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雜談/大學故事

정치하며 대학에 발 걸쳐 놓는 몰염치 교수 추방해야

마장골서생 2009. 3. 7. 17:24

[조선일보사설]

정치하며 대학에 발 걸쳐 놓는 몰염치 교수 추방해야

입력 : 2008.04.06 22:56

 

서울대 소장(少壯) 교수 80명이 지난 4일 공직선거에 출마한 교수가 낙천·낙선된 뒤 자동으로 복직할 수 없도록 윤리규정을 마련하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건의문은 정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서려는 교수는 공천신청 후엔 휴직계를 내도록 의무화하고, 복직 여부는 인사위원회가 연구업적을 가려 엄격히 심사해야 하며, 복직이 허용된 교수는 안식년 없이 의무 기간을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서 이번 총선에서 경기도 지역구에 출마한 어느 교수는 새 학기 시작 한참 뒤인 지난달 20일까지 강의를 하며 공천을 기다리다 공천이 확정되고서야 휴직계를 냈다. 공천에서 떨어지면 시치미 떼고 강의실로 돌아와 계속 교수 노릇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서울대는 그 교수가 맡던 강의를 외부강사로 갑작스레 교체해야 했다. 사범대 인사위원회는 지난 1일 이 교수에게 권고 사직 결의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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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선 지역구 16명을 포함해 48명의 교수가 공천을 받았지만 사표를 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공천을 신청했던 100여명의 교수 중 1학기 수업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거나 안식년·연구년을 이용해 공천을 신청한 교수도 10명밖에 없었다. 정치하겠다는 교수 중에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서울 어느 사립대엔 15·16·17대에 연속 낙선하면서 10년 넘게 휴직과 출마를 반복해오다 학생들이 들고나오자 2005년에야 사표를 쓴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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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장과 두 차례 국회의원을 하며 11년째 교수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령 교수'도 있다. 공무원이나 언론인은 선거 60~120일 전 사표를 내야 하지만 교수들은 그런 규정이 없다는 걸 악용해온 것이다. 지난번 대선의 당내 경선, 그 후의 본선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교수들이 유력 후보 진영에 발을 담갔다. 교수로선 휴강(休講)을 밥 먹듯 했던 그들이 후보 진영에선 밤새워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데 열심이었다. 당선 후의 논공행상을 노린 특별근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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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후보들 머슴 노릇하듯이 연구와 강의에 밤을 낮 삼아 노력했더라면 우리 대학이 얼마나 발전했겠는가. 같은 과()에서 이 교수는 이 진영, 저 교수는 저 진영에 머리를 팔면서도 강의와 연구를 등한시하는 데만은 보조 일치를 보인다. 서울 어느 사립대 총학생회는 '리포트 돌려받기 캠페인'을 벌이자는 움직임이 있다. 정치에 딴전 피우는 교수들이 리포트는 읽지도 않은 채 제목과 분량, 글씨만 보고 대충 평가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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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정치 참여 교수들은 몇 년 이상 휴직하면 자동 면직된다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휴직 허용기간 내에 복귀하겠다는 교수에 대해서도 과거 교육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철저히 평가한 뒤 재임용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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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교수에 대한 교육 연구실적 평가만 엄격하더라도 정치에 발을 담근 교수들이 보험들 듯 대학에도 발을 걸쳐두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