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唐國史補

5. 진짜 호랑이를 만난 배민

마장골서생 2009. 11. 10. 23:37

[당] 이조 지음 / 이상천 옮김 《당국사보(唐國史補)》, 학고방출판사, 2006.

 

5. 진짜 호랑이를 만난 배민(裴旻遇眞虎)1)


배민(裵旻)은 용화군사(龍華軍使)가 되어 북평(北平)을 지키고 있었다. 북평에는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는데 배민은 활을 잘 쏘았다고 한다. 하루는 호랑이를 서른 한 마리나 쏘아 죽이고 산비탈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방을 둘러보고는 의기양양해 하였다. 한 노인이 다가오더니 “이것들은 모두 표범이외다. 호랑이 같기는 하지만 호랑이는 아니올시다. 장군께서 진짜 호랑이를 만나시면 손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배민이 “진짜 호랑이는 어디에 있소?”라고 묻자 노인이 “이쪽에서 북으로 삼십 리쯤 떨어진 곳에서 가끔 출몰합니다”라고 하였다. 배민은 말을 달려 초목이 무성한 곳에 몸을 숨겼다. 과연 진짜 호랑이가 뛰어나오는데 몸집은 작지만 그 기세는 아주 사나워 보였다. 땅에 버티고 서서 한번 포효하자 산의 바위가 흔들리고 갈라지는 듯 하였다. 말이 놀라 뒷걸음질을 치자 배민은 활과 화살을 땅에 떨어뜨렸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이후로 배민은 부끄러워 다시는 호랑이를 향해 활을 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裵旻2)爲龍華軍使3), 守北平4). 北平多虎, 旻善射, 嘗一日斃虎三十有5)一, 因憩山下, 四顧自若. 有一老父至曰: “此皆彪6)也, 似虎而非, 將軍若遇眞虎, 無能爲也.” 旻曰: “眞虎安在乎?” 老父曰: “自此而北三十里, 往往有之.” 旻躍馬而往, 次7)叢薄中, 果有眞虎騰出, 狀小而勢猛, 据地一吼, 山石震裂. 旻馬辟易8), 弓矢皆墜, 殆不得免. 自此慚愧, 不復射虎.)


1) 배민(裴旻)이 호랑이를 쏜 이야기를 통해 맹목적인 자만에 빠진 사람을 풍자하고 있다.

2) 배민은 검무(劍舞)에 뛰어나 이백(李白)의 시와 장욱(張旭)의 초서와 더불어 당대(唐代)의 “삼절(三絶)”로 알려졌다. 그는 북벌에 나선 적이 있다. 그 당시에 그의 부대가 해인(奚人)들에 의해 포위되자 그는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적군의 화살을 쳐내자 해인들이 놀라 포위를 풀었다고 한다. 관직이 용화군사(龍華軍使)였고, 《당서(唐書)》202 〈랑야대취편(琅琊代醉編)〉38에 보인다.

3) 군사(軍使): 군의 장관이다. 당대는 각 군에 사(使) 1명씩을 두었다. 5천 명 이상이면 부사(副使) 1명을 두었고, 1만 명 이상일 경우에는 영전(營田)부사 1명을 두었다.

4) 북평(北平): 군(郡)의 이름으로 치소(治所)가 지금의 하북(河北) 노룡(盧龍)에 있었다.

5) 유(有): 현대 중국어의 “우(又)”와 통한다. 정수(整數)와 영수(零數) 사이에 쓰인다.

6) 표(彪): 소호(小虎) 즉 작은 범인데, 여기서는 범과 비슷한 동물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7) 차(次): 머무른다는 의미로 여기서는 지키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쓰였다.

8) 벽역(辟易): 놀라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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