 여러분, 관중 여러분! 우리는 마침 위대한 변혁의 시대에 처해 있습니다, 이 시대는 과감히 생각하고 과감히 행하며, 재능이 출중하고, 멀리 내다보는 탁견과 개척정신이 있는 일군의 우수한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낡은 틀에 얽매이고, 우유부단하면서 앉아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반드시 시대의 큰 조류에 도태될 것입니다! 샤오(邵) 기사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이자, 저의 선배이면서 스승이며 동시에 기업관리에 뛰어난 인재입니다, 그러나 사상관념이 진부하기 때문에 그는 주동적으로 이 우수한 인재간의 경쟁을 포기 하였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저는 국(局)이 대리공장장에게 제기한 세 가지 요구사항은 결코 가혹하지 않으며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사람마다 모험정신과 개척정신이 없다면 사람마다 상급자가 조건을 다 만들어낸 다음에 공장장이 되려고 온다면 또 무엇을 초빙하겠습니까! 때문에 저는 자신에게 말합니다. 이번 기회 열심히 해서 소중히 여깁시다!”
안경을 쓴 대학생의 선언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원 국장을 비롯한 시험관의 칭찬을 얻었다. 단지 왕루이 만 내색을 하지 않고 큰 접선을 부치며, 눈을 가늘게 뜨기까지 했다.
류얼은 줄곧 고개를 들고 담배를 피웠고, 입가에는 한 가닥의 조소가 걸려 있었다.
개장백 효과로 인한 격려 하에 안경을 쓴 대학생은 “시정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혈기왕성하고 선비냄새를 잔득 풍기며 여러 책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감개하고 격앙하면서 세계 신기술혁명의 조류에서 사회주의계획 경제체제의 폐단을 말하였다; 원자핵변원리에서 3급 천평의 구조이론을 말하였다; 국제표준계량 선진수준부터 중국기업의 혼란한 품질관리를 이야기 하였다; 셰계 표준 시간양이 이미 3천만년에 1초를 틀리지 않는다는 것에서 농민들이 저울을 조작하여 소비자들을 시기하는 하찮은 솜씨에 대해 떠들어 댔다; 간혹 의식 무의식적으로 몇 마디의 유창한 외국어를 섞어 넣어 여러 시험관과 방청하는 사람들이 바로 얼이 빠지도록 뒤흔들었다. 마지막에는 정교하게 그린 기업관리도를 벽에 걸고 몇 장의 큰 도표를 유창하게 말하여, 준비하고 와서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보였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습니다, 많은 지적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경을 쓴 대학생은 마지막에 침착하게 회의장을 향해 몸을 굽히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기자 몇 명이 들러 싸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촬영을 하기도 하여, 안경을 쓴 대학생이 이미 합격된 것 같았다.
류얼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고,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바로 이어서 일어난 응시자는 산골자기에 있는 국방공장의 지앙쑤셩(江蘇省) 출신의 그 기술자였다. 새하얗고 여위고 긴 그의 얼굴은 답답한 듯 벌게졌고, 더듬더듬 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지앙쑤쎵 말로 힘에 부치는 연설을 하였다. 그는 어떤 고견이나 월등한 기술이 없었고, 기업관리도 얘기 하지 않고 기술조치에 대해서도 얘기 하지 않았으며, 그저 반복적으로 강조하기만 했다: 모모의 친척은 상하이의 유명한 의기의표 전문가로, 예전에 외국에서 유학을 한 적이 있다; 모모의 학우는 만 명이 일하는 모모 공장의 영업과장으로, 전국전자업계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어떻게 역량을 발휘했고, 재간이 어떻게 굉장하였다; 모모의 중앙간부 또한 그의 이모부의 전우로, 대출에 동의하면 손에 들어왔다 나가다 흘러가는 돈이 수 천 수만이 되었다; 심지어 모모 친구는 이미 외국에 이민 가서 큰 돈을 벌었는데, 예전에 어려움이 있다면 될 수 있는 대로 말하라고 하며, 몇 십 만원은 아무렇지 않는 듯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루하게 지껄이며, 밑도 끝도 없었고, 말하면 할수록 흥분하였고, 주 시험관과 방청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됐네! 여기 까지 하지.” 왕루이가 갑자기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지앙쑤셩 출신의 기술자가 급히 하던 말을 멈추고, 예예하며 자리에 앉았다.
시험장에는 한 차례 조소하는 웃음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지앙쑤셩 출신의 기술자는 온 얼굴이 벌게지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가볍고 완화하는 분위기속에 사회자는 실눈을 뜨고 이름을 불렀다: “류얼 씨, 당신의 견해를 말씀해주세요?”
왕루이가 활 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시 곧장 쏘아보자 류얼은 잠시 눈이 찔려 아픈 것처럼 느껴졌고 평정을 유지하던 마음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그는 담배꽁초를 문질러 끄고, 마음을 한번 다독거리고 천천히 일어나며 눈빛은 침울해서 조금의 표정이 없는 왕루이를 받아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저는 신화과의 대리공장장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현재 적어도 저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체가 모두 놀랐고, 회의장 전체 술렁거렸다. 더워서 정신이 몽롱해져 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놀라 깨더니 일제히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이 젊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두 명의 응시자들은 노한 눈으로 보며 아주 분개하였다.
시위원회 부서기가 마침내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과거 어떤 직책을 맡은 적이 있습니까? 나이는 몇 살 입니까?”
“류얼이라고 합니다, 올해 38세이며, 원래 선박수리제조공장 선체작업장 주임입니다.” 류얼은 “대리” 두 글자를 빼버렸다.
“음. 의견을 얘기해보세요.” 왕루이는 몸을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어, 높은 곳에 앉아 아래로 내려보듯 차가운 눈으로 류얼을 주시하며 말했다.
류얼은 몰래 힘을 주고, 일찌감치 달달 외운 “시정강령”을 고스란히 다 내놓았다:
“쓸데없는 말은 다 생략하겠습니다, 저는 세 가지 조치와 한 가지 보증만 하겠습니다: 첫째, 즉시 공장장이 직접 나서서 상하이로 가 저명한 상하이과의 공장의 공예기사 리앙구오장(梁國璋) 선생을 공장으로 모셔와 기술개조 작업을 주관토록 해서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3급 천평의 핵심적인 난제인 ‘칼날’ 문제를 해결하여, 한번의 수고로움으로 모두 편안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생산 공예를 개혁하고, 숙련공들의 작업장을 개조하고, 공장의 우수한 기술인재를 집중해 기술개발 그룹을 만들어 30일 동안 분전해서 10대의 샘플을 가지고 주관국에게 품질을 검사할 수 있도록 검수를 청하고, 검수해서 합격 받은 후에는 참가 인원들에게 보너스를 듬뿍 줄 것이며, 1급 월급으로 조정하고, 보너스는 처음 합격한 제품의 판매수입에서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셋째, 100명으로 구성된 영업부를 만들어 공장장이 직접 진두지휘하여 공장 전체 3급 천평 판매 임무를 지고, 목표를 초과 달성한 자는 중상하고, 임무를 완성하지 못한 자는 중벌을 할 것이며, 고객이 반환하거나 고발을 하면 공장장 혼자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기한 내에 국에서 요구한 각종 기준을 전부 실현할 것임을 보장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공장장은 바로 옷을 벗고 월급과 보너스를 한 푼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말할 것은 저는 이미 주동적으로 조선소의 일을 사직하여 자신에게 퇴로를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신화과의 공장 전 직원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로 결심하였으며, 지도자와 군중들의 고심을 져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말이 막 끝나자, 뒷줄 청중들로부터 열렬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의공장 직원들의 반응은 대단히 강렬했으며 바로 시행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 바로 공장으로 돌아가 류얼의 방안을 실시해보고 싶어 했다. 문 입구에서 군중들을 밀치던 청년 노동자의 우두머리 “살코기”가 소리를 치며 선동했다:
“헤이! 바로 그야, 바로 그야! 그 사람 아주 실재적이다! 우리 직원들 잘 살게 해줄꺼야, 사심이 조금도 없잖아! 그저 개혁가가 되어 유명해지려고 한다든지 한밑천 잡으려고 하는 저 백면서생들 모조리 뒈져버려라! 우리는 실질적인 류 공장장을 원한다! ……”
사회자가 얼굴이 벌게지더니 일어서서 엄한 소리로 꾸짖으며 말했다: “뭐라고 소리치는 거예요! 시험장 질서를 방해하시 마세요! 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 조용!”
“살코기”는 쑥 들어가고, 두 명의 “백면서생”은 아주 거북해하며, 곁눈으로 류얼을 화를 내며 쳐다보고 있었다. 류얼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앉아 담배를 피웠고 자신감과 쾌감이 충만했다.
6명의 시험관이 각자 초빙 의견표에 자신의 의견에 사인을 하고, 사회자가 낭독하자 전선이 바로 분명해졌다:
“지금 제가 주 시험관들의 초보의견을 낭독하겠습니다, 합의와 공증 후에 최종 합격자가 결정됩니다. 전자국 원 국장, 계량국 친 국장, 조직부 얜 처장은 페이샤오빈(費曉彬)은 안목이 넓고, 지식이 풍부하며, 주관이 뚜렷하고 과감한 진취심에 개척정신과 나이가 젊어 공장장으로 초빙할 것을 건의합니다; 전자국 탕 총괄기술부장, 시체개위 자오 처장과 계량국 류 과장은 류얼은 풍부한 인생역정과 실천경험이 있고, 현대기업가의 소질과 두뇌를 갖추고 있으며,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실제에 근거하여 일을 하는 정신이 있으며, 공장을 잘 알고 있고, 조치들이 매우 타당하여, 대리 공장장의 요구에 부합됩니다. 왕 서기님께서 보시기에는……?” 사회자가 허리를 굽혀 왕루이에게 물었다.
시험장 대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졌고, 천정선풍기만이 휙휙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 샤샤 하는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들렸다. 몇 십 명의 눈들이 단번에 왕루이의 그 냉담하고 무표정한 여윈 얼굴로 집중되었고, 대권을 가지고 있는 대리시장의 한마디 결정만 기다리고 있었다.
왕루이는 펜으로 가볍게 지면을 두드리고는 수시로 류얼을 힐끗 쳐다보며, 족히 30초는 침묵을 지키자, 이 30초가 반세기처럼이나 길어, 류얼은 곧 질식할 것처럼 느껴졌다……
“좀 쉽시다, 예? 10분간 쉽시다!” 시위부서기가 갑자기 가벼운 어기로 건의하며 말했다. 이 방법은 회의장의 분위기를 아주 수준 있게 파악했으며 바로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
사람들은 연이어 일어나 물을 마시고 부채를 부쳤고, 큰소리로 담소했다.
왕루이는 자리를 떠나, 곧장 문밖으로 나갔다; 문 입구로 오자 고개를 돌려 마음대로 눈빛이 시종일관 그의 그림자를 따라오고 있는 류얼을 한번 보고는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류얼은 바로 일어나 뒤 따라 갔다.
먼 곳의 정문 나무그늘 아래에는 조용히 꺼머번지르한 니산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기사는 마침 편안하게 차안에 앉아 에어컨을 틀어놓고 디스코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가 수장이 아무런 소리 없이 차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 급히 오디오를 껐다.
“왕 서기님, 돌아갈까요?”
“아니네, 여기에서 이야기를 좀 할 걸세” 왕루이는 차갑게 말했다.
기사는 바로 눈치를 채고 차문을 열고 나갔다. 차 밖의 열기가 바로 그를 포위했고, 그는 급히 정문 밖의 아이스크림가게로 뛰어갔다.
차문 밖에 서있던 류얼은 잠깐 머뭇거리더니―왕루이는 결코 그더러 차에 타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또 도전적안 격정이 솟아올랐고, 입가에는 한 가닥의 냉소를 띠었다. 그는 차머리를 돌다 다른 한쪽의 차문을 열고 차안으로 들어서는 육중하게 문을 닫았다.
침묵. 냉기가 얼굴로 엄습해와, 잠시나마 혹서를 식혀주었다.
왕루이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묵묵히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류얼은 막 담배를 꺼내려고 생각했는데 왕루이가 벌써 열은 정교한 담배 갑을 그의 면전에 내밀었다. 두 사람이 순간 마주치자 류얼은 침착하게 손을 뻗어 “대중화(大中華)” 담배 한 개비를 꺼내고 구식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아직도 침묵이 흐르고 있다. 담배연기가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나무 그늘 안에 숨어있던 매미가 더워 곧 숨넘어갈 듯 “찌―아. 찌―아”하며 짖을 때마다 처참한 소리를 냈다. 광활한 기관 대정원에는 사람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아 세계가 이미 죽은 것 같았다.
“야펀은 오늘 왜 않았어? 아프나?” 시위부서기는 부드러우면서도 느릿느릿 물었고, 눈은 돌리지 않으면서 전방 차머리 제품마크에 멈춰있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응시하며 눈빛에는 답답함과 온정을 담고 있었으며, 어떤 감동적인 지난 일을 회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류얼이 조금 이따가, 신중하게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으응, 계량국의 류웨이, 자네 동생인가? 넷째?”
“맞습니다.” 류얼은 경계하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하, 아무 일 아니야, 그냥 한번 물어 본거니까.” 왕루이의 뒤통수에 마치 눈이 있는 것 같았다.
류얼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내심이 이미 상대방에 의해 간파 당했음을 알았지만 오히려 반격할 방법이 없었다. 왕루이가 살짝 한번 웃자, 도량이 넓고 관대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고, 있는 말 없는 말 계속해서 물어보면서, 말속에는 거대한 관심과 통찰을 포함한 모든 예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방어를 하고 싶어도 방어할 수 없게 하였다.
“응……동생은 무슨 일 하지? 미커 말일세!”
“미커를 아세요?……” 류얼은 놀라 이상해하면서 주도권을 잡고 싶었지만 바로 자신이 너무 침착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순간적으로 말을 멈췄다.
왕루이는 슬그머니 넘어가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자네 부친을 알아. 아주 오래됐어…… 왜? 자네 대학은 다녔나?”
도약성의 문제였다. 류얼은 극력으로 피동적이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국면을 바꾸고 싶었지만 왕루이는 너무 노련하여, 그는 그야말로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회……맞습니다, 기회……” 류얼은 고의로 신음했다.
“기회를 찾아 보상하게. 이건 아주 중요하지!” 왕루이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의 말을 끊었다. 화제가 또 갑자기 한번 바뀌었다: “결혼은 했는가? ……오호, 됐네. 벌써 어른이니까, 얼마나 빨라!……자네 할머니는 지금도 계시는가? 노인네……노인네 아주 재미있었지, 아주 재미있었지……”
그는 흡사 또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했지만 대화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 류얼은 아예 침묵했다.
“자넨 능력 있어. 난 나의 눈을 믿네.” 시위부서기가 갑자기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류얼의 눈을 직시하며 가볍게 그의 어께를 치고는 “좋아, 가보게!”라고 하였다.
대화는 이렇게 갑자기 끝났다.
류얼은 꿈속을 거닐 듯 차에게 내려, 후끈거리는 현실의 공기 속으로 왔고, 머릿속은 다소 얼떨떨했다. 그러나 그는 강렬하게 한 차례 운명의 중대한 전기가 곧 그의 앞에 출현할 것임을 의식했다. 그는 극력 내심의 격동을 억제하고, 그를 주시하는 왕루이 눈빛을 참으면서 침착하게 건물로 걸어갔다.
사실이 증명하듯, 류얼의 직감은 아주 정확했다.
왕루이는 싸늘한 얼굴로 시험장 대회의실로 돌아온 후, 주 시험관 원 국장에게 살짝 한 마디만 했다: “류얼로 합시다, 한번 맡겨봅시다!”
말을 하고 고개 돌려 가버렸다.
원 국장은 일어서서 큰 소리로 선포했다: “초빙 시험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류얼 동지가 신화과의 공장 대리공장장으로 초빙되었습니다!”
일찌감치 한쪽에서 기다리던 방송가기자들이 바로 앞 다투어 앞으로 나와, 사진기를 “찰칵, 찰칵”하며 끊임없이 터뜨렸고, 카메라의 조명등은 눈을 부시게 할 정도 밝았으며, 각종 마이크들이 늦을세라 앞 다투어 류얼 앞으로 내밀어 졌고, 또 한 명의 “개혁스타”가 산성에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류얼 동지, 이 순간 느낌이 어떠신지요?”
“말씀 좀 묻겠습니다, 류 공장장님, 왜 감히 공직을 사직하셨는지요?”
“만약 실패하셨으면 다시 조선소로 돌아갈 계획이신가요?”
“소문에 의하면 당신은 홍위병의 영수를 지낸 적이 있다면서요?”
“새로 온 시위 제1서기와 어떤 관계입니까?”
류얼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대범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이크와 카메라렌즈를 대하며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하는데, 자못 개혁가다운 기백과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두 명의 “백면서생”은 쓸쓸하게 한 쪽에서 있었고, 표정이 아주 침울했다.
“살코기” 등의 일군의 과의공장 청년 직원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와서, 류얼을 헹가래 치며, 환호하고 추대했다.
류웨이는 묵묵히 먼발치에 서서 쌀쌀한 눈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며, 어찌 된 일이 모르겠지만 마음이 답답해 천천히 몸을 돌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조금 늦을 무렵에는 채색 노을이 맑은 하늘을 붉게 비추고 있었으며, 베이징에서 출발하여 산성의 바이스 공항에 착륙한 보잉 707 여객기에서는 아주 편한 복장을 하고 간단한 짐을 든 두 명의 일반승객이 내렸다. 그중 한 양쪽 살쩍이 희끗하며, 아주 소탈한 모습을 하고, 유명 회사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이키” 여행화를 신은 아위고 훤칠한 노인이 사람들 속에 특히 이목을 끌었다. 또 다른 수행원 모양의 30여세쯤 되어 보이는 중년남자 역시 자못 기개와 풍채가 있었고, 그들은 나지막이 잠깐 상의를 하고 노인이 과단성 있게 손을 한번 흔들자 두 사람은 바로 벌떼처럼 몰려나오는 여행객들을 따라 민항전용 리무진을 탔다……
리무진은 넓게 탁 트인 공항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노인은 가만있으면 좀이 쑤신 듯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막 두 다리로 중심을 잡고 서고는 그 곁에 한 어린애를 안고 있는 한 부인을 위해 올바른 말을 하기 시작하며, 자리를 차지한 후 편안하게 먼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젊은 승객들을 향해 소리치며 말했다:
“이보셔, 이보셔! 어느 분이 좋은 일 좀 하셔, 아이를 안고 있는 부인에게 자리를 양보합시다! 집 떠나 밖에 있는데, 여러분들이 서로 좀 도와주세요, 시내 가려면 아직 길이 멀었잖소……”
아무도 호응하지 없었다.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자신의 일을 생각하였다. 오히려 그 젊은 매표원이 동정하며 그에게 쓴웃음을 한번 지어보였다.
아이를 안고 있는 부인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
노인은 적극적으로 나서며, 아이를 안고 있는 부인과 중년의 수행원의 제지에 아랑곳없이 살짝 곁에 온 머리에 파머를 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앉아 있는 한 젊은 아가씨의 어깨를 치고는, 그녀와 상의하며 말했다:
“이봐요, 젊은 아가씨, 이 아이를 안고 있는 언니 좀 앉게 합시다, 아이 안고 있으면 너무 불편하잖소, 좀 도와줘요……”
차안의 온 승객들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 아가씨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비스듬히 돌려 자신의 어깨에 있는 그 나이든 손을 힐끗 째려보며, 아주 경멸적이고 혐오스런 코 소리로 가볍게 한번 흥하고는 또 얼굴을 무관심하게 창밖으로 돌려버렸다.
노인은 전혀 기죽지 않고 말했다: “봐요! 당신은 젊고 혈기왕성하잖소, 가진 짐도 많지 않잖소. 당신은 앉아 가고, 이 언니는 아이를 안고 당신 곁에서 흔들거린다면 말이 되지 않겠소? 당신이 보기에 어떻소?”
아마도 노인의 집착하는 태도와 인품이 하느님을 감동시켰는지 젊은 매표원이 참지 못하고 맞장구를 치지 시작했다:
“일어나세요! 더군다나 노인네께서 부탁하지 않습니까?”
그 아가씨는 얼굴이 귀밑까지 빨개지며, 사납게 노인에게 눈을 한번 부라리며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며 한쪽으로 가서는 현지 방언으로 작게 젊은 아가씨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욕을 한 마디 중얼중얼 거렸다:
“흥! ×한 노인 같으니……”
노인은 막 아이를 안고 있던 부인을 자리에 잘 앉히고서는 이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 이 아가씨 교양 있게 말하시네! 임표(林彪) 비판 공자 비판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노인비판’이라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 없어!”
아주 교묘하게 말을 연결하였다! 음을 맞추기도 했거니와 입에 올리기 쉽고, 유모와 기지가 넘쳐나고, 大巧若拙하며, 평이하면서 천박하지 않으며 함축적이면서 큰 무리가 없어, 순간적으로 전체 손님들이 크게 웃었고, 어떤 사람은 박수를 쳤다.
그 아가씨도 재미있어 “푸하하”하며 웃음소리를 냈고, 온 얼굴이 벌게지며 불평하듯 말했다: “호호, 노인네! 말하는 게 정말 사람 웃기네!”
젊은 매표원은 득의양양해 하였고, 웃는 가운데 큰 소리로 놀려주며 말했다: “헤이! 어르신! 대학교수인가요 아니면 귀국하신 화교이신가요? 그렇지 아니면 사복을 입고 민정을 시찰하는 중앙의 수장이시겠죠! 듣자하니 새로 온 시위 샤(沙) 제1서기께서는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으시고, 자주 일반백성들 속으로 섞여 들어가 몰래 민정을 살핀다고 하시는데……어르신은 도대체 어느 쪽입니까? 제가 보기에 어르신은 어디 다른 별에서 오신 분 같습니다!”
또 한 차례 왁자그르르 웃었고, 사람들은 노인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엉터리로 말하지 마요, 엉터리로 말하지 마오. 시골 사람이 어찌 수장을 사칭하겠소! 어디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면, 내가 아주 바라는 것이오, 애석하게도 비행접시가 없소! 하하……” 노인은 연신 손을 내저으며 웃으며 말했고, 허허 하하 하며 화제를 돌렸다.
바로 몇 명의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그에게 자리를 양보하였고, 분위기가 아주 고조되었다.
그 중년의 수행원은 노인을 쳐다보며 살짝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환호하는 소리와 우스개 말이 오가는 가운데, 차는 시내로 가고 있었다.
버스가 시내 민항판매소 뜰 내로 들어가자, 서로 알지 못하는 승객들은 열정적으로 노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각자의 길을 갔다.
두 사람은 짐을 들고 큰 길거리로 나가, 사방을 둘러보니 막연했다.
노인이 머리를 쳤다: “아차! 주소 묻는 것을 깜빡했네!”
중년의 수행원이 건의하며 말했다: “그럼 택시 타고 가시죠!”
두 사람은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어 낡아빠진 “뽀루어나이츠” 미니 택시 한 대를 불렀다.
“어디로 모셔드릴까요? 두 분.” 기사가 차문을 밀려 말했다.
노인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시위로 갑시다.”
“시위요?” 기사가 눈알을 한번 굴리고는 “멀어요. 타시죠.”
두 사람이 비좁은 승용차 뒷좌석으로 들어가자 기사가 핸들을 한번 돌려 이미 되돌아 온 커브 길을 돌아 등불 찬란한 대로를 향해 운전했다.
노인은 흥미진진하게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아이들처럼 천진해했고, 중년의 수행원이 오히려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엥? 이 차에는 왜 미터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계산하지요?”
기사는 면전에서 크게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거요 얼마나 번거로운 데요! 저희는 공평하게 가격을 매깁니다, 아이든 어른이건 속이지 않아요, 틀림없어요!”
“그럼, 시위까지는 얼마입니까?” 수행원이 물었다.
“처음으로 이곳에 오셨으니까, 20% 할인해 드릴게요, 10원만 내십시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기사는 온 얼굴이 격앙되어 있었다.
중년의 수행원이 의심스럽게 기사의 뒷그림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인이 오히려 기사와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기사 양반! 시 택시 전부 미터기 없어요 아니면 일부분이 미터기를 설치하지 않은 거요?”
기사는 얼버무리듯 말했다: “그렇지 않겠어요? 번거롭죠! ……”
“한 달 내내 일한다면 매달 1․2000원 법니까? 1․2000원도 못 벌까 해서요!” 노인은 집적거리듯 말했다.
“1․2000원요? 못 번다고요? 하느님이 절 도와주시게요, 어르신!” 기사는 큰소리로 죽는 소리를 냈다. “보십시오 제가 피우는 게 무슨 담배인지요? 향산(香山)! 3마오에 한 갑이예요. 1․2000원 벌려면 꿈에서라도 우스워 깬다니까요! 제길!”
중년의 수행원이 그의 속사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마요! 택시가사 수입 누구 몰라요? 시장이나 성장보다 높죠?”
“시장 성장 월급은 높지 않지만 그분들이 먹는 게 뭐니까?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 타는 것은 무엇이고요? 그분들 두 분처럼 저 이 낡아빠진 차를 타려고 하겠습니까? 그분들 권세가 엄청나잖아요, 그게 돈이죠, 큰돈이죠!”
“시장 성장 본적 있습니까?” 중년의 수행원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저희 같은 기사가 어디에서 그런 높으신 어르신을 뵐 수 있겠습니까? TV에서 본 적 있습니다! 저희는 그분을 알아보겠지만 그분들은 저희를 모르지 않겠습니까!”
기사의 솔직한 말에 승객들은 웃기 시작했다.
노인은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갑자기 중얼거리는 듯 말했다: “어, 어떻게 한 바퀴 빙 돌고 또 돌아오는 것 같잖아? ……”
“그렇습니까?” 두 사람은 밀치며 창밖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기사는 약간 언잖아 했다: “어르신, 너무 돌아 눈이 어지러워 졌습니까? 이곳에 와 본 적 있습니까? 절 뭘로 보십니까? 저희 택시기사들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도 없긴 해도, 저희들로 서면 아주 튼튼한 사나이들이요! 저희들도 정의감이 있어요! 몇 일전 저희 형제들이 양놈을 실컷 때려준 일 들어보셨죠? 헤이, 그게 무슨 위엄이요! 그 양놈을 병원에 실려 가서 삼일동안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하도록 때렸으니 대사관에서도 놀랐잖소! 우리 기사 형제들 머리를 치켜들고 당당하게 경찰서로 들어서니, 경찰들이 하루 세끼를 대접해주었지요, 그를 영웅시 했다니까요.”
노인은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어?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 기사 이름이 뭐죠? 왜 외국인을 때렸습니까?”
기사가 갑자기 눈치가 빨라지며 농담하듯 말했다: “헤이! 어르신과 무슨 관계가 있다구요, 호구 조사합니까? 하하……”
대화하는 가운데 시위에 벌써 도착했다.
중년의 수행원이 돈을 건네주었다: “18원이요! 영수증 주세요.”
“돈을 청구하실 건가요?” 기사가 돈을 받고 되물었다.
“청구하면 어때요? 안 청구하면 또 어떻소?” 노인이 물었다.
“어르신도 보니까 공공기관에 청구하는 그런 사람이시구먼요, 가져가시오!” 기사는 시원스럽게 한 줌의 영수증을 찢어 주고는 차를 몰고 훌쩍 가버렸다.
중년의 수행원이 영수증을 한번 세어보고 나서 놀라며 말했다: “저 사람! 차비가 18원인데, 96원어치 영수증을 줬잖아! 완전 엉터리군……”
노인은 촌뜨기처럼 길가는 어떤 사람에게 가서 물었다: “이봐요, 실례합니다만 민항매표소가 이곳에서 얼마나 멉니까?”
지나가는 사람이 손으로 한번 가리켰다: “앞에서 돌면 바로 도착해요, 5분!”
노인은 쓴 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을 한번 쳤다: “속았어!”
중년의 수행원은 쓴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약간 으쓱해했다: “연구조사 하려는 거였잖아요! 학비 낸 셈 치세요! 아주 웃기는 곳이구먼……가시죠!”
시위기관 대문은 웅장하고 위엄이 있었고, 경비가 삼엄하였다.
두 사람은 짐을 들고 대문 쪽으로 갔다. 근무를 서고 있는 경비원이 물어보기도 전에 접대실의 40여세쯤 보이는 젊은 남자가 그들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끝났어요! 끝났어요! 일이 있으면 내일 오세요!”
그는 그들을 내방객쯤으로 여기고 돌아가도록 했다.
중년의 수행원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이봐요, 저희는 베이징에서 왔소, 시위에 어느 분께서 당직을 하고 계시나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잖소, 일이 있으면 내일 오시라구요. 지금 모두 퇴근했어요, 접대할 수 없음을 용서해주시오. 돌아가십시오.” 마르고 젊은 남자가 거만한 얼굴을 짓자, 그가 마치 당직하는 시위 지도자 같았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아 말했다: “이봐요, 저희는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소, 시위―를 찾고 싶은데”
“방금 로켓에서 내린들 어찌하겠소? 큰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와요!” 야위고 젊은 남자는 오른손을 아래쪽으로 한번 찍듯 흔들며, 그에게 눈을 한번 부라렸다.
“당신 이게 무슨 태도요?” 중년의 수행원이 약간 화를 냈다.
“당신은 무슨 태도요? 세 번이나 말했으면 됐지, 내일 오라고 하면 내일 와요! 왜 생트집을 잡으려고 하오? 규칙 몰라요? 응?! 이곳은 지도자의 기관이란 말이오! 규정이 있어요! 어디 멋대로 시위 지도자를 만나려 하오, 당신 뭘 하는 사람이오?!”
노인은 급히 눈짓으로 수행원의 노기를 제지하였고, 참고 화해하며 말했다: “됐네 됐네! 이봐요, 우리 말 끝까지 들어주소, 뭐가 그리 급하오? 시위 지도자를 못 보면 한마디라도 물어봅시다. 경관나리 실례합니다만 시위초대소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고맙습니다!”
“건너편이오.” 야위고 젊은 남자가 손으로 한번 가리키고는 몸을 돌려 훌쩍 가버렸다.
“어이그―!” 두 사람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는 머리를 흔들며 쓴 웃음을 짓고 난감하게 시위 대문을 나왔다. 중년의 수행원은 분해서 그 상전을 등을 업고 남을 괴롭히는 야위고 젊은 남자를 욕하면서 노인을 원망하며 말했다:
“어찌 이 같은 도리가 있습니까? 뭐하는 놈이야? 당당한 시위지도기관에서 저런 놈을 보내 문을 지키도록 하다니, 정말 봉건시대의 아문 같군! 어르신께서는 저런 하찮은 놈에게 욕을 안 당해 보셨어요, 이건 자업자득입니다! 그냥 한번 미리 전화를 해서 이름이라도 알려주었더라면 어디 이 지경까지 왔겠습니까, 완전히 거리로 내쫓긴 거잖아!”
“좀 참게나, 아우!” 노인은 수행원의 어깨를 살짝 치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앞에서 소리치고 뒤에서 옹위하고, 징을 치며 길을 열며, 오는 이 맞이하고 가는 이 보내주면, 당연히 편하지, 누군들 몰라서 안하나? 그렇지만 자넨 백성들의 어려움과 그들이 관료주의 아문의 작풍에 대한 혐오를 영원히 이해할 방법이 없어! 샤오주(小朱), 내 자네에게 알려주겠네, 관리가 된 사람은 정말 자유스럽지 못하네! 난 일전에 사람들에게 말한 적이 있어, 관리는 세계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이라고 말이야. 그래도 백성들이 편해!”
“그럼 어르신은 왜 관리가 되셨습니까?” 사오주가 대담하게 물었다.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깊게 발을 담갔지! 나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됐네, 아우……이봐, 이건 사적인 이야기네, 밖에서 마음대로 얘기해서는 안 되네.”
말이 “건너편”이지 한참동안이나 걷고서야 “시위 제1초대소”라는 나무 팻말이 걸린 대문을 봤다. 그 규모를 보면 일반적인 기관 초대소 같지만 좋고 나쁨이 분간되었다.
“소개편지.” 데스크의 젊은 사람이 원칙대로 일을 처리했다.
두 사람의 투숙객이 한참동안 더듬고서도 출장 소개편지를 차지 못했다. 어쩔 수 없어, 샤오주가 근무증을 건네주었다.
“베이징에서 오셨어요?” 젊은 직원이 근무증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비행기에 막 내렸습니다.”
“두 분께서는 시위에 누구와 업무를 보시로 하셨나요?”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노인이 하는 수 없이 말했다:
“왕루이 서기입니다.”
“왕 서기님과 무슨 관계죠?”
“그건……동지 관계입니다. 업무 관계입니다.”
똑똑한 직원은 묵묵히 그들을 잠깐 자세히 살펴보고는 아무 말 없이 등기수속을 다하고 근무증을 돌려주었다.
“서루(西樓) 204호방으로 가시죠. 절 따라 오십시요.”
두 사람은 한숨을 놓고, 젊은 직원을 따라 후원 서루로 갔다.
서루는 조용한 구식 이층 작은 건물이었다.
“들어오십시오, 뜨거운 물로 샤워하실 수 있습니다. 일이 있으시면 데스크로 전화를 주십시오, 제 성은 까오(高)입니다, 식사는 아래층 식당에서 하시면 됩니다.”
젊은 직원은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며 소개를 다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
204호방은 소박하고 비좁았지만 훤하고 정결하였다: 화장실, 작은 베란다, 소파식 푹신한 침상 두 대, 엷은 파란색의 나이롱 모기장, 새로 엮은 돗자리, 작고 귀여운 책상과 가죽 의자, 작은 소파 한 쌍, 14인치 국산 컬러TV, 벽록색의 비닐 사창(紗窓), 유백색의 치아오치 망사커튼……
이곳은 초대소에서 가장 고급에 해당되는 방이었다.
“좋군!” 노인은 아주 만족하며, 짐을 내려놓고 말했다: “샤오주, 샤워 좀 해, 우리 나가서 뭘 좀 먹으로 가지.”
샤워를 다하고, 두 사람은 종이부채를 흔들며, 초대소의 비닐 슬리퍼를 신고 거리로 나갔다.
그들은 마침 등불이 휘황찬란한 거리에 자영업자들이 벌여놓은 간식을 파는 작은 노점에서 시고 매운 소면과 홍유훈둔 두 그릇을 먹고, 절인 돼지 머리 고기와 땅콩으로 이량(二兩)의 배갈을 마시며 또 다른 멋을 느끼며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또 거리와 골목을 돌며 산성의 일반시민들의 밤 생활을 한참동안을 관찰하며, 그들이 시원한 의자에 누워 사납고 거칠게 소리치며 한담하는 것을 보았으며,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며 산성의 가정에서 나오는 불빛의 아름다운 야경을 봤다……
시간은 순식간에 빨리 지나 한밤중에야 초대소로 돌아오니, 뜰에 갑자기 반짝반짝 빛나는 고급 승용차들이 가득 주차해있는 것을 보았다.
방문을 밀자, 갑자기 방안에 낮선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야위고 키 큰 노인은 방을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마침 고개를 들어 문패를 보려고 할 때 그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어서기 시작하였고, 한 명 한 명의 낮선 얼굴들이 아주 공경스럽고 정성스러웠다. 그중 짧은 소매 셔츠를 입고 얼굴이 하얀 청년간부가 앞으로 나와 맞이하며, 시위 제1서기의 손을 꽉 잡고, 연방 사과하며 말했다:
“어이쿠, 샤 서기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오늘 오실 줄 전혀 몰랐습니다, 방금 베이징 쪽과 전화연락이 됐습니다! 보십시오, 베이징 그쪽에서 사전에 연락도 없어, 저희들이……이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 저는 장신셩(張新生)이라고 합니다, 시위기관에서 접대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제가 젊어서 경험이 부족해서 있습니다, 샤 서기님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장 비서장님께서는 방금 소식을 받고 바로 달려오셨습니다. 8시부터 줄곧 지금까지 기다렸습니다……” 그 총명한 데스크의 젊은 직원이 보충해서 말했다. 분명히 그는 비서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장 비서장은 제1서기의 옷소매를 가볍게 끌며 말했다: “샤 서기님. 시에서 일찌감치 다 준비해두었습니다, 서쪽 교외에 있는 호텔 4동에 계시지요, 왕 시장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시죠.”
샤원신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기 머무는 게 아주 좋은데, 뭘 옮기나.”
장 비서장은 그의 옷소매를 끌며 손을 놓지 않았다: “그게 어떻게 되겠습니까, 서기님께서 어떻게 이런 곳에 있을 수 있으십니까?! 업무를 볼 수 없으시지 않겠습니까. 왕 시장님께서 어찌되었던 간에 모셔오라고 했습니다……주 비서, 우리 가지. 짐을 모두 가지고 가지.”
이에 다짜고짜 새로 온 시위 제1서기는 시위 비서장과 시위사무실 주임 등의 사람들의 고집으로 벤처 승용차를 타고 곧장 서쪽 교외에 있는 고급호텔로 달려갔다.
벤처 승용차와 차량들이 서서히 경비가 삼엄한 서쪽 교외의 호텔 대문으로 들어와, 나무 그늘에 가려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층 정원 작은 건물 문 앞에서 멈췄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위부서기 겸 대리시장 왕루이와 몇 명의 시급 지도간부들 및 일군의 아리따운 여 종업원들이 열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 맞이하며 귀객을 대신해서 문을 열었다.
한 차례 악수와 인사가 끝나자, 제1서기와 주 비서는 왕루이 등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장엄하고 화려한 호텔로비로 들어가 탄성이 아주 풍부한 두터운 선홍색의 고급 카페트를 따라 아래층 널찍하고 위엄 있는 대 응접실로 죽 들어갔다. 에어컨의 냉기가 사람들에게 순간적으로 쾌적하고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다기에는 이미 선홍의 얼린 수박과 각종 차와 음료수들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여 종업원 몇 명이 조심스럽게 시중들고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이 겸손하게 양보하며 가죽소파에 앉은 뒤 먼저 아주 간단하게 날씨나 소감 같은 여담을 몇 마디 나눴다. 왕루이는 샤원신의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옷깃을 바로하고 정좌해서 보고하기 시작했다.
“샤 서기님, 방금 오시느라, 여행길에 피곤하셨을까봐 본래 며칠 푹 쉬고 나서 서기님께 시의 업무를 보고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샤 서기님께서 비행기에서 내리시자 말자 사복을 입고 거리에 나가 민정을 살펴보셨다고 해서 조사 연구 업무를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지도자의 태도와 실질적인 정신은 정말 저희 각급 지도 간부들이 배워야 할 모범입니다! 샤 서기님께서는 저희 산성에 개혁개방의 봄바람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와 비교해서 저희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심히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오늘 시의 몇몇 주요 간부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제가 샤 서기님에게 시의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 하겠습니다……”
몇몇 시 간부와 비서들이 펜과 수첩을 꺼내기 시작했다.
샤원신은 손을 내저으며 내키는 대로 말했다: “이렇게 타이트하게 할 필요가 없어, 어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회의를 하겠나? 우리 좀 쉬엄쉬엄하세, 볼 일 보러 가게나! 난, 먼저 좀 걸어 다니며, 좀 살펴보고, 각 방면의 상황을 살피고 싶네, 좀 지나서 우리 의견 다시 나눠보세……오늘은 좀 늦은 거 같군. 시간도 많이 늦었네, 여러분들도 일이 바쁠 터니, 돌아가 일찍 쉬게나. 고마워, 고마워 여러분.”
샤원신은 두 손을 맞잡고, 돌아가도록 했다.
“그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샤 서기님도 일찍 쉬십시오, 여러분 먼저 돌아가세요.” 왕루이는 임기응변으로 사람들에게 말하며, 동시에 샤원신에게 바짝 다가가 나지막이 한 마디 했다: “샤 서기님, 몇 가지 일이 있어, 단독으로 보고하고 싶습니다.”
샤원신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곧바로 또 머리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왕 군, 좀 남게, 자네 같은 산성 토박이에게 뭘 좀 물어볼 일이 있네!”
샤원신은 일어서서 손님들을 보내며, 사람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고 작별했다.
응접실 안이 조용해지자, 징 비서장은 주 비서를 데리고 위층으로 방을 보러 갔고, 방안에는 여 종업원 몇 명만 남았다.
왕루이가 가볍게 손을 내젓자, 아가씨들이 묵묵히 물러났다.
“왕 군, 앉지.”
왕루이는 담배 한대에 불을 붙이고, 제1서기에 바짝 다가가 보고하며 말했다: “샤 서기님, 비서 샤오주의 업무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이미 생각을 다 해놨습니다, 그를 시위 업무실 부주임을 겸임토록 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일하면 더욱 편리하지 않겠습니까? 서기님께서 보시기에는 요?”
샤원심은 약간 망설이며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얘기 해보지. 그가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 급하게 짐을 지우지 말게.”
“이렇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왕루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갑자기 화제를 바꿔 관심 있게 물었다: “친팡은 함께 오지 않습니까?”
샤원신은 솔직하게 말했다: “친팡은 당분간 오지 않을 거야, 그 사람도 자신의 일이 있어. 언제 올 것인지는 상황을 봐야겠지……”
왕루이는 다소 아쉬운 듯 앞부분이 벗겨진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이야, 보십시오, 저희들이 이미 친팡 여사를 업무실 비서처 부처장으로 내정해둔 것을요, 그녀는 시위기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사람들도 잘 알고, 그녀의 업무능력도 아주 뛰어나구요……”
샤원신은 가부를 말하지 않고 살짝 웃고는 왕루이에게 큰 수박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왕루이가 수박을 한 입 물자, 응접실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샤 서기님, 미커가 외국인과 싸운 일 들어보셨죠? 국제적인 영향과 치안상의 관례를 고려해서 경찰서에 잠시 그를 구류해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마음 놓으십시오!”
샤원신은 미간을 약간 찌뿌렸다: “내가 그를 보러 갈 것이네.”
“서기님께서는 뿌․얼․스․웨이․커 형제를 보러 가실 겁니까? 친척이지 않습니까! 아이들도 아주 착하고, 장래도 있고……” 왕루이가 갑자기 샤원신을 난처하게 하는 화제를 꺼내고서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가야겠지.” 샤원신은 일어서서, 날카로우면서 솔직한 눈빛으로 왕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산성에 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사적인 일이 바로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을 찾아보는 일이지.”
“그거 좋은데요, 그거 너무 좋은 데요!” 왕루이도 손을 비비며 일어섰다.
샤원신이 물었다: “왕 군, 또 다른 일이 있나?”
“없습니다, 없습니다! 쉬십시오, 쉬십시오……” 왕루이의 야윈 얼굴에 웃음기가 생겨나며 뒤로 물러나 밖으로 나가며 “나오지 마십시오, 나오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왕루이는 몸을 돌려 나가 붉은 양탄자를 밟으며 아무 소리 없이 떠났다.
샤원신의 얼굴색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며 천천히 응접실로 돌아왔다.
텅 빈 대 응접실에 샤원신은 혼자 왔다 갔다 하며 깊은 사색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이 “친척”관계 문제에 대해 샤원신은 격렬한 사상투쟁을 경험한 적이 있어 인지, 여러모로 생각해보았고, 거듭 살펴보았다. 이것은 그답지 않은 과감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태도였다. 그는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을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미커의 그 피 눈물로 그린 세 개의 느낌표가 들어간 짧은 전보에서 그는 완전히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이 그와 친팡에게 곧 오게 되는 아주 복잡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알았다, 그는 뿌․얼․스․웨이․커 형제 앞에서 얼마나 난처한 배역을 연기해야 할지를! 친팡은 떠나기 전에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나 그에게 당부했다, 그녀의 전 남편이 남겨놓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아이들을 보러 가지 말라고. 그들은 그와 같은 직위가 높은 “침입자”를 30년 전 그들이 절대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그녀의 이 “사탕발림”처럼 환영하지 않을 것임을. 당연히 샤원신도 만약 그가 적극적으로 그들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천성이 거만한 뿌․얼․스․웨이․커 형제들도 적극적으로 그를 찾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너무 거만해서……
그러나 줄곧 과감히 현실과 마주했던 샤원신 역시 영원히 어떤 냉혹한 현실과 사람을 농간하는 운명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냉대를 받고, 퇴짜를 받고, 심지어 분노에 찬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이 집밖으로 쫓아낼 것이라는 사상준비를 다 했다.어찌되었던 간에 그는 반드시 낮 두껍게 이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친척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대등한 신분으로 그들과 화목하게 지내 절실한 친구가 되어야 했다. 무수한 역경을 지났고 헤아릴 수 없는 뜨거운 현안들을 처리한 노 볼세비키 샤원신은 여태까지 자신이 역경을 이긴 용기와 독립인격의 매력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일요일 오전, 시위 제1서기는 행차를 간소화하여, 혼자 뿌․얼․스․웨이․커 형제를 찾으러 갔다. 그는 그렇게 눈에 띠지 않는 푸얼지아 소형 승용차를 종루 부근의 길목까지 타고 와서는 혼자 차에서 내리고는 기사로 하여금 빈차로 돌려보냈다.
어제 저녁에 비가 온 뒤라 날씨가 아주 시원하고 상쾌했다. 거리상에는 행인들이 드물었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아마 이불속에서 늦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샤원신은 길목에서 방향을 판단하고, 시 지도를 꺼내 노선을 정확히 체크하고 번화한 시내의 길을 따라 남쪽으로 끝가지 걸어가서 다시 민생로(民生路)로 돌아서 우체국 옆의 작은 길로 위쪽으로 죽 걸어와서 “강반촌(江畔村)”이라는 글자가 쓰여 진 표지를 찾았다.
시위 제1서기가 숨을 식식거리며 긴 돌계단을 올라가 이 강가 마을에 가장 높은 곳에 가파르게 위치하고 있는 낡은 다락방문 앞에 왔을 때 자매 모양의 두 명의 아이들이 건물 앞에서 종이비행기를 띠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순간 처음으로 친척집을 방문하는데 뜻밖에도 빈손이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조차 준비를 하지 못해 약간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는 여태까지 후회한 적이 없었으며, 발길가는대로 아이들 쪽으로 갔다.
“얘야! 너 이름이 뭐니?” 그는 종이비행기를 잡으러 그 앞쪽으로 달려가는 여자아이의 둥근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저는 천천이라고 하고요, 오빠는 지아지아예요.” 어린 여자이이가 반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아지아라고 하는 그 남자아이는 오히려 속이 아주 깊은 듯 보였으며, 세상의 온갖 쓴 맛을 다보고 통찰력 강한 눈빛으로 쌀쌀하게 면전의 이 간편하게 옷을 입고 양쪽 살쩍이 허연 낮선 노인을 홅어 보며 말했다:
“누굴 찾으세요?”
“강반촌(江畔村) 30호의 류씨 성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어. 알고 있니?”
“저는 류씨고요. 오빠도 류씨예요.” 여자아이가 손을 치며 뛰며 소리쳤다.
남자아이는 여동생에게 눈을 부라리며, 여전히 엄숙하게 계속 캐물으며 말했다: “여기가 강반촌 30호예요. 할아버진 우리 아빠 찾으세요, 아니면 우리 큰 아빠 작은 아빠 찾으세요, 아니면 우리 고모 찾으세요? 저희 집에는 류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누굴 찾으시죠?”
샤원신은 기뻐서 몸을 숙이고 그를 안고는 살짝 그의 작은 코를 집고 웃으며 말했다: “널 찾고 있었단다, 요 녀석아! 좋아, 날 위층으로 데려가 주렴!”
“응, 직접 올라가세요, 전 볼일 있어요!” 지아지아가 낮선 노인의 품에서 발버둥치며 빠져 나와, 어두컴컴한 계단입구로 달려가 소리쳤다: “고모! 고모! 손님 오셨어요!”
“누구세요? ……올라 오십시요!” 광선을 등지고 류뿌가 행주치마로 젖은 손을 닦으며 계단 모퉁이의 작은 부엌에서 몸을 내밀고 살펴보더니 한 야위고 키 큰 노인의 그림자가 찌익하는 소리를 내고 썩은 나무 계단을 밟고 더듬거리며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고서, 급히 인사하며 말했다: “천천히 오세요, 마루가 튼튼하지 못해요……누굴 찾으시는지요?”
“당신을 찾소, 뿌․얼․스․웨이․커 형제를 찾소!” 낮선 야위고 키 큰 노인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갑게 말했다: “안녕, 류뿌!”
“어르신……존함이?” 류뿌는 순간적으로 어떤 무엇을 예감했다.
“샤원신이오. 환영하오?”
“아!……오셨어요?” 류뿌는 시위 제1서기가 갑작스럽게 방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일시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행주치마로 적은 손을 닦으며 무뚝뚝하게 한 마디 했다: “드시죠, 안으로 드시죠.”
오히려 계수씨들이 적극적이었고 융통성이 있었다. 큰언니에게 허드렛일을 해주던 허웨이와 임신한 꾸오얜이 급히 분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했다:
“올라가세요, 샤 아저씨. 그들은 다락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허웨이가 샤원신의 니롱 접이식 우산을 받아들고 말했다:
“조심하세요, 방안이 어두워서요……” 꾸오얜이 살짝 노인을 부축하고 계단을 올라갔는데 아주 정성스럽고 친절하였다.
노래 소리가 가볍게 황혼의 수면위에 넘실거리고,
나는 오솔길을 따라 나무 아래로 걸어가네……
따뜻한 다락방에는 막내 미커를 제외하고 뿌․얼․스․웨이․커 형제 모두가 있었다. 그들은 한가로이 담배를 피우며 기타를 치며 우렁차고 매끄러우면서도 낮고도 묵직하며 듣기 좋은 바리톤으로 가볍게 흥얼거리며 소련 가곡《산사나무》를 부르고 있었고, 노래 소리에는 울적함과 온정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아, 산사나무, 산사나무……” 부분을 부를 때에는 자연히 다성부(多聲部)로 나눠져 감미롭고 아름다운 합창소리를 이루며 부르면 부를수록 사람의 폐부를 감동시켰다. 조금도 과장됨이 없이 말한다면 이탈리아의 미성창법의 전문성악가를 청해 배운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정성되고 간절하며 감염력 풍부한 노래 소리를 감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봐요! 샤 서기님 오셨어요!” 문 입구에서 허웨이의 소리가 났다.
노래 소리가 멈췄다.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이 고개를 돌렸다.
“안녕들 한가! 샤원신이야. 만나서 반가워.”
시위 제1서기는 진심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말하고는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 세 명의 젊은 사람과 하나하나 악수를 나눴다.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은 어떤 사람이 갑자기 그들이 노래 부르는 기분을 깨드렸다는 것에 아주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반응이 아주 냉담했다. 넷째 류웨이가 일어나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제외하고 류얼과 류스는 접의식 의자에 앉아 자리를 뜨지 않고, 손님이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았다.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님은 다소 난처해했다.
그래도 여인네들이 보다 못해 손님에게 도움을 주었다. 허웨이는 의자 하나를 끌고 꾸오얜은 따끈따끈한 차 한 잔을 내왔다. 그러나 남자들의 쌀쌀한 눈빛은 그녀들로 하여금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말을 걸고 싶어도 걸 수 없게 하였다. 류스가 “이봐요, 서 있지 말고! 볼일 보러 가요!”라고 한 마디하며 그녀들을 내보냈다.
네 명의 남자들은 일시에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으며, 심령으로 교류하며 뛰고 자유로웠고 인과관계나 사용가치의 정보가 없었으나 입으로는 어디서부터 말해야 될지 몰랐다. 그들은 피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이번 만남을 위해 암암리에 무수한 각종방식과 결과를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이면서도 실행할만한 방안이 없어 각자 마음에는 대책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다락방안에서는 기묘한 한 장면, 사람을 침울하게 하면서도 사람으로 하여금 가볍게 하는 장면, 문자로써 정확하게 쓰거나 묘사하기 어려운 그 미묘한 정도의 장면이 나타났다……
“한 대 하시겠습니까?” 류웨이가 어째든 다기위에 놓여진 “대전문(大前文)” 담배 갑을 정성되고 묵직하게 밀었다. “기회”가 생기자 샤원신은 자연히 틈을 타 “기회”쪽으로 갔다.
“객은 손님이 하자는 대로 합니다.” 류스는 금빛 찬란한 “555”를 내밀었다.
류얼은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자신 앞의 “홍금” 담배 갑에서 옛날에 나온 저급 담배 한 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분위기는 차가웠다. 다시 경직된 국면으로 빠져들어 갔다.
“자네들 방금 무슨 노래 부르고 있었나?《산사나무》?” 샤원신이 수시로 기타 줄을 튕기는 류웨이를 보며 물었다. 류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회”를 주길 원치 않아 물러났다. 샤원신은 당연히 이 점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기회”를 만들기로 하여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그는 기타를 들고 마음대로 두어 번 튕기고는 중얼중얼 거리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도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지, 하지만 잘 부르지는 못해.”
“한번 불러 봐요.” 류스가 갑자기 제의하며 말했다.
샤원신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마루바닥”이 마침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다.
“무슨 노래 부를 실거죠?……” 그는 가볍게 기타 줄을 튕기자, 기타 통에서 지극히 공명이 풍부한 메아리를 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 소리는 정말 사람의 “심금”을 울려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듯 하게 했다.
“애정곡 한 곡 불러보시죠.” 그래도 류스였다. 사람을 골탕먹여주려는 심리였다. 세 형제들은 약간 조소 띤 얼굴을 하고 웃으며 손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 생각지도 않게 샤원신은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기타 소리가 다락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노인은 아주 숙련되고 아주 훌륭하게 연주했다. 그가 고개를 들자, 깊으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눈에는 젊은 사람 같은 열정적이고 장난기 심한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깊고 진실된 노래 소리는 즉시 사람들을 꿈과 같은 세계로 끌고 들어갔다.
길가에, 길가에, 나무숲이 있네요,
외로운 사람들은 그것을 ‘싸이리덩’이라 하지요.
그곳에는 아리따운 한 노부인이 살고 있네요,
나는 그녀를 보자말자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
아리따운 노부인 나의 영혼을 뺏어갔어요,
저도 당신 혼자 편안하지 않도록 하겠어요.
저는 당신의 그 노쇠한 심방을 차지할래요,
저는 당신을 깊이 사랑하니까요! ……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의 쌀쌀하면서 조소 섞인 눈빛이 점점 친절하고 부드럽게 변했다. 그들은 결코 생각지 못했다, 시위 제1서기 ― 한 백전의 노장 볼세비키의 마음속에서 이처럼 진실 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그의 노래 소리 중에서 그 인생에 투철한 견해와 세계에 대한 깊은 미련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샤원신은 외국 서정민가 한 곡의 가사를 재미있게 바꿨지만 그들은 용속하거나 익살스럽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그들이 들은 것은 한 인생이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이 애정에 대한 대담한 표현과 순진하고 소박한 심성이었으며, 이러한 심성에는 얼마나 쓰라린 경험과 깊은 사고를 포함하고 있었던가! 샤원신의 노래 소리는 너무 사람들을 끌었다! 이 시간 이 순간,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은 완전히 그들과 노인 간의 그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친척관계”를 잊어버리도록 했고, 또 무엇이 “심령의 상통”보다 더 소중히 여길 가치가 있겠는가!
이날 오후, 시위 제1서기는 뿌․얼․스․웨이․커 형제의 가정 저녁모임에 참가했다. 이날 아주 오랜 시간동안 함께 저녁을 했다. 오랫동안 모래벌판과 일찍이 무수한 국연과 각종 고급연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던 샤원신은 처음으로 취해 쓰러졌다. 그는 많은 말을 했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며, 간간히 많은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그는 의외로 순정한 영어로 그 전 세계를 풍미한《농담》을 불렀고, 러시아어로 해학적이고 웃기는 영화《두 사람의 정류장》중의 삽입곡을 부를 수 있었다. 그 이 고아 출신의 노 볼셰비키는 몇 십년동안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말했고, 그의 아내가 문혁기간 중에 어떻게 능욕을 참지 못하고 분연히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였는지 말했으며, 그가 사랑하는 장남 ― 광신적인 열기 속에 각성한 한 홍위병 영수가 어떻게 “사인방(四人幇)”과 투쟁하며 최후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다 흘렸는지를 말했고, 과거에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그의 막내아들이 자위반격전쟁 중에 어떻게 용감히 몸을 받쳤는지를 말했다……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은 시위를 놀라게 하길 원치 않아 살그머니 조선소의 폐기처분된 미제 지붕이 오픈된 군용 지프차를 몰고 기분이 아주 격동된 시위 제1서기를 서쪽 교외의 호텔로 모셔다 주었다. 이때가 바로 밤 12시였다. 묵직하고 느린 거대한 종소리가 길게 울리며, 산성의 맑은 밤하늘에 오래 오래 메아리쳤다……
지붕이 오픈된 낡은 군용 지프차가 취객처럼 흔들흔들 거리며 밤 깊고 인적이 드문 널찍한 교외의 대로상을 내달리고 있었다.
시위 제1서기와 뿌․얼․스․웨이․커 형제는 차안에서 어깨와 팔을 맞대고 걸치며 바람으로 하여금 흠뻑 뜨거워진 머리 가슴과 흩날리는 엉클어진 머리를 스치도록 하며, 함께 고성으로 소련 가곡《사병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연대의 비병, 말 타고 초원을 넘는다,
총알이 빗발쳐도, 용감히 앞으로 전진한다!
우리의 장군은 푸루오시루어푸,
과거의 노동자는 오늘 위원이 된다네!
우리의 장군은 푸루오시루어푸,
과거의 노동자는 오늘 위원이 된다네! ……
지붕이 열린 차가 경비가 삼엄한 서쪽 교외의 호텔 정문 앞까지 내달려오자, 놀라 당황한 초소의 경비가 큰 적을 맞이하듯 손을 흔들며 막아섰다.
“정지! 정지! 차에서 내려!”
격정적인 감정에 젖어있던 샤원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며 말했다: “이봐. 들어가게 해, 미안하네.”
어떤 사람이 시위 제1서기인 것을 알아채고, 황급히 경비들로 하여금 비켜서라고 명령하고 머리를 숙이고 경건하게 섰다. 이에 경악하는 경비들의 눈빛의 주시 하에 낡은 미제 지프차가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책임자가 급히 전화기를 들고, 안에 차를 맞이하라고 통지했다.
화원식 작은 건물 앞의 등불이 밝게 훤하게 비췄고, 주 비서와 장 비서장 등의 사람들이 초초하게 수장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위 제1서기의 “자동차”가 건물 앞까지 달려와 멈췄을 때 그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 나리의 차가 미제 지프차라니!
샤원신은 흥분하며 뿌․얼․스․웨이․커 형제들과 순서대로 초옹하며 작별을 고한 뒤 비서와 종업원들의 부축을 받고 작은 건물 문으로 들어갔고, 또 고개를 돌려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거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은 묵묵히 시위 제1서기가 문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목송하며,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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