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中國小說

볼세비키 형제들(4)

마장골서생 2009. 1. 28. 21:49

제 4 장

 

저녁 무렵, “중등학교 홍위병 혁명 사령부”홍위병 소장들을 가득 태운 트럭 한 대가 시위원회 뒤뜰로 들어와 시위원회 서기 송이후 집 작은 정원이 딸린 바깥 채 앞에서 멈췄다.
문소리가 나자, 꿔린은 붉은 안장을 찬 왕뤠이의 지휘 아래 “홍위병 혁명 사령부”전사들을 이끌고 문을 부수고 들어와, 기세 등등하게 바깥채로 돌입했다. 순간,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
구식 군장을 한 송위앤위앤이 시퍼렇게 빛나는 식칼을 들고 눈을 부라리며,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 여 전사처럼 자세를 잡고 바깥채 계단에 서 있었다.
왕뤠이는 제 발이 저려 자신도 모르게 두 걸음 물러섰다.
꿔린은 즉시 건달 같은 폼을 잡고, 허리에서 면이 넓은 군용혁대를 빼내 들고 휘두르며 사납게 소리치며 말했다. “송위앤위앤! 너 이 외골수 반동 애비 비호자! 살고싶지 않아?”
송위앤위앤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니들 이 방 들어 갈려면 내 시체 밟고 가!”
꿔린은 이를 갈며 말했다. “제기랄! 계집애가 반란 일으킬려고 하나!……” 달려들어 혁대로 치려 하자, 송위앤위앤의 필사적인 저항에 놀라 다시 물러났다. “자 날 따르라!”
홍위병 전사들은 소리를 질렀으나 누구 하나 달려들지 않았다.
왕뤠이가 급히 원만하게 수습하려 말했다. “헤헤, 위앤위앤, 꿔 사령과 이 사람들 말이야 너 아빠랑 홍위병 혁명 사령부에 가서 얘기 좀 하려고 그래……”
“반역자의 주구! 꺼져!” 송위앤위앤은 왕뤠이를 가리키며 호되게 욕했다. “공산당 아직 망하지 않았어! 너 대가리 조심해!”
왕뤠이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며,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꿔린은 상스런 욕을 하고, 갑자기 외투를 벗고 맨 어깨를 더러 낸 채 혁대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와 ――”
송위앤위앤은 서리발이 번뜩이는 칼을 힘껏 후려치면서 미친 듯 큰 소리를 질렀다. “와 ―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그녀는 일종의 열광적인 정신에 고무되어 정말로 사람을 치려 하였다.
꿔린이 다시 물러나자, 주위의 홍위병들이 떠들썩하게 웃어됐다.
꿔린이 다시 달려드는 순간, 문밖에서 다시 귀를 찢는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고, 머리를 들어 보았을 때 두 대의 트럭에 가득 탄“중등학교 홍위병 연합 총지휘부”홍위병 전사들이 류얼의 지시 아래 성큼성큼 작은 정원으로 돌입해오는 것이 보였다.
류얼은 지도자의 위엄을 갖고 시원스럽게 인사하며 말했다. “이야, 명성이 자자한 좌파 꿔 사령께서 먼저 선수를 쳤구먼! 어떻게 된 거야? 송이후를 잡지 않고 계집애랑 싸우고 있어?”
꿔린은 매섭게 류얼을 바라보며 말했다. “류 총지휘관, 시급 기관은 우리 홍위병 사령부 관할인데, 뭐 하러 온 거야?”
“뭐야? 땅 가르기 하자는 거야? 송이후는 우리 시에서 가장 거물급 반동수령이야, 넌 잡을 수 있고, 난 잡을 수 없는 거냐? 넌 그 조 영감이야, 우리들의‘아Q혁명’을 원치 않았잖아!”
꿔린은 순간 길을 열어주고, 잘 됐다 싶어서 말했다. “딸내미 저기 있어, 잡아보시지! 물려 줄께!”
류얼은 계단 앞에서 칼을 들고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고 있는 송위앤위앤을 보며 웃고는, 눈빛을 갑자기 사람들 뒤에 숨어있는 왕뤠이를 쏘아보고는 웃으며 물었다.“이야, 왕 부장! 당신도 반동 숙청에 가담했나?”
왕뤠이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얼굴을 붉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헤헤, 유행이잖소…… 반동숙청 이유 있죠, 반동숙청 이유 있죠…… 난 마오 주석의 혁명노선을 줄곧 ……”
류얼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 노선은 괜찮지만 ‘반동’은 되지 마쇼!”
왕뤠이는 곧장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어디, 어디……”
류얼은 헛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송위앤위앤 쪽으로 왔고, 조금의 위협도 없었다.
송위앤위앤은 식칼을 들고 고함쳤다. “오지 마! 정말 칠 꺼야!”
류얼은 냉소적인 태도로 웃으며 말했다. “이봐, 아가씨, 이렇게 까지 할 필요 없잖아! 우린 홍위병 전우잖아 ……”
송위앤위앤이 칼을 휘두르자 류얼은 잽싸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고, 힘을 조금 주고 틀자 식칼이 손에서 떨어졌다.
류얼은 거만스럽게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칭찬하며 말했다. “욕 잘했다! 너 이 조그만 ‘강 아가씨’ 끝까지 잘 할 수 없을까 두렵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쏭웬웬은 격렬하게 책상 위의 잉크병을 잡아 류얼의 머리 쪽으로 던지며 욕을 해댔다. “철면피!”
류얼이 머리를 피하자 잉크병은 벽에 부딪혀 박살이 났고 잉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두 명의 여자 홍위병 전사들이 급히 쏭웬웬을 말렸다.
류얼은 얼굴색을 가라앉히며 사납게 소리쳤다. “데리고 가!”
쏭웬웬은 콧방귀를 뀌면서 여 홍위병 전사들을 뿌리치고 냉소하며 몸을 돌려 큰 걸음으로 문을 나갔다. 그녀가 고개를 쳐들고 가슴을 펴고 나가는 모습은 당당한 여중생의 영웅적 기개가 넘쳤다.
류얼은 몸을 일으키며 비웃듯이 말했다. “그야말로 영화 같구만......”
새벽 4시, 한 대의 가쓰 69 지프차가 차가운 강변의 큰길에 바람처럼 와서는 왕롱먼 터널 쪽으로 갔다.
류얼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하며 국도를 급히 지나가고 있었다......
어둠침침한 터널 안은 음산한 바람이 울고 전등 불빛은 처량한데,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엔진소리가 거대한 메아리를 만들었다.
갑자기 강렬한 전조등 빛줄기 앞에 한 여인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지프차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류얼은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쳤다. “누나!”
수척해진 얼굴의 쓰웨이도 방공호 속에서 걸어 나왔다.
류뿌는 쫓기는 듯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방공호 속에 있다......”
류얼은 누나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빨리 여기를 떠나요! 빨리!
류뿌 부부는 지체 없이 서둘러 터널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류얼은 누나와 자형의 뒷모습을 눈길로 배웅하면서 황급히 손목시계를 보고는 나지막한 소리로 방공호를 향해 말했다. “보세요! 빨리 나오세요!”
잠시 후 낡은 작업복을 걸친 쏭이후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격하게 류얼의 손을 잡았다. “류얼 동지......”
류얼은 말할 틈도 없이 차의 뒷문을 열고는 간단히 말했다. “빨리 오르세요! 어떤 사람이 베이징으로 호송할 겁니다......”
쏭이후가 지프차의 뒷좌석으로 들어가 앉자 류얼은 차 문을 닫았다.
먼 곳에서 봄 우레 소리처럼 낮은 울림이 서서히 전해왔다. 한 무리 긴 대열의 눈부신 자동차 불빛이 곧바로 터널 입구로 쏟아져 들어오자 땅이 흡사 가볍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류얼은 철인처럼 운전석에 앉아 우레 같이 울리는 거대한 메아리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한 대 한 대 군인과 물자를 가들 실은 군용 카고 트럭이 지프차 옆으로 슈웅 슈웅 지나쳐 갔고, 화물칸은 범포에 의해 단단하게 가려져 바람조차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갑자기 마지막 군용차 한 대가 지프 옆에 멈추었고, 산뜻한 군장을 한 덩치가 큰 군인 하나가 차에서 뛰어내렸다.
류얼은 후동성에게 뒷자리를 가리키며 웃었다.
후동성은 한 무더기의 옷을 안고 뒷좌석으로 기어들어 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빨리 옷을 바꿔 입으세요! 소리 내지 마시고......”
류얼은 고개를 숙여 시계를 보고는 지나쳐 간 차량들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젖어들었다.
잠깐동안에 군복으로 바꾸어 입고 군용 외투를 걸친 쏭이후가 지프차에서 뛰어내려 류얼의 손을 잡아보고는 후동성에 의해 군용트럭의 운전실로 보내졌다. 후동성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지프차의 앞으로 뛰어가서 류얼의 손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허난성으로 가서 군인이 될 거야! 3년 내지는 5년 정도 돌아올 수 없을 거야. 웬웬......너에게 부탁한다! 잘못돼서는 안 된다......”
류얼은 눈을 껌벅였다. “안심해라!”
후동성은 웃음을 짓고는 몸을 돌려 운전실로 뛰어올랐다.
군용트럭은 큰소리를 내며 나아갔고 군용트럭의 대열이 뒤를 따랐다.
류얼은 연방 숨을 내쉬며 머리를 숙이고 스스로 비웃듯이 웃고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지프차를 반대방향으로 몰았다.
날이 밝아오자 밤의 장막은 슬그머니 물러났다. 눈이 부실 정도로 전조등을 켠 군용트럭들이 긴 뱀처럼 서서히 강변에 위치한 군용 나루터에 다달았다.
갑자기 길옆 우거진 풀 섶에서 각목과 가죽띠를 움켜 쥔 홍위병 전사들이 뛰어나와 도로를 막았다.
군용차 부대가 정지 당하자 가속페달을 밟아 큰 소리를 내었다.
“홍짜오쓰(紅造司)”라고 쓴 완장을 찬 꿔린은 거만스럽게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젊은 군관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해방군 동지! 우리 충칭 홍위병 혁명 조반 총사령부는 현재 죄를 짓고 도망친 반동분자 쏭이후를 체포하려고 합니다. 지나는 차량들은 반드시 무조건 우리들의 검열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의 혁명을 지지해 주---”
젊은 군관은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뺨을 후려치며 그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무슨 빌어먹을 총사령부야! 이건 군용차량이다! 너 똑똑히 봤어? 군사 업무를 지체하게 된다면 내가 네 놈의 대가리를 가져가겠다! 비켜라!”
꿔린과 홍위병들은 모두 멍해져서 꼼짝도 못한 채 서 있었다.
젊은 군관은 운전실 발판에 서서 권총을 뽑아들고 소리쳤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놈은 나와라! 출발!”
차량부대는 굉음을 울리며 충분한 가속을 한 뒤 앞으로 전진하였다!
꿔린은 놀라 잽싸게 길옆으로 피하며 눈을 부릅뜨고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군용 나루터를 향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꿔린은 맞아서 부은 볼을 만지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차량 부대를 바라보며  욕을 해대었다. “빌어먹을! 홍위병 혁명파가 해방군을 이길 수 없다니 무슨 세상이 이래!”

어둡고 눅눅한 지하실에 상처로 얼룩진 한 구의 몸통이 천천히 꿈틀대더니 발악하듯이 두 손으로 벽의 모퉁이를 부여잡고 떨면서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류쉐이창이었다.
여명전의 어둠이다. 창문으로 한 줄기의 약한 빛이 뚫고 들어왔다.
류쉐이창은 아픔을 참으며 손가락을 깨물어 붉은 피로써 얼룩덜룩한 벽에 눈에 확 띄는 몇 자를 적었다.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 류.”
류쉐이창은 상처 입은 몸과 무거운 쇠사슬을 끌고서 한 걸음 한 걸음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철책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와 쇠사슬이 땅에 끌리는 “드르륵”하는 소리를 따라 그는 몽유병자처럼 아무도 없는 넓고 텅 빈 시멘트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한 층 한 층씩 올라 곧장 널찍한 옥상의 테라스에 다다랐다. 하늘가의 두려운 붉은 구름을 마주하면서 가장자리 쪽으로 갔다.
새벽바람이 류쉐이창의 헝클어진 하얀 머리카락과 낡고 헤진 옷자락을 살랑살랑 파고들어 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진 풍상을 다 겪은 그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올랐고, 눈에는 무한한 동경과 미련이 흘러나왔다.
동녘이 밝아올 즈음 놀빛이 만 갈래로 비쳤다. 깊이 잠든 충칭은 거인처럼 서서히 깨어났고, 사람을 끄는 호루라기 소리는 하늘을 맴돌았다......이 순간에 그는 혁명의 큰누이 쭈오수윈과 아름답고 연약한 친황,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노모와 귀여운 다섯 아이들이 떠올랐고, 그들은 모두 언제나 마음에 걸리게 하였다! 정말 모든 것이 희뿌연 안개 속 같았고,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고층 건물의 꼭대기는 가위로 오려놓은 듯 또렷하게 하늘에 비쳤다.
“영원한 이별이다!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아......”
비분에 찬 긴 외침 소리를 따라 비둘기 무리가 “푸드득” 놀라 날아오르며 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가로 날아갔다......
거대한 선홍색의 태양이 천천히 떠오르며 활활 타올랐다.
건물 테라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태양은 소리 없이 타오르고 타올랐다.
깊은 밤이었다. 폭우는 번개치고 우레 소리 우는 가운데 퍼붓듯이 내렸다.
창백한 가로등 아래 고층 건물 앞의 빈터에 넘쳐 빗발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뿌얼스웨이커 형제와 친황 쓰웨이 쏭웬웬 등은 발을 나란히 한 채 깊은 빗물 속에 눈물을 머금고 류쉐이창의 시신을 거두었다.
친황은 간장이 끊어질 듯한 비통함에 말을 잃고 통곡하다 거의 혼절할 것 같았다.
쏭웬웬의 어린 마음에 깊은 흔들림을 받았다.
뿌얼스웨이커 형제 다섯 사람은 슬픔을 억누르며 방수포로 아버지의 시신을 싸서 리어카 위로 옮겼다.
창백하고 앙상한 두 발이 밖으로 나와 유달리 눈을 자극하였다.
막내 미커는 웃옷을 벗어 묵묵히 아버지의 발을 덮었다.
류얼과 류스 그리고 류웨이는 리어카의 바닥을 당겼고, 류뿌 부부와 친황 모자 그리고 쏭웬웬은 리어카의 뒤를 따르며 서서히 퍼부어 대는 빗속으로 사라져갔다......
침묵으로 휩싸인 캄캄한 밤은 싸늘하고 길기만 했다.

격렬한 벼락이 치고 번개가 하늘을 찢자 광풍이 크게 일어났다......
한 밤중에 도축사 출신의 혁명파 두목이 공안원들을 이끌고 문을 부수고 들어서서는 친황 모자가 거주하고 있는 낡아빠진 작은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백정은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친황! 일어나라!”
친황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커를 꼭 안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되는 듯한 한 공안원이 물었다. “당신이 친황인가?”
친황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요......”
공안원은 체포증을 순간적으로 보이고는 말했다. “시 공안검거법 연합지휘부의 비준을 거쳐 당신을 잠입특무죄로 정식 체포되었다. 데려가라!”
두 명의 공안원이 앞으로 나와 친황을 끌어 내 수갑을 채웠다.
미커는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엄마!......”
친황은 눈물을 삼키며 소리쳤다. “미커!......”
백정은 거칠게 미커를 밀쳐내자 공안원들이 친황을 문밖으로 데리고 나가 죄수수송차에 밀어 넣었다.
미커는 소리치며 문밖으로 쫓아 나왔다. “엄마! 엄마!......”
친황은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차창 너머로 내밀었다.
죄수 수송차량은 날카롭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온 길에 진흙을 뿌리며 떠났다.
미커의 작디작은 몸은 미친 듯한 바람과 폭우 속에 멀어져 가는 차를 쫓아갔다. 처량한 울음소리는 빗소리에 묻혀버렸다......

몇 대의 차량에 기관총을 설치하고 실탄을 장착한 총을 멘 무장투쟁 요원들을 가득 실은 큰 트럭이 천천히 한산한 충칭의 거리로 다가왔다. 고음의 스피커에서는 살벌한 구호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홍위병 연합 강도들이 홍위병 혁명 사령부의 여전사에게 총을 쏜 것을 강력하게 항의한다!”
“이론으로 공격하고 무력으로 투쟁하여 목숨을 걸고 혁명정권을 지키자!“
“반혁명 양면파 류얼을 타도하자!”
“마오 주석의 무산계급혁명노선 승리 만세!”
꿔린은 머리에 철모를 쓰고, 손에는 소총을 들고, 운전실로 오르는 발판 위에우쭐대며 서서 두 눈은 흉포한 빛을 뿜어내면서 끊임없이 총을 들어 공중에 발사하였다......

류뿌는 급하게 미커의 행방을 찾아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류뿌는 안전을 돌아보지도 않고 금속가공공장의 낡은 사무실을 찾아 온통 비계살이 가득한 얼굴을 한 백정에게 물어보았지만 오히려 상식도 통하지 않는 놈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훈계나 들어야 했다. 그는 도망치듯 공장건물을 뛰쳐나와서는 부근의 파출소의 민정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 민정 경찰은 의외로 인내심을 가지고 보관하고 있던 서류를 뒤지다 머리를 가로 저으며 미커의 행방을 찾을 길이 없다고 하였다. 단념할 수 없는 류뿌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서 강변에서 물제비 놀이를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찾아 차례차례 물어보았지만 개구쟁이들의 이쪽저쪽을 가리키며 마구 하는 말에 더욱 실망하였다. 망연자실해 하던 중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그녀는 황급히 강나루로 달려가 높다란 돌계단을 힘껏 기어오른 후 전차를 타고 기차역에 도착하여 혼잡한 광장에서 미친 듯이 “미커”의 이름을 불렀다. 한 모퉁이에서 남루한 옷을 걸친 한 무리의 유랑아이들을 발견하고 말을 붙이려는데 더럽고 거친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다가오며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자 너무 놀라 얼른 발을 빼 도망쳤다.
어둠이 깔리는 밤의 장막은 점점 내려오는데 살을 에는 찬바람 속에 허약한 류뿌는 스카프를 단단히 매고 행인들의 왕래가 빈번한 큰길을 뚫고 걸으며 다 식은 만두를 베어 물었다. 어쩌다 지나치는 가로등이 잿빛인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약간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했다.
저녁이 되어 류뿌는 지친 몸을 끌고서 케이블카 정거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무심결에 사람의 바지 솔기 틈으로 밑으로 삐어져 나온 동상에 걸려 붓고 곪은 아이의 두 맨발을 보고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지체 없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헝클어진 머리와 더러운 얼굴을 하고 작은 거지 아이가 담 밑에 누워 있었다. 다 찢어지고 헤진 옷에다 더럽고 냄새가 진동하고 다리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데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변의 마음씨 고운 분들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다가 한 두 푼의 동전을 거지 아이의 몸에 던져주었다......
류뿌는 쪼그리고 앉아 거지 아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누렇고 마른 작은 얼굴이 드러났다---아! 정말로 불쌍한 미커였다! 아이는 벌써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류뿌의 마음은 찢어질듯이 아파 눈물은 샘솟듯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막내 동생을 품안에 끌어안고는 쉬지 않고 간절하게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조금의 감각도 남아 있지 않은 작은 얼굴에 입맞추었다. 둘러서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후유하며 탄식하였다---
류뿌는 막내 동생을 들쳐업고 따스한 온기가 흐르는 뿌얼스웨커 형제의 작은 집으로 돌아오자 쓰웨이와 웨이웨이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겨우 한 달이 지난 류뿌의 아들 꿰궈가 젖을 달라고 보채는데도 그녀는 젖을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는 가련한 어린 동생에게 물렸다......
미커가 마침내 깨어났을 때 깨끗하고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있었고, 누나와 자형 그리고 착한 어린 동생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는 밥을 먹여주고, 자형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혀주고, 웨이웨이는 아코디언을 켜며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미커의 눈은 물기로 젖었다. 부모님 외에 언제 이렇게 큰 온기와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몸서리쳐질 정도로 공포와 능욕을 받았던 마음에 또 언제 이렇게 큰 기쁨이 있었던가!
해가 질 무렵, 시 교육국의 큰 건물 꼭대기에는 “홍렌즈(紅聯指:혁명연합지휘부)”의 대형 깃발이 펄럭였다. 탄흔이 자욱한 건물벽 양편에 “하루빨리 철통같이 지켜고 중지를 모아 성을 공고히 하자”라는 대형 표어가 씌어 있었고, 중간에 “이론으로 공격하고 무력으로 지키며 충칭을 붉은 피로 물들이자(文功武衛, 血染山城)”라는 선홍색의 큰 여덟 글자가 덧붙여져 있었다.
건물 정문 앞은 모래주머니와 철망으로 견고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창문들은 모두 벽돌로 막아 빈틈이 없었다.
회의실 안의 책상 위에는 기관총이 설치되어 있고 벽 모퉁이에는 실탄이 가득 쌓여 있었다.
류얼은 사격용 구멍의 망원경 앞에 엎드려 밖을 살피며 자동소총을 둘러 멘 쏭웬웬이 건들건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류얼! 난 나가서 물건 좀 사고 싶어......”
“쓸데없는 소리!” 류얼은 머리를 돌려 다정스럽게 그녀의 땋은 머리카락을 살짝 당기고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살고 싶은 생각 없나보지?”
쏭웬웬은 입을 삐죽거리며 총을 내려놓고 말했다. “눠가 그렇게 심각해! 벌써 한 달째 아래로 못 내려가서 뼛속에 곰팡이가 필 정도란 말이야.”
“안돼! 거리는 어지럽기 짝이 없어! 일 생기게 하지 마라......”
쏭웬웬은 그의 팔을 흔들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가자! 곧 날이 어두워지면 상점도 문을 닫을거야! 나랑 같이 가자......”
류얼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알았어. 같이 가자!”
쏭웬웬은 뛸 듯이 기뻤다. “정말? 헤헤!”
그녀는 갑자기 까치발을 하고서는 류얼의 볼에 힘주어 입맞춤을 했다.
류얼은 잠깐 멍해졌다가 곧 그녀의 코를 한번 문질렀다. “계집애!”
쏭웬웬은 얼굴을 붉히며 천진스럽게 웃고는 정을 담뿍 담아 그에게 “흥”하는 소리를 내며 흘겨보다가 별안간 무언가 생각난 듯이 품안에서 정교한 리볼보 권총 한 자루를 꺼내어 류얼에게 건네주었다.
“가져! 만일에 꿔린과 부딪히게 되면---”
류얼은 불에 댄 듯이 손을 움츠리며 정색하고 말했다. “너 또 모르는 것 아니잖아! 나는 아직까지도 이따위 장난감에 손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쏭웬웬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흥, 위선자!”
하늘이 빠르게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행인들도 드물었다.
매서운 찬바람 속에 류얼과 쏭웬웬은 군대 외투로 감싸고 담소하며 빠른 걸음으로 불이 밝혀져 있는 작은 상점으로 들어갔다.
상점의 여점원이 맞이하면서 말했다. “동지, 우리 퇴근해야되니까 살려거든 빨리 사세요. 뭘 사려고요?”
쏭웬웬이 말했다. “휴지 두 개 주세요.”
여점원은 휴지 두 개를 가져다 주면서 말했다. “1윈앤 4마오 첸입니다.”
쏭웬웬은 돈을 지불했는데, 여점원은 예상치도 못한 말을 했다.
“13호 표 두장을 주세요.”
쏭웬웬은 멍청해진 태도로 “무슨 번호표요? 없는데요!”
여점원은 휴지를 나꿔채며 냉랭하게 말했다. “번호표가 없으면 물건을 사지 마세요! 재수없어서, 먼저 제대로 알고나 올 것이지......”
쏭웬웬은 예쁘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권총을 계산대 앞에 올려놓고 소리쳤다. “번호표 없어도 사야겠어! 빌어먹을, 휴지조차도 번호표가 있어야 된다니 이 무슨 놈의 세상이 이따위야! 가져와!”
여점원은 하얗게 질려서는 어쩔줄 모르며 휴지를 쏭웬웬에게 건네주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류얼은 작은 소리로 채근했다. “빨리 가자, 날이 어두워졌어......”
쏭원웬은 권총과 휴지를 차가운 외투 속에 집어넣고는 키득키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미안합니다. 안녕!”
음산한 바람이 낙엽을 말아 올리며 낮고도 기괴한 소리를 내었다. 거리의 행인들은 더욱 적어졌다.
류얼은 어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신이 난 쏭웬웬을 잡아 당겨 빠른 걸음으로 주둔지를 향해 걸었다.
“웬웬, 좀 빨리 걸어라! 내 느낌이 별로 안 좋아.”
“걱정은 무슨? 류얼, 나 오늘 좀 흥분돼, 걸으면서 바람도 쐬었으면 통쾌할 것 같아.”
“너......좀 이상하다, 휴지 두 개 때문에 권총으로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고 말야.”
“호호, 이상하다고, 어때서? 류얼, 말해줄게, 나, 나 월경이 왔거든! 외국 소설 속에서 말하는 그런 것 말야, 바로 성숙한 숙녀로 간다는 것이지. 그 여점원이 뜻밖에도 휴지조차 내게 팔지 않는다면 화나지 않을 수 있겠어? 호호, 류얼, 난 흥분된단 말이야, 정말......흥분된다고!”
쏭웬웬의 가리지 않는 말이 류얼을 놀라고 흥분되게 하였고, 그녀의 뜨거워진 작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웬웬, 너 이번에......정말 아름답다.”
“정말? 류얼, 너도 멋진데 뭘. 너무 기뻐, 자, 우리 함께 노래 부르자 어때!” 그녀는 검고 밝은 눈동자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류얼은 감동을 받아 그녀와 함께 뜨겁고도 흥분되는 감정 속으로 빠져들어 조금 전의 두려웠던 예감을 잊어버리고 큰소리로 말했다. “좋아! 웬웬.”

                      우리는 젊은이다.
                      뜨거운 가슴이 있어,
                      혁명시대에 첨병이 되리라......

맑고 힘있는 노래 소리가 황혼의 정적을 깨뜨렸고, 손에 손을 잡은 한 쌍의 홍위병 전사들은 위험을 망각하고 신이 나서 텅 빈 거리를 활보하였다.
갑자기 앞에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세 사람과 부딪혔다.
류얼은 놀라 소리질렀다. “꿔린?!......”
순간적으로 꿔린의 음침하고 마른 얼굴이 갸우뚱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아!” 소리를 내며 두어 걸음 물러나더니 총을 꺼내었다.
쏭웬웬은 놀라서 앞으로 넘어졌다. “류얼---!”
꿔린의 모제르총이 뇌성처럼 “펑”하고 울렸다.
류얼의 몸쪽으로 뛰어들던 쏭웬웬의 왼쪽 가슴에 명중하였고, 눈을 시리게 하는 선혈이 뿜어져 나오더니 몸이 가볍게 뒤쪽으로 넘어갔다.
꿔린 등의 세 사람은 잠깐 멍한 채 있다 뒤돌아 도망쳤다.
쏭웬웬은 큰 눈을 뜨고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면서 손을 한번 휘젓자 아직 움켜잡지도 못한 권총이 날아갔다......
리볼보 권총이 공중에서 아름답게 원을 그리며 굴러 떨어졌다......
쏭웬웬은 가볍게 날리듯이 서서히 뒤편에 서 있는 류얼의 가슴속으로 넘어갔다......

파란 힘줄이 들어 날 정도로 마르고, 상흔이 가득한 맨발로 힘겹게 험한 잔도 위를 행진할 때 낭랑하면서도 슬픈 뱃사공의 메김 소리가 텅 빈 협곡 사이에서 맴돌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누렇게 뜬 얼굴에 살이 빠진 남루한 배를 끄는 인부들은 굽은 허리는 굽고 등은 튀어나왔다. 발로 밟고 손으로 당기며 줄을 메고 물을 거슬러 배를 끌었다.
강의 흐름은 급하고 소용돌이치는데 모래 위의 갈매기는 낮게 날아갔다......
단단히 묶은 밧줄은 “빠지직” 소리를 내며 미끄러운 밧줄이 빠져나오는 돌기둥 위에 마찰되며 깊은 홈을 만들어 내었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 척의 여객선이 고동을 길게 울리며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노동으로 개조하고 노동으로 교육하는 농장에서 석방되어 돌아오는 친황은 여객선 갑판 위에 서서 흐릿한 눈빛으로 아련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세 등등했던 홍위병운동은 끝이 났다. 노도와 같은 지식청년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농민과 함께 노동과 사상성을 높이는 운동을 시작했다. 뿌얼스웨이커 형제와 많은 또래의 사람들이 마치 씨앗처럼 온 나라안에 흩어지게 되고, 모든 지식청년들이 열악한 생활가운데서 잘 버티며, 예전 홍위병의 열광과 꿈이 참혹한 현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부딪히게 되어, 그들은 이제서야 진정한 인생을 시작하게되었다.
  잠시 급변하는 상황 속에 처한 홍위병 지도자 류얼은 심사와 비판을 받은 후에, 하급기관 다빠산 구역 농촌에 이관되어 “재교육”을 받았다. 순박하고 선량한 류웨이는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나이 많은 할머니를 걱정하여, 황량한 타이싱산 지역에 혼자 돌아와 인민공사의 생산대에 가입해 정착하였으나, 류스는 오히려 이름을 숨기고 암암리에 아무도 모르게 부대에 섞여 들어갔으며 낭만적인 군대 생활이 시작됐다.
  다만 가여운 막내 미커의 운명이 가장 비참하게 됐다. 미커는 반드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상처와 모욕을 받아야 했다. 영원히 불행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해가 질 무렵이었다. 겨울의 석양빛 속에 남쪽 언덕 골목길 청석판 길에 아득히 간편한 짐을 든 친팡과 그 뒤를 따라는 농장 간부와 걸어오고 있었다. 이웃집 사람들이 낮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친팡은 여러 사람들의 눈길에 고개를 숙이고 골목길을 지나갔다.
  해질 무렵, 친팡은 낡은 작은 집 앞에 돌아와.......문을 밀고 깜깜한 집안으로 들어갔다.
  친팡은 풀스위치를 만져서 전등을 켰다. 어둠침침한 등 아래서, 집안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거미줄이 여기저기 퍼져있으며 사방 벽이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친팡은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밖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친팡! 공장 혁명 위원회 주 주임이 당신을 부르니까 곧장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도록 해요!”
  “예” 친팡은 대답하며 문을 가리고 나갔다.
  공장혁명위원회 사무실은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고, 문은 그냥 닫혀있었다.
  친팡은 문밖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보고 합니다.”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들어와.”
    친팡은 서먹서먹해서 불안하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의 불빛이 아주 밝았으며 벽에는 상장과 우승기만이 가득 걸려있을 뿐이었다. 백정 출신인 공장혁명위원회 주임은 사무실 탁자 뒤쪽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 살찐 맨다리를 치켜들고 술을 마시며 돼지고기와 땅콩을...... 입 속으로 속요를 흥얼거리는 것이 매우 쾌활해 보였다.
  친팡은 눈을 내리 뜨고 가볍게 말했다. “주 주임님, 저 왔어요.”
  주 주임은 더러운 발을 탁자위에 올려놓고는 취한 눈을 흐릿하게 뜨고 친팡을 응시하며 물었다. “음, 친팡, 돌아와서 무슨 계획한 것이 있습니까?”
  친팡은 근성으로(기계적으로) “지도 조치에 복종하고, 사람들의 감독을 받아들이고, 매우 성실함 만이 허락할 뿐, 함부로 말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고 대답했다. 백정 출신인 주임이 참지 못하고 손을 내 흔들었다.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했소! 묻겠는데, 혼자 사는 것은 무슨 생각이 있어서요? 한번 말해보시오!“
  친팡은 얼굴을 숙이고 머리를 흔들었다.
  주 주임은 나무 슬리퍼를 질질 끌고 흔들거리며 와서는 친팡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괴상하고 야릇하게 말했다. “류쉐창, 당과 인민에게 스스로 배척했소, 인류에게 부끄럽지 않게 개 똥 무더기가 되어야지! 당신은 남편과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해요. 새 사람이 되야하오(행동해야하오). 당신은 또 아주 젊어! 몇 년을 갇혀있어도 정말로 별로 늙어보이지 않소, 히히! ‘서른살에 늑대같고, 마흔엔 호랑이와 같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정말, 늑대같고 호랑이 같은 나이인데 당신은 남자 생각 안나는 거요? 허세부리지 말고......” 라고 말하며 주 주임은 손을 내 밀어 친팡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친팡은 그의 손을 떨치며 뒷걸음 질 치고는 얼굴이 빨개지며 화가 났지만 부드럽게 말했다. “주 주임님! 젊잖게 좀 구세요! 제 아들이 벌써 열 다섯 살이예요. 당신 역시 지도 간부 시고요......”
  주 주임은 자신의 손을 보고 .......................하하 웃더니 자기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히죽거리며 말했다.“나 역시 늙은 편은 아니요? 당신 보다 여덟살이 많은 것 뿐이요, 하필 그렇게 정색하기는! 다시 말해서, 당신은 과부이고, 결국 의지할 데가 있어야 하지 않소? 나도 강요는 않겠소. 일요일마다 남몰래 한 두 번 나와 함께라면, 가령 평생이라도 높은 지위에 의지 할 수 있지 않소......”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운 친팡은 다만 아들을 위해서 그야말로 상대의 모욕을 애써 참고있으며, 사실은 듣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여 주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주 주임님! 다른 일 없으면 저 돌아갑니다.”
  주임은 흥취가 깨져서 친팡을,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면서 욕정을 참으며 느릿느릿 말했다. “좋아. 당신에게 알려주겠는데, 당신을 노동개조 농장에서 복직하게 한것도 내가 주선한 거요. 만약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다시 당신을 돌려보낼 수 있소. 평생을 산골짜기에 틀어 박혀있을 거요! 잘 생각해 보시오. 아들의 앞날을 생각해 보시오”
  친팡은 몸을 돌려 뒤돌아보지 않고 문밖으로 나갔다.
  밤 늦게, 친팡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다락방의 방문을 밀고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류뿌”하고 불렀다.
  등불아래서 여섯 살난 아들 꿔꿔에게 글자 쓰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류뿌가 고개를 들고 놀람 반 기쁨 반으로 큰소리로 말했다.“친팡 아주머니! 돌아오셨어요?...... ”
  친팡은 류뿌를 안자마자 소리없이 울먹이며 “돌아왔어......”
  꿔꿔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어오자 마자 우는 이 낯선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류뿌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친팡을 붙잡고 식탁옆에 앉히며 말했다. “빨리 앉으세요,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세요......”
  친팡은 별안간 꿔꿔를 발견하고는 눈물에 어른거리는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얘가 네 아들이니? 벌써 이렇게 크게 자랐네......”
  류뿌는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꿔꿔야, 어서 할머니!해야지. ”
  꿔꿔는 명랑하게 “할머니!” 라고 불렀다.
  “아니......!” 친팡은 만감이 교차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
  류뿌의 남편, 스웨이는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들어왔다. 유쾌하게 안부를 물으며 말했다.“친팡 아주머니 오셨어요? 우리모두 편지는 받았어요.”
  친팡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머리를 저으며 웃고 있었다. 작은 다락방에 온기가 가득했다. 친팡이 갑자기 물었다.“미커는?”
  류뿌는 위로하듯 말했다.“아!, 안심하세요. 미커는 반 친구집에 숙제하러 갔어요, 빨리 돌아올 꺼예요...... 스웨이, 당신 빨리 가서 미커를 다시 데려 와 줄래요!” 스웨이는 대답하며 앞치마를 풀어놓고 재빨리 나갔다.
  “아빠! 나도 미커 삼촌 데리러 갈래! ” 꿔꿔가 소리치며 쫓아나갔다.
  친팡은 안절부절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또 앉았다. 장차 아들을 보게될 흥분된 마음을 억제 할 수 없었다. 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류뿌의 손을 잡고 말했다.
  ”미커가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겠어...... 요 몇 년 동안, 자네들에게 누를 끼치게 됐어......“
  “미커는 다 자랐고, 말을 잘 들어요. 성격이 좀 고팍하고, 말하는 것을 싫어해요. 류스 어릴 때와 거의 같얘요......”
  친팡은 별안간 뭔가를 생각하고 텅빈 작은 다락방을 둘러보더니 말했다.“동생들은 어디로 갔니? 모두 갔니?”
  류뿌는 친팡에게 말해주었다.“류얼과 류웨이는 인민공사 생산대에 들어갔어요. 류얼은 따빠산의 가장 빈궁한 생산대에 들어갔고, 류스는 할머니를 돌보러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류뿌는 갑자기 귓속말로 친팡에게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류스는 북쪽으로 군인(?)이 되어 갔어요!”
  “아니......” 친팡은 흐뭇하여 (?) 바로 머리를 저어며 말했다. “알았어! 말 안할게......”
  계단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났다.
  친팡은 “벌떡” 일어서더니 문 앞으로 두 걸음 나가더니 마치 못처럼 굳어졌다. 거의 좀 신경질적으로 멍해서 문 입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온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발 걸음 소리가 갈수록 가깝게 들렸다.
  친팡은 눈이 빠지게 기다렸으며 거의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꿔궈의 머리가 집으로 향했다.“엄마, 미커 삼촌 돌아왔어!”
  친팡은 마치 눈 앞의 광경을 감히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얼굴이 어둡고, 머리는 마구 허클어진 소년이 바로 친팡이 애지중지하는 아들 미커였다. 눈은 곧바로 아들 미커를 보고있지만 이루 다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었다.
  스웨이는 살며시 미커를 떠 밀었다.“미커, 어머니라고 불러!”
  미커는 무관심한 듯이 어머니를 보면서도 조용히 말이 없었다.
  “미커! 내 아들!......” 친팡은 마침내 울부짖으며 폭발했다. 앞으로 달려들어가 아들의 머리를 꽉 껴안았다. 어머니의 뜨거운 키스는 아들의 표정 없는 얼굴에 냉랭하게 남겨졌다......
  이렇듯 광적인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것이 마치 익숙지 않은 것 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어머니의 포옹을 밀어 젖혔다.
  친팡은 멍하니 아들의 낯설고 냉담한 눈빛을 바라보며, 돌연 만개의 화살이 심장을 뚫는 것 같으며, 부드러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고, 무릎이 나른해지는 것이 너무도 슬픈 나머지 죽고 싶은 생각뿐이어서 아들의 면전에 꿇어 엎드려 그의 다리를 꽉 껴안고 울부짖으며 말했다.“미커야! 아들아! 엄마는 네게 미안하단다!......”
  류뿌와 스웨이는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커는 오히려 석상과 같이 조금도 동정하지 않으며, 고집스럽게 한쪽으로 돌리고 있는 작은 얼굴의 어두운 눈빛은 멀리 창 밖에서 깜빡이는 인가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꼭 사람을 미혹시키는 밤의 색에 이미 도취된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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