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雜談/大學故事

대학 같지 않은 대학은 빨리 문 닫게 해야

마장골서생 2009. 3. 7. 17:02

[조선일보사설] 대학 같지 않은 대학은 빨리 문 닫게 해야

 

교육부가 신입생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립대를 통·폐합하거나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수도 없이 듣던 말이면서 한 번도 실행되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게 된다. 학교 설립에 투입한 재산이 아까워서라도 억지로 학교 문을 닫지 않았던 학교 설립자들이 재산을 보전할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부실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학교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통해 대학 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199 4년제 대학 가운데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70%에도 못 미친 대학이 20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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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S대학은 2070명 모집정원에 신입생은 22.1% 447명뿐이었다. 경북 K대학도 신입생 정원은 416명인데 실제 입학생은 28.2% 112명밖에 안 됐다. 이런 대학은 입학한 학생들도 한 학기만 지나면 우르르 그만두기 일쑤다. 경북 K대는 작년에 재적학생 602명 가운데 미등록·자퇴·미복학으로 61.6% 371명이 중간에 그만뒀다. 대학이라고 할 수 없는 대학들이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低出産) 경향으로 고교 졸업생이 올해 57만명에서 2018년엔 46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지방대 교수들은 학생들 가르치기보다 학생 모집하러 다니기 바쁜 실정이다. 고교 교무실에 '대학교수와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은 곳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83.8%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대졸자가 한 해 56만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것은 56.1%밖에 안 된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 1년에 1000만원을 넘나드는 등록금을 대느라 허리가 꺾일 지경인 부모 입장에선 대학은 자녀들 취직에 보탬도 주지 못하면서 '돈만 빨아먹는 기계'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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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년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은 83.4%였는데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70%였다. 대학답지 않은 대학이 비정규직과 백수만 늘려 사회 불안을 키워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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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 안 되는 대학들은 사립대만이 아니라 국·공립대도 통·폐합해 대학생 숫자를 줄여야 한다. 대학 가겠다는 수요에 맞춰 대학 숫자와 대학 정원을 늘릴 게 아니라, 사회가 필요한 대졸자 숫자에 맞춰 해당 분야 학과 정원을 정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입력 : 2008.12.29 22:05 / 수정 : 2008.12.29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