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莊子淺說

5.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하다

마장골서생 2009. 2. 6. 13:07

5.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하다

 

자유롭게 살았던 장자도 가정의 부담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이 얘기를 원점으로 돌려보면 가정은 있었지만 그의 “부담”이 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가정 상황에 관해서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책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라고는 다음의 내용뿐이다. 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 혜자가 문상을 갔는데, 그 때 장자는 쭈그리고 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鼓盆而歌)”. 혜자는 그에게 “오래도록 함께 생활하며 그대를 위해 자식도 낳아 길렀네. 그런 그녀가 지금 죽었는데 곡을 하지 않으면 그 뿐인 것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니! 이건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라고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장자에게는 장자만의 규율이 있었다.

 

아내가 죽었을 때, 나라고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자세하게 살펴본 뒤에야 분명히 알게 되었다네. 아내는 원래 생명이 없었고, 생명은 물론 형체도 없었으며, 형체는 물론 원기도 없었다네.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사이에 변하여 원기가 되었고, 원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었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되었으며, 지금 또 변하여 죽음이 되었다네. 이렇게 태어나 죽음으로 가는 변화는 바로 춘하추동 사계절의 운행처럼 완전히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있었네. 저 사람은 조용하게 천지 사이에서 편히 쉬고 있을 뿐인데, 나는 이렇게 생명의 이치에 대하여 너무 통달하지 못했다고 여겨 곡하지 않는 것일세.(《至樂》) 

 

장자는 사람의 생명은 기의 모임에 기인하고, 사람의 죽음은 기의 흩어짐에 기인한다고 여겼다. 그의 이런 이치에 대해서는 잠시 그 진실 정도는 따지지 않겠다. 그의 생사에 대한 태도는 월등히 일반사람들의 위에 있다. 그는 귀신이 인류의 생사와 운명을 조종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생사를 단지 일종의 자연의 현상으로 보았으며, 생사의 과정은 사시의 운행과 같은 것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장자는 사후의 세계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호사스런 장례를 반대하기도 하였다. 일단의 기록이 있다.

 

장자가 임종할 즈음에 제자가 장례를 후하게 지내고자 하였다. 이를 알게 된 장자가 말하기를 “나는 하늘과 땅을 棺槨으로 삼고, 해와 달을 連璧으로 삼고, 별을 珠玉으로 삼고, 만물을 나의 순장품으로 삼을 것이다. 이 정도면 나의 장례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굳이 그런 것들이 필요하겠느냐?”라고 하였다.
제자가 “까마귀가 선생님의 시신을 해칠까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장자가 말하기를 “시신을 노천에다 두면 까마귀에게 먹힐 것이고, 땅에 묻으면 개미에게 뜯길 것이다. 그렇다면 까마귀의 부리에서 빼앗아 개미에게 주는 것이니, 어찌 불공평하지 않겠느냐?”라고 하였다.(《列御寇》)

 

죽음과 삶의 태도에 대하여 장자가 이처럼 구애됨이 없이 대범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연적인 무의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죽음과 삶은 한바탕의 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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