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中國風景

(4) 송주잉과 홍석림

마장골서생 2009. 7. 29. 20:57

(4) 송주잉과 홍석림

 

 

6월 마지막날, 베이징의 냐오차오(鳥巢)에선 '매력 중국(魅力中國)'이란 초대형 콘서트가 열렸다.

'중국의 이미자' 송주잉(宋祖英ㆍ43)이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타이완 출신의 만능 엔터테이너 저우제룬(周杰倫), 젊은 피아니스트 랑랑(朗朗)과 함께 무대에 섰다. 베이징 올림픽의 함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국립경기장을 찾은 6만여명의 청중들은 2시간여 동안 후끈 달아오른 여름 밤을 즐겼다.

 

이번 공연은 상시(湘西) 토가족(土家族) 묘족(苗族) 자치구 출신인 송주잉의 화려한 무대 의상 6세트의 발표회를 따로 갖는 등 준비 과정부터 화제였다.

오후 8시 봉황관을 쓴 송주잉이 '봉황은 아직도 둥지에(鳳還巢)'라는 노래를 부르며 공연이 시작되자 냐오차오는 어느새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당으로 변해 있었다. 좌우 길이 100m, 높이 26m, 앞뒤 거리 46m의 최첨단 무대에는 6개의 기둥 사이로 13개의 대형 스크린이 노래의 아름다운 배경으로 쉴새없이 변신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뒤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첫 노래에 맞춰 오색의 봉황 100여 마리가 훨훨 날아올랐다.

송주잉은 자신의 대표곡인 '말리화(茉莉花)', '즐거운 날(好日子)', '산호송(珊瑚頌)'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묘족의 후손' 송주잉은 이날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화려한 은 장식이 돋보이는 전통 의상을 입고 고정 레퍼토리인 고향 후난(湖南)의 민요 '용선조(龍船調)'를 불렀다. 6만여 팬들도 후렴구를 따라하며 모두가 함께 고향 집으로 달려갔다.

송주잉은 후난성의 서쪽 구장(古丈)현의 스터우자이(石頭寨)란 미야오주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 곳은 세계문화유산인 장가계(張家界)과 봉황고성(鳳凰古城)의 중간쯤인 첩첩산중의 낙후된 마을. 그러나 산수가 빼어나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묘족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무릉도원' 같았다.

어린 시절 송주잉에게 아름다운 감성을 심어주고, '고장차가(古丈茶歌)'란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고향의 풍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차(茶)의 고장'으로 알려진 구장현에는 깊고 좁은 협곡을 로프에 의지해 들어가야 하는 좌용협(坐龍峽)과 기기묘묘한 붉은 돌이 숲을 이루고 있는 홍석림(紅石林) 등 특이한 자연 경관으로 유명하다.

 

 

특히 4억5000년전 지각 변동과 함께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홍석림은 '무릉제일기관(武陵第一奇觀)'이라 불릴 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중국인들은 쿤밍(昆明)의 석림(石林), 시안(西安)의 비림(碑林), 등펑(登封)의 탑림(塔林) 등 돌이 많거나, 비석이 많거나, 탑이 많으면 '수풀 림'자를 붙여 명소를 만들었다.

홍석림도 마찬가지다.

 

 

먼 옛날 깊은 바다 속에 잠겨 있던 붉은 색의 탄산암(炭酸岩)이 뭍으로 변한 뒤 수억의 시간 동안 바람과 비와 눈에 깎이고, 패이고,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의 모양을 만들었다.

홍석림의 커다란 바위들은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제각각이다.

'청홍우흑(晴紅雨黑)이요, 음전갈홍(陰轉褐紅)이고, 신혼유별(晨昏有別)이라. - 맑은 날 붉은 것이 비 오면 검정이요, 흐리면 붉은 갈색으로 변하고, 아침 저녁이 다르구나.'

모양은 더더욱 이채롭다.

 

 

'석병열진(石兵列陣), 관음좌연(觀音坐蓮), 팔부대신(八部大神), 빙석부처라. - 돌로 만든 병사들이 열병하는 듯 하고, 관세음보살이 연꽃에 앉아 있고, 여덟의 나한이 나란히 서 있고, 얼어 붙은 부부가 바라보누나.'

한 걸음 두 걸음 걷다보면 시나브로 홍석림의 가장 큰 특색인 '변검'이 가슴 속으로 파고 든다.

붉은 돌 사이사이로 협곡이 있고, 계류가 있고, 맑은 샘이 있다. 너른 광장도, 커다란 연못터도 있다.

빼어난 풍광이 그대로 천혜의 '원림'을 만들었다.

 

 

송주잉은 냐오차오의 공연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영화배우로도 잘 알려진 저우제룬과의 합동 무대다.

저우제룬은 붉은 재킷을 입고 중국의 전통 악기 고쟁(古箏)을 연주하며 '국화 꽃밭(菊花台)'을 부른 뒤 커다란 모란꽃으로 머리를 장식한 송주잉을 에스코트한다. 그리고 듀엣으로 '천리 밖(千里之外)'를 열창했다.

 

 

송주잉에게 랑랑은 '연하의 좋은 친구.' 함께 피아노 합주를 한 뒤 신곡 '감은(感恩)'을 불렀다.

6만여 팬들은 플라시도 도밍고가 등장하자 다시금 베이징 올림픽을 떠올렸다. 폐막식에서 송주잉과 함께 '사랑의 불꽃(愛的火焰)'을 부르던 모습이 생생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74세의 노익장을 자랑하며 랑랑의 반주에 맞춰 송주잉과 중국어로 '강정정가(康定情歌)'를 부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한여름 밤의 공연 '매력 중국'은 주인공인 송주잉이 플라시도 도밍고, 저우제룬, 랑랑과 함께 '영원한 우정(友誼地久天長)'을 연주하며 화려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