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雜談/大學故事

"기술연수라더니 종일 잡일만 시키는 어느 대학"

마장골서생 2009. 3. 7. 16:49

"기술연수라더니 종일 잡일만 시키는 어느 대학"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강희원 인턴기자·성균관대 약학부 4humanist-@hanmail.net

 

 3,  지방대학 조선 관련학과에 입학한 류모(19)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명 조선회사 협력업체에서 기술연수를 시켜주고 취업을 보장해 줄 뿐 아니라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던 학교측 말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입학하자마자 류씨는기술연수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차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연수라는 이름과 다르게 노동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류씨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까지 출근해 배에 케이블 선을 까는단순 노동을 반복했다.

 

300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연수시간 미달로 내년에 다시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학교 측의 설명에 류씨는 그만 둘 수도 없었다. 매주 5일씩 하루 적정 노동시간인 8시간을 근무해 4주를 채워도 월 160시간 근무이니, 류씨에게 할당된 근무량은 그 두 배에 가까운 것. 그렇다 보니 야근에 주말 근무를 해도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류씨는회사 측에서 ‘(입사지원) 서류를 넘겨 받고 채용했을 뿐 너희가 학생인 줄 몰랐다며 기술연수생이 아닌 정식직원과 같이 대우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곳이 먼 만큼 류씨는 학교 측이 제공하는 회사 인근의 여관에서 숙박했다. 한 방에 열 명씩 끼어 자야 했고 아침마다 학생 15명이 화장실 2개를 쓰면서 전쟁을 치러야 했다.

 

류씨는 “‘대학이라기에 지원했고, 공부하다가 잠깐 기술연수를 하는 줄 알았다학교는 구경도 한 번 못해보고 하루 종일 단순 노동에만 시달려야 하는 곳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실제로 교수가 근무처까지 내려온 것은 단 한 번. 류씨는휴게실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내 할 도리는 다했다고 말 한 것이 끝이었다고 말했다. 수업을 듣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류씨를 비롯, 같은 곳에서기술연수를 받았던 학생 30여명은 이를 참다 못해 지난 3월말~4월에 모두 자퇴했다. 류씨는책도, 교과서도, 학생증도 없고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직업알선업체처럼 회사를 소개시켜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해 끝내 자퇴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지난 5일 해당 학과의 교수 세 명을 모두 해임 처분했다. 학교 측은과의 향방에 대해서는 다음주 중 고위간부회의를 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8.07 17:20 / 수정 : 2008.08.07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