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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세비키 형제들(10)

마장골서생 2009. 5. 20. 21:19

제 10 장

 

벤처 한 대가 경비가 삼엄한 서쪽 교외의 한 호텔 정문으로 천천히 들어와서 화원 쪽 작은 건물 앞에서 멈췄다. 문밖에서는 영접하기 위해 기다리던 성장(省長)의 비서와 몇 명의 젊고 아리따운 여직원들이 와서 뜨겁게 맞이하며 손님들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
성장의 비서가 시위원회 부서기 겸 시장대리 왕루이와 수행 비서를 인도하여 화려하고 웅장한 홀로 들어오니 탄력이 아주 풍부한 두꺼운 선홍색의 고급 카페트가 들어오는 문의 계단부터 이층의 넓찍하고 안락한 스위트룸까지 깔려 있었다. 고희에 가까운 성위원회 제1서기 송이푸가 쾌적한 부드러운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소파에서 문건들을 보며 손님이 벌써 문안에 들어온 것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맞이하였다.
"앉아요. 빨리 왔군!"
왕루이는 앞으로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성위원회 제1서기의 허약한 손을 잡고는, 사뭇 감개한 듯 말했다: "어르신께서 저녁에도 당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니, 저희들이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송이푸는 지긋한 흰머리를 긁적이며 하하 한번 웃고는 있는 그대로 말했다: "나도 밤에 일하고 싶지 않네, 하지만 내일 아침 성(省)으로 돌아가야 되서, 더 이상 자넬 부르지 않으면 얘기할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앉지."
왕루이와 비서들이 송이푸를 둘러싸고 앉았고, 종업원들은 향긋한 화차와 중화(中華) 담배를 올렸다.
송이푸는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고 한입 들이키고는, 왕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자네 생각을 듣고 싶네."
왕루이와 두 비서는 급히 펜과 노트를 준비했다.
송이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적을 필요 없네!"
두 비서는 바로 눈치 있게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왕루이는 어떤 예감이 들었든지 역시 노트를 거두었다.
송이푸는 단독직입 적으로 말했다: "왕루이 동지, 사실은 이렇네: 중앙에서 최근 결정했다네, 인구 700만의 공업 핵심도시인 산성을 정식으로 국가계획 단열도시로 지정하고, 급별은 지시(地市)에서 부 성급으로 올리기로 말일세. 경제업무는 중앙 지도부에 직속되고, 재정으로는 포간제(包干制)를 실행해서, 점차 내륙에서 가장 큰 개방형경제특구로 넘어갈 걸세. 동시에 정부급 지도간부 샤원신 동지를 보내 산성위원회 제1서기를 맡기기로 결정했네. 문건과 임명은 곧 내려올 것이네, 나는 중앙과 성위원회를 대표해서 미리 자네에게  언급해두는 것일세, 자네는 샤원신 동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라네……"
왕루이는 마음이 심란해 담배 재를 털며, 천천히 신중하게 말했다: "성시승격과 초급별하고 당내 가장 유능한 사람을 임명한 것은 중앙에서 산성에 대한 결심과 희망이 아주 커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시위원회 간부로서 저는 중앙의 결정을 무조건 복종합니다……듣자하니 그 샤원신 동지께서는 연세가 적지 않으시죠?"
송이푸는 소개하며 말했다: "올해 61세네, 혁명열사의 고아이지, 삼팔식(三八式) 간부라네. 연안(延安)에 온 뒤 보증추천을 받고 소련으로 유학 가서 유명한 당내전문가가 되었지. 그는 지금 친팡 동지의 남편이지."
왕루이의 새파래진 마른 얼굴에 근육이 약간 실룩거렸다.
"송 서기님, 중앙과 성위원회는 시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시장대리를 한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저도 한번 바꿔주셔야지 않겠습니까! ……" 왕루이는 마침내 내심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빙 두르면서도 곧장 주제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
송이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 깊이 생각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부시장 겸 과위주임 치아오디 동지 어때?"
왕루이는 의외라고 느끼며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얼빠진 모양으로 성위원회 서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치아오디?! 너무 젊지 않습니까?! 64년에 칭화(淸華) 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시장 된지 겨우 3년이 되……"        
송이푸는 웃으며 말했다: "젊다는 것은 결코 간부를 선발하는 장애가 될 수 없어, 문제는 중앙정신과 간부사회의 요구에 맞느냐 이지. 최근에 샤오핑 동지와 천윈 동지께서 여러 번 지적 했다네, 우리 사업의 성패의 핵심은 인재를 실현하고 인재를 사용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어, 뿐만 아니라 3·40대의 젊은 사람들을 뽑아 중임을 맡길 것을 특별히 강조했네. 치아오디 동지는 마침 중앙당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 내년 초쯤에 돌아올 걸세……"
왕루이는 답답해서인지 짙은 담배연기가 자기를 감싸도록 담배를 벅벅 피워댔다. 그는 순간적으로 생활이 자신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침통하게 변화무쌍한 인생을 반성하고 있었다……
"왕군, 자네 올해 56세이던가? 말띠지?"
"아닙니다, 양띠입니다. 다음달에 만으로 55세입니다……에이 늙었습니다!" 왕루이는 속에 없는 소리를 하며 탄식하고는, 조열하고 고민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꽉 잠그진 옷깃을 풀고, 약간 냉정을 잃은 듯하게 일어서서 카페트 위를 천천히 왔다 갔다 했다.
송이푸는 냉정하게 내심이 극도로 조급해진 왕루이를 바라보며 점점 엄숙한 얼굴을 하고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
왕루이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이 들어 급히 옷깃을 바로 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고는 송이푸에게 겸연쩍게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서기님! 스팀이 좀 뜨거워서요, 적응이 잘 안 돼서……"
송이푸는 친절하게 그의 손을 치며, 위로하며 말했다: "당은 자넬 믿어, 마음을 좀 크게 먹게나. 자네도 30 여 년간 혁명에 참가한 동지지 않는가, 대세가 개혁 쪽으로 기울었으니 존중하게나……" 
왕루이의 눈이 약간 촉촉해졌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들어 송이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르신, 절 믿으신다면 어르신 곁에서 일하게 해주십시오. 저는 산성에 너무 오래있었습니다, 환경도 한번 바꿔보고 싶습니다……"
송이푸는 솔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중앙에 세 번 보고를 올려 중앙위원과 성위원회 서기직을 사직하고 완전히 물러나기로 했네. 중앙에서는 이미 나의 신청을 비준했고 동시에 베이징에서 여생을 편안히 보내도록 조치를 내렸다네. 이 또한 우리가 재임기간동안의 마지막 담화가 될 걸세, 난 자네가 몇 십년간 나에게 보여준 믿음과 지지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네. 어떤 사람이라도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네, 각자 소중히 여기게, 왕루이 동지!"
성위원회 제1서기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왕루이와 악수하며 작별을 고했다.
왕루이는 어르신의 손을 꼬옥 잡으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벤츠는 익숙한 숲이 짙게 드리워진 작은 길을 따라 호텔정문으로 나와 등불 찬란한 넓은 대로로 운행하였다.
왕루이는 안락한 뒷좌석에 반쯤 누워서 두 눈을 거의 감고 손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이마를 짚으며 내심의 고통스런 시달림을 참고 있었다.
비서가 앞좌석에 고개를 돌려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왕 서기님, 댁으로 갈까요?"
왕루이는 눈을 뜨고 생각을 좀 했다: "거리를 좀 둘러보세……"
비서는 더 이상 물을 수 없어 대답했다: "예."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 자가용이 날렵하게 텅 빈 거리를 내달리며 점점 찬란한 등불의 바다 속으로 융합되어 들어갔다.

하늘에는 비가 조금 흩날리고 어두컴컴한 는개가 등불에 의해 찬란히 반짝이며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대로를 덮으며 엷은 시적 정취를 드러내고 있다.
택시 한 대가 조명이 휘황찬란한 산성호텔 문 입구까지 와서 멈췄다. 류스는 약간 취한 시아린을 부축하고 차에서 내렸다.
서서히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그들 두 사람뿐 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안정되게 운행하고 있다. 붉은 등이 순서대로 깜빡인다.
시아린은 아주 많이 마신 것처럼 보였으며, 얼굴색은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행동거지는 약간 이성을 잃고 있었다.
류스는 불안한 마음에 흠칫 시계를 쳐다보았고, 약간 초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아린은 손을 뻗어 류스의 젖은 머리를 만졌고, 넋이 나간 듯한 눈빛에는 추파가 번뜩였으며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류스는 그녀의 손에 입을 한번 대고 고개를 들어 몇 층인가를 봤다.
엘리베이터가 8층에서 멈췄다. 류스는 비틀거리는 시아린을 부축하며 조용한 복도를 지나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시아린은 방에 들어가자 말자 안락한 시몬스 침대에 쓰러졌고 온몸이 맥이 완전히 풀리고 술에 취한 몽롱한 눈으로 류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류스는 시계를 보고 작별을 고하며 말했다: "됐어! 샤워해, 편안히 푹 자, 좋은 꿈꾸고! 나  간다. 내일 봐!" "스토우!" 시아린이 갑자기 소리치며 달려와 류스의 허리를 꽉 껴안고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 나랑 같이 있어줘……웨이웨이에게 말해뒀어, 조금 늦게 돌아갈 수 있게……기억나? 오늘 내 생일인거……"
류스는 여인의 포옹에 어찌할 수 없어 고개를 흔들었고, 또 시계를 보며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좀 더 있을게."
시아린은 충동적으로 류스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부드럽게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한 마디 했다: "잠깐 기다려! ……" 몸을 돌려 욕실로 갔다.
류스는 하는 수 없이 소파에 앉았고, 끊임없이 시계를 봤다.
욕실 안에서 솨솨하는 물소리가 들려왔고, 반투명의 젖빛 유리너머 희미하게 시아린이 샤워기 아래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류스는 안절부절 하며 일어서 천천히 몇 걸음 걷다 또 앉았다 하며 수화기를 들고 몇 개의 번호를 누르다 갑자기 끊고는 초초하게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고 소파에 앉아 연신 긴 한숨을 내몰아 쉬었다……
솨솨하는 물소리가 계속 났다. 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갔다.
류스는 마음이 불타듯 초초하여 또 시계를 계속 보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마침내 멈추었다. 순간 시아린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반투명의 비단 잠옷을 걸치고 온몸에 향내를 날리며 류스 앞에 나타나 친근하게 말했다: "급해?"
류스는 일어서서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정말 급해! 9시 반에 약속이 있단 말이야, 벌써 30 여분 늦었어. 오늘은 이만하자, 내일 놀자!"
시아린은 조금 불쾌했다: "전화해서 말해보지, 얼빠진 듯 뭐하는 거야. 난 이렇게 사람에게 사정해본 적 없어."
류스는 꾹 참으며 설명했다: "오늘은 정말 안돼, 약속을 어기면 욕 할거야. 전화도 걸 수 없어, 그 사람 일찌감치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어, 정시에 만나기로 했다구, 난 약속을 지켜야 해……됐지 됐지! 나 빨리 나서야 돼……"
시아린은 흥이 깨진 듯 축축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누르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약속이야  이렇게 중요한거야, 내조차도 비켜나야 해……대작가를 숭배하는 그 아가씬 아니겠지?"
"무슨 말 하는 거야? 나한테 그런 좋은 일이 있을라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한 친구야, 정말이야! 그는 내 도움이 절실하거든, 아주 먼 곳에서 나를 보려고 일부러 왔지, 내가 그를 무시할 수 있겠어?" 류스는 진실 된 얼굴로 말하며, 오른손은 의식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시아린의 반들반들한 맨몸의 어깨 등을 만지면서 그녀의 손에 입맞춤했다. "됐어, 나 갈게."
시아린은 그를 가게 하는 수밖에 없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류스는 엘리베이터로 뛰쳐나가 단숨에 호텔문밖으로 달려 나왔다. 마침 홍색 택시 한대가 길가에 있었고, 기사는 마침 검은 그림자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류스는 차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급촉하게 기사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빨리요! 바이타(白塔) 공원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기사는 찍 소리도 없이 신속하게 붕붕하며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자동차는 야밤의 쓸쓸한 대로를 내달렸고 무지개등과 가로등의 그림자가 잽싸게 뒤로 반짝이며 물러났다. 자동차는 공원으로 가는 넓은 대로를 달렸다.
류스는 뒷자리에서 끊임없이 시계를 보며 참을 수 없어 기사의 어깨를 치며 재촉하며 말했다: "좀 빨리요!, 더 빨리요! ……"
기사가 다시 엑셀러레이터를 밟자, 자동차가 날개를 달고 지면에 붙어날아 오르는 것 같았다. 어슴푸레 반짝이는 등 너머로 류스는 이 순간 자동차의 시속이 일찌감치 100km를 넘어선 것을 알았다.
기사가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자, 바이타 공원에 도착했다.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죠?" 류스는 돈을 꺼내면서 다급하게 물었다.
등이 켜졌다. 기사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손을 내저었다.
"미커?!……" 류스는 순간 깜짝 놀랐고, 온몸이 서늘해지면서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너 차를 타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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