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中國小說

볼세비키 형제들(3)

마장골서생 2009. 1. 28. 21:47

제 3 장

 

강의동에는 불이 훤하게 켜져 있고, 캠퍼스 안은 의외로 조용했다.
교실안의 십 여명의 학생들은 저녁 자습시간에 자리에 앉아 책을 보거나 숙제를 하고 있고, 가벼운 책 넘기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한 사람의 맨발이 책상아래에서 불안한 듯 조급하게 떨고 있었다. 반장 꾸오린은 무언가에 홀린 듯 책장을 넘기며 이따금 시아린을 흘깃 쳐다보았다.
시아린은 작은 소리로 영어책을 읽고 있었고,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마침내, 꾸오린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일어나서 수학교과서와 연습장을 들고 뒷줄에 앉아있는 시아린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시아린, 이 문제 잘 안 풀리는데 가르쳐줄 수 있니?” 꾸오린은 낮은 목소리로 그럴듯하게 말했다.
시아린은 손에 입을 대고 나지막히“쉬”하며, 연습장을 받아 공식을 후다닥 날려 쓰고 꾸오린에게 돌려주었다. 
꾸오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짐짓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체하며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류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열심히 계산하였다.
시아린은 개의치 않고, 여전히 집중하며 영어책을 읽고 있었다.
꾸오린의 맨발이 다시 책상아래에서 떨리기 시작하다 갑자기 멈췄다.
꾸오린은 연습장에 작은 글자를 한 줄 썼다. “류의 아버지 우파야. 조심해” 다 쓰고 살짝 시아린에 밀었다.
시아린은 보고 나서 잠깐 피식 웃더니 연필을 집어 “괜찮아”라는 세 글자를 써서 가볍게 꾸오린에게 돌려주었다.
꾸오린은 발을 떨며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연습장에 썼다. “우리 반 청년단지부를 다시 뽑도록 할 생각이야, 너가 서기 해.”
시아린은 보고서 미간을 찌푸리며 꾸오린을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영어로 “NO”자를 쓰고 큰 느낌표를 쳐서 꾸어린에게 돌려주었다.
꾸오린은 여전히 체념하지 않고 시아린 곁에 달아붙어 가지 않고 있다.
류스가 갑자기 침울한 얼굴을 하고 바삐 교실로 들어왔다.
꾸오린은 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시아린은 웃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너 왔니?”
류스는 “응”하며 힘없이 사물함을 열어 가방을 던져 넣고, 국어 책을 꺼내 말없이 보기 시작했다.
시아린은 살그머니 류스에게 과일사탕을 주며 생긋 웃었다.
류스는 안색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시아린은 노트 한 장 찢어서 몇 글자 적어  류스 앞으로 살짝 내밀었다.
“일요일 나랑 남산 운무탑에 놀러 갈래?”
류스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쿵당쿵당 뛰는 것을 느꼈고,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켜 조심스럽게 그 종이를 접은 다음 시아린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시아린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띄었다……
구석에서 꾸오린의 시기하는 음흉한 눈빛이 번쩍거렸다.
비 온 뒤의 푸른 산허리는 젖빛의 짙은 안개에 휘감겨 있고, 높이 치솟은 운무탑은 운무에 가려 어렴풋하게 보였다. 마치 신비에 감싸인 면사를 쓴 한 소녀가 뭔가에 홀려 정신이 나간 듯 유유히 멀리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들꽃은 만발하여 초봄의 온 들녘을 물들이고, 푸르른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간간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듣기 좋은 물결소리를 감아 올렸다.
푸른 돌이 깔린 작은 길은 구불구불 산꼭대기로 이어져 있다. 처음 데이트를 즐기는 두 사람은 흥에 겨워 손을 잡고 산 사이 나무 그림자에서 마음껏 뛰어다녔다. 새들은 숲에서 지져기고, 꿀벌들은 꽃 더미 사이를 분주히 날아다녔다. 우연히 지게를 진 시골아이가 그들을 어렴풋하게 보고 조용히 울창한 숲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특히 적극적으로 당에 호응하는 최근의 호소는 선혈로써 ‘국경을 지키겠다’는 결심서를 써서 전교의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류얼 학우도 어느 정도 결점과 부족한 점은 있습니다. 이를테면 성격이 비교적 괴팍한데다 오만해서 남보다 앞서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절박해질 때면 조급증이 두드러지는 데다 정서조차 불안정해지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좀 강한 허영심이나 과시욕이 때로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별로 주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후로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여 마음을 비우고 신중히 처신하여 교만과 조급증을 경계하고, 합격한 공산당청년단원이 되어주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류얼 학우를 소개하여 공청단에 가입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얌전한 한 여학생이 곧바로 표시하였다. “두 번째 소개인의 자격으로 나는 푸동성 학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류얼은 머리를 파묻고 재빠르게 기록하면서 남모르게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교실 안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울렸다. “나는 지부 서기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류얼 학우의 입단 동기가 불순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혈서건의 경우는 주제넘습니다.”
류얼은 머릿속이 “웅”하는 소리가 나면서 피가 솟구쳤다.
상고머리를 한 구식 군복을 입은 남학생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류얼 학우의 성적은 전교에서도 상위여서 전국 중점대학에 추천되는 조건에 완전히 부합합니다. 무엇 때문에 느닷없이 혈서를 쓰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전교의 주의를 끌려고 하는 것입니까? 이런 행위는 동기가 불순한 것으로 졸업 전에 단원 배지를 달고자 조급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의 대학입시 준비는 누구보다도 열심이어서 매일 밤 1시나 2시에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가라앉은 공기가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 노동자의 아들 같은 남학생이 말했다. “당은 우리들이 ‘붉은 마음으로 두 가지의 준비”를 호소했지만 류얼 학우는 오히려 표면상으로 하나의 준비를, 반대로 다른 하나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안경을 걸친 한 여학생이 말했다. “류얼 학우는 우파 아버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증오하고, 사상의식상으로는 결코 아버지의 죄상에 대해서는 엄격한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류얼 학우가 결코 자신에게 자신도 모르게 물들게 한 아버지의 영향을 의식하지 못했으면서도 오히려 ‘무산계급’이 되려는 사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개념을 슬며시 바꾸는’ 잘못을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반은 붉고 반은 검스니다......”
“나는 류얼 학우가 입단할 시기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장기간 검증을 거쳐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주된 경향을 주시해야 합니다......”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류얼은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은 소리가 나고 식은땀에 흠뻑 적는 것 같았다.
얼떨떨한 가운데 교단위(校團委)조직의 위원이 말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지부의 의견이 분분한 만큼 좀 늦추었다가 다시 얘기합시다. 모두들 의견을 교환해도 됩니다......”
“나는 그래도 표결에 부치기를 건의합니다.” 후동성이 말했다.
“동의합니다.” 단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성을 표하였다.
후동성은 선포하였다. “좋습니다. 지금 류얼 학우는 퇴장하기 바랍니다.” 류얼은 얼떨떨한 채 일어나 휘청거리며 교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단원들은 엄숙하게 그를 지켜보았다.
류얼은 문밖으로 나와 의기소침하니 벽에 기대었다.
교실 안에서는 어렴풋하게 후동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표결합시다. 류얼이 공청단에 가입하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좋습니다. 내려주세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류얼은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받아 무력하게 머리를 감싸고 쭈그리고 앉았다......
해질 무렵에 우레 소리가 나는 걸로 보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창살을 때리자 단조로운 소리를 내었다. 뿌얼스웨커 형제의 작은 집안은 공기가 색다르게 답답해졌다.
멀리 방송에서는 오늘 저녁 여덟시에 중앙인민 라디오 방송국이 중요한 방송을 내 보낼 것이라고 반복하여 알리고 있었다.
뿌얼스웨커 형제는 각자 답답하게 침상 머리맡에 앉아 있거나 책상 옆에서 묵묵히 시름을 생각하면서 폭풍우가 몰려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하였다.
계단을 따라 다급한 발소리를 내면서 아버지 류쉐이창이 갑자기 긴장된 기색으로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송하는 내용을 들었냐? 잠시 방송에 주의해봐라. 아마 또 정치운동을 하려나 보더라!” 아버지는 때에 맞지도 않게 아이들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문화대혁명은 절대로 일반적인 학술비판이 아니다. 듣기로 뻬이징 시위원회가 모두 바뀌고 펑전(彭眞)이 면직되었다고 하더라......”
뿌얼스웨커 형제들은 냉랭하게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류얼은 단숨에 무대 위에 뛰어올라 무례하게 비집고 들어가 왕뤼가 잡고 있던 마이크에 데고 물었다. "왕뤼 동지, 당신자신이 시 위원 선전부 부 부장과 시 위원 노동 조직장 인데, 당신 도대체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에 대해 무슨 태도입니까? " 당신은 혁명교사와 혁명학생이 수정주의를 반역하는 혁명행동을 억압하는 건, 도대체 어느 계급의 입장에 서는 겁니까? 사우성같은 반동분자를 동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필경 그들과 무슨 관계인지 대답해 보십시오!
  류얼의 이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모든 관객의 박수소리가 넓게 퍼졌다.
왕뤼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류얼을 힐껏 쳐다보더니 침착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학생여러분! 투쟁은 복잡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당과 시 위원회, 노동조직을 믿어야 하고 확실히 당의 방침과 정책을 파악해야합니다. 상급의 소수의 사람이 돼서는 안됩니다! 또 홍기를 흔들며 옳지 않은 길로 이끄는 운동을 저지해야 합니다."말없이 옆에 서있든 푸동셩이 갑자기 끼어 들어와 물었다. “왕뤼 동지, 그럼 누가 우파라는 겁니까?” 왕뤼는 조금도 겁나지 않은 듯 대답했다. “노동조직을 반대하는 것은 바로 당의 지도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57년도의 교훈을 설마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푸동생은 왕뤼의 고압적이게 된 태도를 눌렀다. 류얼은 피가 머리꼭대기로 치솟아, 다짜고짜 마이크를 빼앗아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우리는 당중앙  모주석의 구호아래 자산계급의 수정주의를 반역하는 것에 호응하며 양심에 부끄러운 바가 없습니다. 필경 이것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누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모택동 사상은 우리 혁명인민의 생명의 근원입니다! 누가 모주석을 반대하고 모택동사상을 반대하며, 위대한 무산계급의 문화대혁명을 반대하는 겁니까? 그가 누구든 그의 배후에는 더 강한 힘이 있으며, 그의 위장은 더욱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 모두가 철저하게 그의 참 모습을 폭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를 역사의 심판대로 보내야 합니다!“
  학교의 모든 교사와 학생은 열렬하게 박수를 치며 모두 흥분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동생은 용기를 내서 마이크를 붙잡고 구호를 외쳤다. “누구든 무산계급의 문화대혁명을 반대하면 곧 타도합시다! 모든 사회상의 악인을 일소 할 때까지 혁명은 끝까지 할 것입니다!” “철저하게 자산계급의 반동적인 교육노선을 비판합시다.”
  “우리 위대한 지도자 모 주석 만세! 만만세!”
  왕뤼는 푸대접 당해 한쪽에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수행원을 데리고 떠났다.
  회장의 분위기는 고조에 달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깊은 밤, 적막한 시 위원회 기관 정문 앞에 경비가 삼엄했다. 경비구역에 붉은 완장을 낀 해방군전사가 총을 잡고 순찰하고 있다. 부동생과 류얼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 송위앤위앤이 불이나케 서둘러 왔다. 대범하게 안으로 뛰어들어가, 경호원에 의해 제지당하였다. “거기 서! 뭐 하는거야?” 부동생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우리들은 6중학교 혁명사제의 대표입니다. 시 위원 송 서기를 찾아 노동자 조직의 문제를 보고해야 합니다. “송 서기는 퇴근하셨어. 볼일이 있으면 내일 업무가 시작되거든 소개장을 써서 정상적인 조직의 경로를 통해서 해결하고 처리하도록.”
  땋은 머리가 어깨까지 닿은 송위앤위앤이 고함치며 말했다. “무슨 기관이 말참견이야! 나는 아주 긴급한 일이 있어서 송 서기에게 종합보고를 해야 되요 ”
  “안돼!” 경비병은 냉정하게 손을 저으며 명령하여 말했다. “너희들 즉시 여길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 책임간부 같아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소리를 듣고 서둘러 와서는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구? ......위앤위앤?” 송위앤위앤은 잔뜩 화가 나서 말했다. “송 서기님께 알려주세요, 서기님 딸이 기차에 치어 다리가 부러졌는데 도대체 얘를 돌볼 거예요, 말 거예요?!” 중년 간부는 급하게 와서 위앤위앤의 손을 잡아당기며 “자자, 위앤위앤, 나하고 숙직실로 가자......”
  경비원 숙직실에서, 위앤위앤은 아버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빠, 저예요. 저, 아빠에게 급한 일로 직접 말씀드릴게 있는데, 만날 수 있어요?” 수화기에서 송이푸의 음성이 전해왔다. “소란 피우지 말고 빨리 학교로 돌아가, 나서서 큰 문제 일으키지 말고! 말 안 들을래?”
송위앤위앤은 내키는 대로 말했다. “안 만나 주시면, 시위원회 문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겠어요, 제일 서기 님 민의를 살펴주세요…….”
송이후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이따가 다시 얘기해…… 장씨 아저씨 좀 바꿔 봐!”
송위앤위앤은 장난기가 발동하여 혀를 삐쭉 내밀며 전화기를 장씨에게 건네줬다.
장씨는 전화를 받아들고, 응응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송 서기님, 저…… 옛, 옛…… 남학생 둘과 여학생 하나 세 사람입니다, 맞습니다…… 옛,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송위앤위앤은 의기양양하게 후동성과 류얼에게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장씨는 세 명의 학생대표를 데리고 쓸쓸하고 아무도 없는 시위원회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 계단과 복도를 지나 시위원회 제일서기의 널찍하고 호화로운 스위트룸식 사무실에 갔다.
송이후는 마침 테이블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소파를 가리키며 학생들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고는, 수화기에 대고 큰소리로 계속 말했다.
“…… 사대 공작 조장이 멋대로 사람을 치고 때린 사건 처리한 거 말이야, 정확하고 적절한 조치였어, 절대 휘둘려서는 안 되! 동지들에게 알려야 할 꺼야, 지금 가짜 좌파, 진짜 우파가 우리와 지도권을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중대한 시기야, 급히 치지 말고 꾹 참고 버텨! 지도부는 투쟁전략과 시기를 잘 살피고, 군중 속에 숨어있는 반혁명 우파분자들이 진면목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반격을 가해야 되! 절대 인정사정 봐주면 안 돼! …….”
세 명의 학생대표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온 몸이 거북해지는 것을 느꼈다.
“…… 좋아, 좋아. 공작조 내부에 전달해. 대학과 전문대학의 문화대혁명 문제는 너희들이 곧장 까오 시장에게 보고해, 필요하면 까오 시장을 모시고 사대로 가 사생들과 만나게 해…… 그럼, 수고해.”
시위원회 서기는 전화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 쪽으로 다가왔다.
송위앤위앤은 일어서서 조심조심 소리를 냈다. “아빠……”
송이후는 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가 두 젊은이의 손을 잡고 큰소리로 말했다. “허, 벌써 이렇게 컸구먼! 앉거라, 앉거라.”
후동성이 물었다. “서기 님, 아직도 절 기억하세요?”
송이후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며 말했다. “너 후 사령원 맏아들 동성이 맞지? 어렸을 때 얼마나 장난스럽고 말썽피우기 좋아했는지, 네 아버지 열 받아 가죽혁대 풀고 너 혼내주려고 온 정원을 다 쫓아다녔지! 하하……”
후동성은 얼굴이 빨개지며 웃었다.
류얼은 안절부절하며 소리를 냈다. “송 서기님, 전……”
송이후는 서서히 웃음을 거두고, 류얼의 손을 잡고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클수록 네 아버지를 닮는구먼……”
류얼의 얼굴에 근육경련이 잠깐 일어났고, 침묵하였다.
장씨가 잽싸게 수박냉채를 한 그릇 담아오자, 송이후는 급히 아이들을 부르며 말했다.
“자, 먼저 수박 먹고 더위 식히자. 빨리 먹어!”
세 명의 학생들은 정말로 목이 마르고 몸이 달아, 거리낌없이 그릇을 받쳐들고 “후루룩”하며 한바탕 맛있게 먹었다.
송이후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들이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
후동성은 입가를 닦고 재빠르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송 서기 님! 저희는 전교 혁명사생들을 대표해서 보고합니다. 저희들은 시위원회가 왕뤠이를 우두머리로 하는 시위원회 공작조를 교체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시위원회 지도부는 우리들의 혁명행동을 지지해 주십시오……”
송이후는 손짓으로 그의 말을 끊으며, 세 명의 학생대표를 보며 엄하게 말했다. “상황은 나도 알아. 공작조 교체문제는 너희들이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공작조가 뭘 하는 조직이냐?  당이 학교에 보내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을 지도하도록 한 전권대표잖아, 시위원회와 혁명사생간을 긴밀하게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잖아! 너희가 공개적으로 공작조의 지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무슨 뜻이냐? 한번 차근차근 생각해봐! 너희는 혁명간부의 자제들이야, 어떻게 당을 배반하는 일에 앞장설 수 있어? 너희들이 이렇게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누가 마음 아파해 주겠어? 너희들은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어, 설마 당조차도 의심하려는 거야?!…… 너희들은 어려서 당의 교육과 훈련을 받았어, 혁명사업의 후계자가 되어 화려한 금수강산을 지키는데 뜻을 세워야 되, 설마 계급투쟁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쉽게 자신의 입장과 신앙을 바꿔 당의 반대편에 설려고 하는 거냐? 특히 후동성 너, 중국공산당 예비당원으로서, 학생간부로서, 학교문화혁명위원회 주임으로서 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대다수 청년학생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어,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침착하고, 자중해야 되! 너희들의 혁명에 대한 열정은 높이 평가 하마, 허나 정신 바짝 차려야 되, 나쁜 놈들에게 이용당해 그들을 고발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면 안 되. 너희들은 아직 젊어, 얘들아! 우리가 이렇게 물려주면, 마음이 편안하겠니?!……”
시위원회 서기의 직설적인 비평과 의미심장한 교훈은 세 명의 풋내기 청년학생들로 하여금 불안과 양심의 가책을 깊이 느끼도록 하였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도록 해주었다. 특히 후동성은 후회의 눈물로 가득했고, 온 얼굴에 앳된 티가 나는 송위앤위앤 역시 나쁜 일을 한 아이처럼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어려서 온화함과 아버지를 잃어버린 류얼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단번에 생각이 트이질 않아, 중얼중얼 거리 듯 가볍게 말했다.
“…… 수정주의와 사회잡귀 반동들을 치려는 혁명사생들을 억압했습니다. 심지어 혁명좌파를 ‘반혁명’으로 몰아붙이겠다고 떠벌립니다, 왕뤠이 동지의 행위 역시 중앙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류얼 동지!” 시위원회 서기가 얼굴을 돌려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고 엄하게 말했다. “자네 어머니는 우리 당의 오랜 검증을 거친 강인한 전사이지,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큰언니이자 전우지. 난 그녀의 아들이 그녀가 일생을 몸바쳐 온 무산계급혁명 사업을 배반하길 원칠 않아, 더군다나 네 아버지의 비극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류얼은 순간 번개가 우르르 쿵쾅 내려치고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고, 극도의 심란한 감정이 갑자기 그의 영혼에서 치솟아 올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개를 깊이 떨구었다…….
송위앤위앤은 침통한 분위기를 깨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아빠! 저희들이 만든 홍위병 조직은 지지하세요? 마오 주석께서 이미 청화대학 부속중학교의 홍위병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의 혁명행동을 크게 지지했다는데요! 아빠, 우리를 지지하시죠?”
송이후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소파 한쪽에 기대어 말했다. “그건 홍위병의 조직성분과 행동강령을 봐야겠지, 진정한 무산계급혁명 좌파인지를 말이야……”
송위앤위앤은 흥분하며 후동성을 힐끗 바라보고는 주머니에서 인쇄된 전단지 한 장을 꺼내 어린 티가 물신 풍기는 격정적인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붉은 정권을 지키는 위병이다, 당 중앙 마오 주석 님은 우리의 후원자이시다. 전 인류의 해방은 우리의 미룰 수 없는 책무이며, 마오쩌둥 사상은 우리 행동의 최고기준이다. 우리들은 맹세한다: ‘당 중앙을 지키기 위해, 위대한 지도자 마오 주석을 지키기 위해, 화려한 금수강산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 우리들은 최후의 피 한 방울까지도 기꺼이 흘린다!’……”
“좋았어!” 송이후는 태도를 분명하게 하며 말했다. “홍위병이 진정으로 붉은 정권을 지키는 선봉이 될 수 있다면, 난 시위원회와 나 자신을 대표해서 너희들을 지지하마!”
“아빠 만세!” 송위앤위앤은 감격하여 폴짝폴짝 뛰었다.
송이후는 웃으며 말했다. “정신나간 처자 같으니, 소란 피우지 마!”
후동성 역시 흥분하였다. “송 서기 님, 홍위병은 노동자 계층, 중하층 빈민농민, 혁명간부, 혁명군인과 혁명열사들의 자녀로 구성됩니다. 저희들은 요 몇 일  비밀리에 준비하여 왔습니다. 오늘 돌아가서 조직구성에 착수하겠습니다……”
송이후는 후동성과 송위앤위앤을 자기 곁으로 불러 상의했다. “너희들 홍위병 조직은 순수해야 하고,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되, 학생들 사이에 강력한 핵심 지도부를 형성하고, 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되. 경비문제는 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어려움이 있으면 시위원회를 찾아와 해결토록 해……”
류얼은 무형 중에 한쪽에 소외되어 있었다. 그는 자비감과 열등감을 크게 느꼈다. 그러나 그는 결국에는 허영과 권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몸을 송이후 곁으로 옮겨 그들의 대화 중에 끼어 들었다……

정오, 태양 빛은 눈부시고, 노래 소리가 높이 울려 퍼졌다.
남쪽 언덕 좁은 거리에 사람들이 떼지어 다니며,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있다. 고음의 스피커는 반복적으로 씩씩하고 역동적인 혁명가곡과 “긴급통지문”을 내보내고 있고, 온 길거리의 사람들은 늦을세라 앞 다투어 금속가공 공장 정문으로 몰려갔다……
막 아홉 살이 된 미커는 신난 듯이 군중들 사이를 비집고 구경했다. 순간 그는 눈앞의 기괴하고 희한한 장면에 놀라 아연실색했다 ―
아버지 류쉐이창이 머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가슴에 검은 팻말을 찬 채, 온 얼굴을 검은 묵으로 칠하고서 징을 치며 걸으며 소리쳤다. “난 우파분자 류쉐이창 이다! 난 마오 주석을 배반했으니 백 번 죽어 마땅하다!”   
어머니 친팡은 반쯤 머리를 깍인 채, 머리를 풀어헤치고 꼬질꼬질한 얼굴로, 목에 탁구공 사슬을 두르고, 야위고 작은 오래된 잠옷을 입고, 굽이 높은 신을 신고 비틀비틀 거리며 하염없이 훌쩍거리며 아버지 뒤를 따르고 있었다……
붉은 안장을 찬 일군의 혁명군중들이 반동을 처단하기 위해 일어선 백정 출신 두목의 지휘아래 혁명구호를 힘껏 크게 외치고, “사회잡귀”들을 쿡쿡 찌르며 거리행진을 하였다. 거리에는 붉은 기가 펄럭였고, 징과 북소리가 하늘을 진동시켰는데, 기념일을 성대하게 경축하는 것 같았다……
미커는 온 몸을 파르르 떨고 크게 울기 시작하였다.
구경을 하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미커를 보고, 곧장 흥분한 듯 에워쌌다. “우파 녀석, 개자식!”
미커는 몸을 돌려 울며 도망쳤다. 아이들은 뒤를 따라오며 온 거리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외쳐댔다. “패라! 개자식 패라!”
미커는 다급한 나머지 길을 가리지 않고 창고원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더 이상 갈 길이 없어, 쫓아온 아이들에게 에워싸여 마구 얻어맞았다……
난폭하게 생긴 한 사내아이가 못된 장난하듯 큰소리로 제의하였다. “거리행진하자, 우리 거리행진 하자!”아이들은 한바탕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호응했다.
이에 그들은 쓰레기더미에서 양철판 석탄난로 연기통을 주워 미커의 목에 씌워 “고깔모자”로 삼고, 그로 하여금 낡은 세수대야를 치며 뜰에서 거리행진을 하게 하였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친구 없이 지내고 차별을 받았던 미커는 울며 울며 기뻐하다 웃기 시작하였다. 그는 낡은 세수대야를 힘껏 치며 어리고 여린 목소리를 돋궈 신나게 소리쳤다. “나는 우파의 개자식! 난 마오 주석을 배반했으니 백 번 죽어 마땅하다!……”

밤의 장막이 소란스럽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불야성에 내리고, 등불이 가물가물 거리는 강의 수면 위에는 유장하고 처절한 뱃고동 소리가 울리고 있다……
어두컴컴한 작은 방안에는 아버지가 창가에 서서 연방 담배를 묵묵히 피우고 있고, 희미한 등불이 주름으로 가득한 그의 야윈 얼굴을 발갛게 비추고 있다. 미커는 나지막히 울먹이며 어머니의 품에 안겨 겁먹은 큰 눈을 하고 사방에서 전해오는 살벌한 조짐을 유심히 듣고 있었다.
순간, 문밖 먼 곳에 가깝게 발걸음 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쾅쾅쾅!” 공포스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우레 소리처럼 울렸다.
아버지는 급히 머리를 돌려 꽉 잠겨져 있는 방문을 응시하였다.
구슬픈 비바람이 순식간에 세차지고 무시무시한 스산함이 엄습해왔다.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는 더욱 다급했고, 어떤 사람이 밖에서 목소리를 낮춰 가볍게 소리쳤다. “사람 있어요! 문 열어 줘요! 빨리 문 열어 줘요!……”
어린 아이 목소리 같았다. 조금은 낯익은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고 처와 아이를 힐끗 보고는 단호하게 앞으로 나가 방문을 잡아 당겼다. 온 몸이 젖은 한 소년이 방안으로 느닷없이 뛰쳐 들어왔고, 빗물이 바로 그의 다리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우비를 걷어올리고 당황한 얼굴을 더러냈다.
“웨이웨이! …… 얘야! 너 어떻게 이곳에 왔어? ……” 아버지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들의 손을 털썩 잡으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누나가 보냈어요…… 마을 홍위병이 곧 들이닥칠 거예요! 빨리 피하세요!” 류웨이는 숨이 차서 헐떡헐떡 거리며 말하다 잠시 멍한 채로 있었다. “저, 저 갈께요! 매형이 강변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친팡은 급히 수건을 집어들고 웨이웨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 웨이웨이 빗물을 닦고……”
류웨이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피했고, 문 쪽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저 갈께요. 누나가 몸조심하시라고 했어요……”
그의 눈빛은 순간 방 모퉁이에 웅크리고 있던 동생 미커에게 옮겨갔고, 다가가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 이 친근한 동작은 바로 아버지와 새엄마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했고, 또한 외롭고 짝이 없었던 미커에게 무한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막내 형……” 미커는 울먹이며 불렀다.
류웨이의 야위고 왜소한 그림자는 이미 문밖 비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과연, 이날 한 밤중에 “혁명 소장”들을 가득 태운 대형 트럭 한 대가 허스름한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 옛날 군장을 하고 붉은 안장을 차고 군용혁대를 휘두르며 일군의 홍위병 전사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진두 지휘자는 놀랍게도 류쉐이창의 큰아들 류얼 이었다. 그는 군장은 하지 않았지만 자못 색깔이 허옇게 바랜 오랜 군용모자를 쓰고 일찍이 그들에게 치욕과 가난을 물려준 아버지 앞으로 달려들어, 익숙하고 원한 어린 눈빛으로 아버지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그를 가리키며 바로 이름을 불렀다.
“류쉐이창! 너 이 반혁명 우파분자! 총 총알과 반동일기장, 비밀장부를 싸그리 내놔라!”
“내놔! 내놔란 말이야!” 송위앤위앤이 중심이 된 혁명소장들은 일제히 노한 듯 소리쳤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 와중에 기대감으로 흥분해 있었다.
아버지는 자기와 생김새가 너무나 닮은 큰아들을 차갑게 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총 총알 같은 건 없어, 비밀장부도 없어……”
“허튼 소리!” 아들은 매섭게 그의 말을 끊으며 고함쳤다. “당신은 권총으로 우리 어머닐 내몰고 저 자산계급 구린내 나는 여자랑 결혼했잖아, 당신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망나니야! 당의 변절자! 빨리 내놔라, 망할 자식!”
“너 누굴 욕하는 거냐?” 아버지의 눈에서 순간 흉악한 눈빛이 번뜩였다.
류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바로 당신을 욕했다! 망할 자식! 망할 자식!”
“그만해 됐어! 몰수해!” 어른스럽고 침착한 홍위병의 리더 후동성이 문으로 성큼 들어와서 큰소리를 질렀다.
류얼은 아버지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흥! 가서 보자!”
이에 온 집안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소장들은 영화와 소설이 그들에게 가르쳐 준 인생경험대로 이 “반혁명분자”의 집에서 녹슬은 비수, 기름걸레에 싸인 권총과 총알, 반혁명의 말투들로 가득 쓰여진 “비밀장부” 그리고 그들을 흥분하게 하는 모든 반혁명의 증거들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고집스레 믿었다……
엄마의 품에 웅크리고 놀라 벌벌 떨고 있는 미커는 갑자기 큰형 류얼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소총을 마구 뜯고 있는 것을 보자 순간 두려움을 잊고,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소총”을 잡고 천진난만하게 소리쳤다.
“큰형! 이거 내 꺼야! 아빠가 나한테 준거야……”
“퍽!”몇 년 동안의 증오를 분풀이하듯 미커의 따귀를 세차게 한 대 때리자, 미커는 비명을 지르며 몇 미터 밖의 담벼락 아래로 나가떨어지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담벼락에 부딪쳤다. 두 눈은 순간 굳어졌고,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는 멍해졌고, 울지도 소리치지도 못하고 얼이 빠진 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머니는 아 하며 아들을 안고 울먹이며 소리쳤다. “미커! 미커! 내 가련한 애야……”
류얼 역시 아연해졌고, 눈에는 비통해하는 눈빛이 스쳐지나갔다.
홍위병들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후동성이 다가와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류얼을 나무라며 말했다. “몰수만 하면 되잖아, 애는 왜 때려!”
아버지는 천천히 몸을 웅크려 부들부들 떠는 두 손으로 살짝 어린 아들 얼굴의 핏자국을 닦아주고, 서서히 머리를 들어 얼이 빠진 큰아들을 보며, 한 줄기 쓴 눈물을 흘리면서, 비분하게 나지막이 한 마디 했다.
“본래 같은 뿌리잖아, 애야!”
류얼은 칼로 에이는 듯 마음이 아팠고, 머리를 푹 수그렸다……
깊은 밤, 달빛이 희뿌연 사대부중 교정 안은 밤벌레가 나지막히 울고, 생기라고는 조금도 없었고, 우연히 대자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이 났다.
코고는 소리로 진동하는 남학생 기숙사 복도에 맨발의 호리호리한 검은 그림자가 살금살금 담 밑에 붙어 다가 와, 등이 꺼진 침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몰래 들어와 몇 명의 남학생을 연이어 흔들어 깨워 목소리를 낮춰 명령하였다.
“소리내지마! 빨리 일어나, 아래층에 집합!”
호리호리한 검은 그림자는 다시 살금살금 문을 빠져나가 다른 방문을 두드렸다.
학생들은 입을 막고 하품을 하고 옷을 더듬어 살짝 입었다……
조금 지나자, 십 여 명의 남녀 학생들이 각 침실에서 아래층의 급수탑 옆에 모여 웅성웅성하며 물었다.
“반장, 무슨 일이야?”
호리호리한 꾸오린이 얼른 “쉬―이”하며, 내심의 흥분과 격동을 억누르고, 신비롭게 낮은 소리로 학생들에게 알렸다. “소리내지 마! 스파이를 잡으러 가자. 날 따라와!”
학생들은 단숨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긴장하면서도 흥분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꾸어린은 다시 학생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환기시키고, 한 손을 저으며 학생들을 이끌고 영화속의 정찰병처럼 허리를 숙이고 발뒤꿈치를 들고 어두컴컴한 강의동으로 살금살금 갔다……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어 어두운 교실 안을 은빛으로 빛나게 하였다.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바짝 붙어 앉아 숨을 죽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류스는 가만히 손을 뻗어 따스하게 샤린의 작은 손을 꼭 잡자 샤린은 가볍게 한 숨을 쉬고는 천천히 손을 뺐다.
“......나의 아버지라는 분은 한 평생 올바르게 살자고 온갖 고생을 다하셨어.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천진스럽고 유치할 정도로 말이야. 바람 불면 풀이 요동치듯 사람은 언제나 먼저 그를 팔아 ‘속죄양’이나 ‘살아있는 표적’으로 삼아도 매번 달아나 버릴 수 없었어. 아마도 이것이 바로 정치투쟁의 잔혹성일거야......”
아름답고 청순한 소녀의 입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정치적인 견해가 튀어나와 류스를 뜻밖에도 아주 놀라게 하였다.
“너의 아버지가 반역자라고 말하는데 근거 있는 것이니?”
샤린은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 “......그 날 밤에 사람을 데리고 가면서 격리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
류스는 어릴적 기억이 난 듯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갑자기 한가지 일이 생각난 듯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봐! 샤린! 너의 어머니는? 여태껏 한번도 말하는 걸 못 들은 것 같은데......”
샤린은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잠깐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말했다. “나는 원래 너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어......내가 뻬이징을 떠나기 전에 두 분은 이혼하셨어......나의 어머니는 이기적인 여자였어. 어머니는 한번도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적이 없었어......”
류스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품안에 꼭 끌어안으면서 격한 감정으로 작게 말했다. “샤린! 너 우리 집에 와서 묵어라. 우리 뿌얼스웨이커 형제는 비록 부모님이 안계신다고는 해도 우리에게는 누나가 있어! 누나는 널 좋아할 거야!......응? 올래?”
샤린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미소짓고는 따스하게 류스를 바라보며 머리를 저었다. “너의 누나는 날 미친 계집애로 볼거야......” 
류스는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안그래! 절대 안그래! 누나는 틀림없이 널 좋아할 거야......”
샤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하게 류스의 품에 기대어 살며시 눈을 감았다......
꿔린은 “정찰병”들을 이끌고 어둠을 헤집고 계단을 올라갔다. 산병선을 지어 넓은 복도를 따라 교실 쪽으로 살금살금 전진하였다......
부드러운 노래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오자 “정찰병”들은 부지불식간에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류스는 샤린을 꼬옥 껴안고 교실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작은 소리로 소련영화음악인 <모스크바 교외의 저녁>을 부르고 있었다.

                    깊은 밤 화원 사방은 고요하기만 하고,
                    나뭇잎도 솨 하는 소리 더 없어라.
                    밤 정경 얼마나 좋은지 내 맘 끌어다,
                    매력적인 이 저녁에 머물게 하누나......

꿔린과 학우들은 살그머니 교실 문밖에 멈추었다.
한 여학생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남자랑 여자 두 사람 같은데......”
꿔린은 손을 저어 조용히 시키고 큰 남학생더러 엎드리게 한 다음 그의 어깨를 밟고 일어섰다......
교실 문의 통풍용 창문 유리 뒤쪽에서 질투와 원한으로 가득 찬 꿔린의 얼굴이 천천히 올라왔다......

                    내 사랑하는 이는 곁에 앉아,
                    말없이 묵묵히 날 바라보네.
                    하고 싶은 말 어찌 해야 할지,
                    그런저런 말 그저 맘속에 둘 뿐......

“펑---”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교실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뒤이어 한 무리의 흉포한 고함을 질렀다. “꼼짝마! 손들어!” 몇 개의 손전등이 강렬하게 곧바로 비추어 왔다.
류스와 샤린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서 손전등 빛 아래 그들은 여전히 서로 포옹하고 있었다......

3층 열람실 안은 전교 호위병 전사와 “홍위병외곽조직”의 학생 대표들로 들어  찼다. 늠름하고 기세 등등한 노래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건물 안을 뒤흔들었다.

                    막스주의의 방법 천만갈래지만,
                    결국은 한 마디다:
                    반란은 정당하다!
                    이 방법으로
                    반항하고 투쟁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자.

주석 책상에 후동성, 쏭웬웬, 류얼 등 홍위병의 우두머리들과 뻬이징에서 온 홍위병의 대표들이 앉아 있다.
후동성은 모두를 향해 손을 젓고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선포하였다. “홍위병 전우 동지 여러분! 열렬한 박수로 지금 우리들의 가장 가까운 전우인 베이징 인민대학 부속 중학교 홍위병 대표 탄성리 동지의 연설을 환영합시다!”
회의장은 우레 소리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빼어나게 잘생긴 탄성리는 일어나서 모두에게 군대식 인사를 하였다. 그는 새로운 녹색의 군복을 차려 입었고 팔에는 비단 완장을 찼으며, 피부가 흰데다 오만한 듯한 태도까지 있어 약간은 “귀족”적인 분위기가 났다. 그는 갑자기 높은 소리로 낭송하였다.

                    강철같은 기개, 영웅의 담력,
                    뜨거운 피 뿌려, 강산을 지켰다.
                    아버지는 영웅이요 아들은 대장부,
                    혁명사업, 우리가 계승한다!

다시 한번 폭풍우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탄성리는 독단적인 오만과 과격함을 띠고서 연설을 시작하였다. “홍위병 전우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홍우레이[紅五類(다섯 혁명주체): 마오쩌동을 지지한 학생조직 홍위병의 구성원인 노동자, 빈농이나 하층중농, 혁명열사와 혁명간부, 해방군의 자제를 지칭]’ 형제 자매 여러분! 최근에 베이징항공대학 부속중학교의 홍위병 전사들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혁명대련(革命對聯)을 붙였는데, 즉각 사회에 중앙에 전국에 강렬한 진동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것은 고도의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동사상의 농축과 결정이며, 승리에서 승리로 향하는 위대한 호위병 운동의 믿을만한 보증입니다. 그 대련은 바로 ‘아버지가 영웅이면 아들은 대장부요, 아버지가 반동이면 아들은 머저리!’ 라고 했습니다. 나의 구호도 ’기본적으로 이와 같습니다’!”
“귀한 혈통”의 홍위병 전사들은 더욱 열렬한 박수와 환호성을 뿜어냈지만 “천한 혈통”의 학생들의 휘둥그레진 눈에는 곤혹스러움과 굴욕적인 빛이 역력했다......
탄성리는 계속 선동하며 말했다. “무산계급의 붉은 강산은 우리의 아버지대의 분들과 혁명선열들이 선혈과 생명으로 얻은 것입니다. 우리 혁명 후손들의 가장 귀중한 유산이자 우리 ‘다섯 혁명주체’ 아들들의 뿌리입니다! 천하는 우리들의 천하요, 강산은 우리들의 강산입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우리가 계승하지 않으면 누가 계승할 자격이 있습니까?! ‘헤이우레이[黑五類(다섯 반혁명분자): 비판이나 숙청의 대상이 되는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 악질분자, 우파분자를 지칭]’놈들을 악독한 놈들과 모든 사회 잡귀들을 한데 얽어 모조리 쓸어내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호위병 전사들과 같은 공간을 가질 자격이 없습니다!......지금 나는 선포합니다. 오늘은 우리들은 ‘다섯 혁명주체’형제 자매 단원들의 성대한 가족적 모임입니다. ‘홍우레이’ 출신이 아닌 자들은 당장 퇴장해 주시오! 꺼지시오! 사라지시오!”
“홍우레이”들은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듯 다같이 높이 외쳤다. “꺼져라! 꺼져라!”
광풍 같은 외침 소리 속에 “천한 혈통”의 학생들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떨구고 주눅이 들어 회의장을 물러났다.
주석 책상의 류얼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였다......
탄성리는 다정하게 두 팔을 벌려 모두에게 말했다. “ 자! 우리 형제자매들 좀 더 가까이 앞쪽으로 오시오!”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한 “홍우레이”들은 “와”하며 가까이 다가와 둘러서서는 탄성리와 후동성 등을 중심으로 밀착하며 에워쌌다......
“잠깐만!” 애티가 역력한 쏭웬웬이 갑자기 외치자 모두가 일시에 멍해졌다. 쏭웬웬의 둥근 얼굴은 빨개졌지만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의 대오는 순수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가운데 반혁명우파의 잡종이 섞여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홍위병 조직의 지도권까지 훔쳤습니다! 이 사람을---쫓아버립시다!”
류얼은 머리 속이 “웅”하며 터질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갑자기 일어나 자신에게 성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떨구며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아니,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나의 어머니는 1936년에 혁명에 참가했던 고참간부였습니다......”
구식 군장에다 상고머리를 한 남학생이 분노한 듯 소리쳤다. “너의 어머니는 벌써 죽었다! 너의 아버지는 극악무도한 우파란 말이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꺼져! 꺼져라!”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탄성리는 경시하는 듯한 얼굴로 냉랭하게 류얼을 흘겨보았다.
후동성은 뭔가를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홍위병들은 넘치는 기백으로 <대련가(對聯歌)>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아버지가 영웅이면 아들은 사나이,
                       아버지가 반동이면 아들은 머저리.

귀를 멀게 할 듯한 노래소리와 외침소리 속에 류얼은 고개를 숙인 채 호위병들이 늘어선 사이를 걸어서 괴로운 심정으로 강당을 빠져나갔다......
회의장 안은 다시 우레가 울리는 듯한 박수와 외침소리가 울렸다.
류얼은 창백한 얼굴로 계단에 서자 갑자기 구역질과 현기증을 느껴 계단의 손잡이를 잡고서 힘없이 천천히 내려갔다. 머리에는 방울방울 식은땀이 솟았다......

사범대학 부속중학의 고1의 교실 안에 사람들의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바로 “헤이우레이 놈들 비판대회”를 열고 있었다. 류스와 샤린 및 십 여명의 “헤이우레이” 학생들은 고개를 떨군 채 교실 중앙에 서있고 전 학년의 홍위병 전사들에게 둥그렇게 에워쌌다.
꿔린이 오늘 비판대회의 계획자이자 조직자임이 분명했고, 주연을 맡은 태도로 맨발인 채 가죽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류스! ‘아버지가 영웅이면 자식은 사나이이고 아버지가 반동이면 자식은 머저리’라는 혁명 대련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말해라!”
류스는 편한 자세로 얼굴을 들고서 냉랭하게 대답했다. “이 대련은 진리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지.”
“뭐라고?! 너 다시 한번 말해봐라?” 꿔린은 두 눈을 계란크기만큼으로 부라리며 괴물처럼 류스를 꼬나보며 물었다.
류스는 모두가 놀라는 모양을 보고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 대련은 ‘출신성분을 따지는 것은 출신성분뿐만 아니라 정치 언동까지 중시해야 한다’는 당의 계급노선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한 사람의 성장에 대한 사회영향의 결정적 작용을 부정한 것이며, ‘용은 용을 낳고, 봉은 봉을 낳으며, 쥐는 땅굴을 판다’는 등 봉건사상의 재판으로 실천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묻겠는데, 마오 주석은 무슨 출신이지? 조우 총리의 부친은 공산당원이냐? 후르시초프는 의외로 광부의 아들이었다! 결과는 어땠지? ‘아버지가 영웅이어서 그 자식이 사나이’라고 한다면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지? ‘아버지가 반동이라서 그 자식이 머저리어야 한다’면 대대로 머저리로 내려갈 것인데, 어떻게 전 인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지?”
홍위병들은 류스의 웅변적인 말솜씨와 깊은 견해에 빠져들어 마침내 어떤 학생은 넋이 나간 듯 들었고, 또 어떤 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끄덕였다.
꿔린은 펄쩍 뛰면서 류스의 얼굴에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 “나쁜 놈! 지독한 반동! 넌 바로 반혁명 우파의 개자식이기 때문에 바로 이 대련과 우리 혁명 후손들에게 뼈에 사무치는 계급적 원한으로 가득 찬 것이야! 넌 인류에게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개똥 무더기야!
그의 말 같잖은 욕설에 류스의 강한 성격은 또 근질근질해져 그의 맨발을 흘겨보며 냉혹하게 말했다. “사실 너도 무슨 대단한 혈통도 아니면서 덩달아 무슨 소란을 함부로 일으키는 거야! 너야말로 인력거꾼의 아들에 불과하지. 듣기로 너의 아버지는 해방 전에 조직폭력배의 두목을 한 적도 있다던데? 어쩐지 사람들이 대자보를 붙이면서 ‘부중에 흰 까마귀가 한 마리 있다’고 말하더라. 난 정말로 너 때문에 난처하단 말이다......“
어떤 학생은 “히”하는 웃음소리를 내다 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꿔린은 얼굴이 파래질 정도로 화가 나서 펄펄 뒤며 심한 욕을 퍼부어 댔다. “헛소리! 네 아버지야말로 반혁명 두목이야! 망할 놈! 말해! 너 샤린하고는 무슨 관계야?”
홍위병들은 즉각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제히 외쳤다. “빨리 말해라! 너희들 무슨 사이야?!”
류스는 차갑게 웃음을 짓다 정색하며 말했다. “학우 사이야!”
꿔린은 사방으로 침을 튀기며 폭로하듯이 곧장 학우들의 감정을 선동하였다. “헛소리! 너희들은 남몰래 깊은 밤에 만나 끌어안고 입맞추고 퇴폐적이고 음탕한 노래를 불렀잖아......퉤! 정말 뻔뻔스럽군!”
중학생들은 흥분하기 시작하였고, 몇몇의 구식 군장을 한 남학생들이 뛰쳐나와 물었다. “빨리 해명해라! 너희들이 또 무슨 일을 벌였지? 반동적인 연애편지를 꺼내 보여라!......”
류스는 아예 고개를 쳐들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꿔린은 폭로의 강도를 더하였다. “여러분! 여러분! 류스는 이 반역자의 딸과 남모르게 남산 운무탑과 운수동으로 가 밀회한데다 외국어로 국외 특수공작원방송과 연락까지 했으니 이들은 틀림없이            잠복하고 있는 특수공작원일 것입니다......”
황당한 추론은 결국 미친 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고함소리 가운데 그 상고머리의 큰 남학생은 소가죽 허리띠를 휘둘러 류스의 등을 매섭게 후려쳤다.
“개같은 공작원! 방송국 비밀번호를 대라!”
류스는 화를 내며 몸을 돌려 남학생의 손을 잡았다. “감히 날 때려?”
꿔린은 비스듬히 옆에서 돌진해오며 다시 한번 혁대로 류스를 후려치며 소리쳤다. “때렸다! 어쩔래? 이것이 무산계급의 전정이다!”
어떤 리더는 구호를 높이 외쳤다.
“반혁명의 개자식 류얼을 거꾸러뜨리자!”
“모든 사회귀신들을 쓸어내자!”
“무산계급전정 만세!”
회의장은 갑자기 어지러워졌고 홍위병들은 분분히 책상과 의자 위로 뛰어올라 큰 빗자루와 봉걸레를 휘두르며 “헤이우레이”들의 머리를 마구 때리자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류스는 황급히 샤린을 보호하는라 “싹쓸이”의 화력이 거의 그의 머리와 몸에 집중되었다......
꿔린은 특히 흥분하여 혁띠를 휘둘러 류스와 샤린만을 때렸다.
샤린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혁띠의 구리단추에 맞아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류스는 고함을 치며 책상 위에 서있는 꿔린의 손을 잡아 아래쪽으로 세게 당겼다.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서 바닥을 이리저리 구르면서 마구 때리고 소리를 질렀다......

60년대 후기는 동란의 세월이었다.
황혼녘 뿌연 하늘에는 두꺼운 검은 구름이 잔뜩 끼었고, 이따금씩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거리에 가득한 낙엽들을 휩쓸었다. 벽에는 “사악한 시 위원회를 박살내고, 쏭이후를 총살하자!”와 같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나는 커다란 표어들이 가득 붙어 있었고, 먼 곳의 스피커에서는 파벌별로 쌍방이 목이 쉬도록 서로 공격하는 경멸의 시끄러운 소리가 끊임없이 전해왔다......
백발이 성성한 행동이 굼뜬 노인의 가슴에는 커다란 검은 패를 걸고서 고개를 떨구고 허리를 굽힌 채 힘들게 큰 빗자루를 좌우로 움직여 싸늘한 큰길 위에서 묵묵히 낙엽을 쓸고 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놀리며 노인의 주변에서 침을 뱉고 돌을 던지는데도 노인은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는 듯 참으며 기계적으로 빗자루질을 반복하였다. 솨.....솨......솨......
음산한 바람이 울자 처량한 기운이 가득하였다......
전례 없던 ‘십 년 동란’ 동안에 혹독한 고난의 뿌얼스웨이커 형제와 그들 또래의 사람들은 모두 광신, 과격, 배반, 치욕, 곤혹, 몰락, 인성과 도덕의 상실, 고통과 냉정한 사고를 경험하였고, 심지어 선혈과 생명의 대가를 지불했지만 그들은 결코 스스로 소침해지거나 타락하지 않았고, 처음 독립적으로 인생에 직면했을 때에도 사유의 혼돈을 통하여 생활의 참된 의의를 간절하게 쫓았다.
생활이 장차 불행한 이 아이들에게 어떤 형태의 장래와 결말을 가져올 것인가? 뿌얼스웨이커 형제들은 깊은 생각에 젖어들었다......
류스는 멀리에 모욕을 당하는 샤린의 아버지와 못된 장난을 하는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분노와 슬픔이 두 눈에 가득 찼다.
갑자기 샤린은 도시락을 들고서 총총히 도착해서는 먼저 못된 아이놈들을 쫓은 다음 아버지를 부축하여 길가에 앉히고 한 숨 돌리게 하고는 스스로 익숙하게 비질을 하였다.
샤린의 아버지는 길가에 앉아서 묵묵하게 담배를 피우는 누런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사는 것이 마치 벙어리 같았다.
샤린은 기를 쓰며 낙엽을 쓸었고 주위는 조용하였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류스의 마음 한가운데서는 진한 슬픔이 뭉클뭉클 치밀어 올랐다. 갑자기 류스는 고통스럽게 가슴을 움켜잡으며 숨을 헐떡이다 천천히 뒤로 넘어져서는 길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않는 노인을 발견했다.
“아빠!” 샤린은 놀라 소리지르며 달려가서 아버지를 껴안았다.
류스는 급히 달려가 물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샤린의 아버지는 두 눈을 꼭 감고 양미간을 찌푸린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굴에는 방울방울 식은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신음하였다......
샤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급히 아버지의 품에서 응급약을 꺼내서 입 속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심장병이 발작한 것 같아.”
류스은 급박하게 일어나며 말했다. “빨리 병원으로 모시고 가자! 가자!”
샤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류스는 땅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말했다. “내가 업고 갈게! 빨리!”
샤린은 아버지를 부축해 류스의 등에 업히게 했다.
류스는 있는 힘을 다해 노인을 업고 일어서자마자 곧 뛰었다.
샤린은 급히 몇 걸음 걷더니 뭔가, 손에든 검은 이름표를 길에 던져놓은 것이 생각났지만, 아버지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는 류스를 따라 뒤쫓아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한차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샤린 아버지의 목에 걸려있던 검은 이름표가 노랗게 마른 낙엽과 함께 굴러다니고 있다......
어느 병원 응급실에 위중한 환자가 북적북적 대고 질서가 없고 복잡했다. 당직을 맡은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 의사가 맑고 깨끗한 얼굴에 태도가 냉담하며, 각종의 환자를 대충 처리하고 있었다.
온 얼굴이 땀투성이가 된 류스와 샤린이 그녀의 아버지를 부축해서 앉혔다.
의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이름?”
샤린이 대답을 망설이다 “샤원한 입니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놀라서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뜨고 병이 깊어 위태로운 앞의 노인을 보면서 물었다. “뭐라고? 당신이 샤원한?”
류스와 샤린은 불안해서 서로 힐끗 쳐다보았다.
샤린 아버지는 갑자기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힘없이 말했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누가 날 사칭하겠어......”
의사는 탁자를 치며 그의 말을 자르며 훈계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칭하는 것은 좋지 않소. 감히 반혁명인체 하다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요!”
샤원한은 멍청해져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역시 류스의 반응이 빨랐고, 얼른 샤린에게 곁눈짓을 하고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의사에게 해명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의사선생님! 그의 진짜 이름은 리우스인데, 머리가 좀 이상해서 유명한 사람을 사칭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실은 평범한 소학교 교사에다 혁명군중이기도 하죠! 선생님께서 이 분의 생명을 구해주십시오 네?......”
의사는 노인을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아주 귀찮은 듯이 중얼거리면서 처방을 시작하였다. “......리우스......교사라......”
류스와 샤린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노인도 눈을 감았다.
의사는 처방전을 떼어 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샤오장! 이 환자를 4호 진찰실 19번 침대로 보내고 바로 응급조치를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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