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이저우(貴州) 이야기
중국은 넓고, 사람도 많다. 삶의 행태도 각양각색이다.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고, 내일을 내다보게 하는 빠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2010년은 중국 방문의 해다. 상하이 엑스포가 열리고, 광저우에선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차이나스토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 이야기를 주간 연재로 쓰려 한다. 제대로 역사를 말하고, 문화를 느끼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려 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편집자주>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아직 푹푹 찌는 폭염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한낮의 더위가 만만치 않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무더위가 찾아오면 각종 보양식을 즐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신탕. 요즘에는 아가씨끼리 보신탕을 즐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 대륙의 남서쪽에는 동으로 후난(湖南), 서북으로 쓰촨(四川), 남으로 광시(廣西), 서남으로 윈난(云南)성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 있다. 바로 구이저우(貴州)다. 한(漢)족을 비롯해 포의(布依)족, 묘(苗)족, 이(彛)족, 회(回)족 등 33개 민족이 뒤엉켜 살아가고 있다.
2억년 전 화석으로 추정되는 '구이저우롱(貴州龍)'이 발견되고, 구석기 시대의 유물도 쏟아져 나온다. 먼 옛날 바다였던 곳이 지각 변동으로 솟아올라 마령하협곡(??下峽谷), 화강대협곡(?江大峽谷), 만봉림(万蜂林)등 기기묘묘한 경관을 만들었다.
특히 고깔모자를 엎어 놓은 모양의 수많은 봉우리가 파노라마로 다가오는 만봉림은 특별한 풍광만큼 정겨운 사람 이야기가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대대로 만봉림 앞 협곡에 살고 있는 나후이(?灰) 마을의 포의족은 동짓날이 오면 온 가족이 모여 개고기를 먹었다.
전통은 오늘로 이어졌다. 싱이(??)에서 만봉림 가는 길가에선 손쉽게 '개고기 파는 집(狗肉?)'의 간판을 볼 수 있다. 나후이 마을에선 귀한 손님이 찾아오거나 동네 잔치가 벌어지면 족히 20m는 됨직한 장탁(長卓)을 마당에 펼쳐 놓고, 정성껏 개고기를 대접한다. 우리네 삶과 다를 바 없다.
기름기를 쑥 뺀 수육을 담아내고, 우유빛의 걸쭉한 국물은 따로 내온다. 그리고 커다란 선지 덩어리만한 손두부도 상 위에 올린다. 손으로 쭉쭉 찢어놓은 수육은 매콤한 장에 찍어 먹는다. 두부는 약간 탄내가 나지만 맛은 그만이다.
도수 50도를 웃도는 독한 백주와 함께 하면 시나브로 고향 생각에 빠져든다.
만봉림 가는 길은 아주 멀다. 인천에서 구이조우의 성도인 구이양(貴?)까지 3시간여 동안 날아간 뒤 다시 싱이까지 약 350km를 서남쪽으로 가야 한다. 중국 국내선 항공으로 40여분,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면 5시간30분에서 6시간이 더 필요하다.
만봉림은 전동차를 타고 돌아본다.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다. 만봉림의 건너편 산 허리를 가로지른 길을 따라가며 감상한다. 중간 중간 전망대에 멈춰서면 한결 여유로운 눈길로 기이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만봉림 앞 너른 협곡에는 '팔괘답(八卦畓)'이 일품이다. 태극과 팔괘의 모양이 절묘하다. 봄이 오면 노란 유채꽃이 금빛 물결로 일렁이고, 여름이 되면 녹색 마당이 펼쳐진다. 유채는 기름을 되고, 나물이 되어 식탁에 오른다.
사람 사는 곳이다.
먼 옛날, 만봉림 산 속에는 묘족과 동(?)족이, 협곡을 흐르는 냇가에는 포의족이 살았다. 척박한 산 속에서 살아가는 민족들은 벌판이 탐났다. 냇물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는 싸움이 이어졌다. 깊은 원한과 상처만 남았다.
어느 날 더 이상의 싸움이 무의미함을 알았다. 화해했다. 공존의 의미를 깨닫고 오늘에 이르렀다.
나후이는 20~30가구가 모여 사는 만봉림의 입구 마을이다. 2005년 설을 맞아 후진타오 주석이 이 곳을 방문했다. 구이조우의 성장(省?)이었던 옛 일을 잊지 않고 찾아주었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는 그 날을 기념해 커다란 사진을 광고판처럼 세워 놓았다.
만봉림에는 정겹던 우리네 시골 모습이 지금껏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낯선 이를 보고 떨떠름하게 짝 다리를 짚고 서 있던 청년들, 남루한 옷에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웃는 할머니, 포대기로 손녀를 업고 어르고 있던 할아버지, 해맑은 눈을 반짝이며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던 어린 남매.
만개가 넘는 봉우리 사이마다 만개가 넘는 사람 이야기가 골안개처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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