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仁義를 배격하다
장자의 세계 중에 그 얻을 것에 만족하고 그 적당한 곳에 알맞게 처신했던 그런 심경과 드넓고 유유자적했던 그런 기개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천지 속에서 대체로 人性을 속박하는 모든 규범을 그는 강력한 필력으로 규탄했던 것이다.
內篇에서 장자는 仁義의 폐단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인의의 논점과 시비의 절차는 끊임없이 어지러웠다.(<齊物論>)
堯임금은 인의로 사람들에게 墨刑을 행하였다.(<大宗師>)
장자는 도덕자체를 반대하지 않았고, 반대한 것은 “생명을 그르치는 마음(違失性命)”의 宗法禮制이며, 사람의 마음을 속박하는 禮敎規範이다(“禮敎”라는 단어는《莊子․徐無鬼》에 가장 먼저 보인다). 장자는 “가장 자애로운 사람은 남에게 자애로움을 드러내지 않고(大仁不仁)” “최고의 자애로움은 어떤 사람에게도 친근함을 드러내지 않는다(至仁無親)”고 했으니, “가장 자애로움(大仁)”과 “최고의 자애로움(至仁)”은 진실한 마음으로 느끼지만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덕행이다.
장자의 문장은 대단히 정교하다. 그가 똑같은 물건을 부정할 때는 종종 방관자의 입장에서 비유를 들어 상대로 하여금 정면에서 반박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간단히 언급만 하고 묘사나 서술을 하지 않기도 하는데 그 강한 필력에 당할 자가 없도록 만든다. 그는 절대로 얼굴에 노기를 띠는 법이 없고, 노하여 욕을 하는 태도를 갖지도 않는다. 그래서 外篇 및 雜篇 중에 인의에 대해 “배격”의 언사가 많은데, 장자 자신의 語調 및 風格 같지는 않고 장자 후학들의 筆法으로 보인다. 아마도 장자의 만년에는 인의가 이미 통치계층이 백성들을 해치는 도구로 변해 폐해가 매우 깊었을 것이다. 그래서 장자 학파의 붓끝은 그런 “道德君子”와 “竊國諸侯”들을 직접 지목하고는 맹렬하게 규탄했던 것이다.
장자의 후학들이 인의를 규탄한 것은 다음 두 가지의 중요한 원인을 벗어나지 않는다.
一, 인의가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강제하는 규범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인의가 이미 “아교나 옻으로 붙이고 밧줄로 감고 묶듯이(膠漆纏索)” 하여 결과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구속하여 “생명과 본성을 해치게 되었다(殘生傷性)”.
장자의 후학들은 매우 격렬하게 규탄하였다. 생명을 해치고 인성을 상하게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인의를 위해 희생된 사람을 세속에서는 오히려 그를 “君子”라고 하였다. 이런 명성을 탐하는 무리들이 사실상 “小人”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인의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攖人心)”(<在宥>)에 대하여 장자는 <天壇>편에서 재미있는 풍자를 하였다.
공자가 노담을 만나 인의에 대해 토론하였다. 노담이 말하였다. “……모기가 피부를 쏘게되면 온밤 내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걸세. 인의의 독소가 사람의 마음을 어리석게 만드는데 재난 가운데 이보다 더 큰 것은 없다네.”
(孔子見老聃而語仁義. 老聃曰: “……蚊蝱囕膚, 則通昔不寢矣. 夫仁義憯然乃憤吾心, 亂莫大焉.)
인의의 인성에 대한 혼란은 道家인물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꼈다고 할 수 있다.
二, 인의는 이미 “聖人”들의 가면이 되고, “大盜”들의 護身符가 되었다.
인의라는 이것은 오랫동안 행해지면서 헛 구호로 변해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더욱 안좋은 것은 그것이 이미 악한 행동을 하는 자들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되었다는 점이다.
장자학파가 인의를 나쁘게 본 가장 주요한 원인은 바로 그것이 “大盜”에 의해 도둑 맞아 왕권의 추악한 물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죽어 없어지지 않는 한 큰 도둑도 없어지지 않는다. 비록 성인을 중시하여 천하를 다스린다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큰 도둑에게 이익을 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되와 말을 만들어 물건의 많고 적음을 재려고 하면 도둑은 그 되와 말마저 훔친다. 저울을 만들어 물건의 무게를 재면 도둑은 그 저울마저 훔친다. 부절과 도장을 만들어 서약의 증거로 삼으려고 하면 그 부절과 도장까지도 훔친다. 인의를 정하여 바르지 못한 것을 교정하려고 하면 도둑은 그 인의마저 훔쳐버린다. 어떻게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띠고리 같은 하잘 것 없는 장식을 훔친 자는 죽임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제후 일족의 권세야말로 인의를 빙자한 것이다.
(聖人不死, 大盜不止. 雖重聖人而治天下, 則是重利盜跖也. 爲之斗斛以量之, 則幷與斗斛而竊之; 爲之權衡以稱之, 則幷與權衡而竊之; 爲之符璽以信之, 則幷與符璽而竊之; 爲之仁義以矯之, 則幷與仁義而竊之. 何以知其然邪? 彼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 諸侯之門而仁義存焉.)
“성인이 죽어 없어지지 않는 한 큰 도둑도 없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속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一, 성인은 “억지로 제창하는 것을 ‘인’이라 하고, 온힘을 다해 추구하는 것을 ‘의’라고 하면서(蹩躠爲仁, 踶跂爲義)” 인의로 사람을 옭아매는 데에 급급해 해서 결국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재난을 일으키고 만다. 이 때문에 “聖人”이 하루라도 존재하면 큰 도둑은 영원히 없어질 날이 없는 것이다.
二, “聖人”과 “大盜”는 이름은 달라도 실제로는 같다. 그들은 “인의”라는 미명을 빌어 거짓말을 꾸미고 추악한 행위를 숨긴다. 그래서 “나라를 훔친 자들은 제후가 되고, 제후 일족은 인의를 빙자하게 되는 것이다”고 하였다.
이것은 뼈아픈 통찰이자 동시에 당시 사회배경의 실상을 정확하게 그려낸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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