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미ㆍ소공동위원회(미ㆍ소공위)를 결렬로 이끈 핵심적 쟁점은 신탁통치 반대 운동에 참가한 정당과 사회단체 및 개인을 한반도 통일임시정부 구성문제와 관련하여 미ㆍ소공동위원회의 협의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였다.
소련은 그런 정당ㆍ단체 개인을 협의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ㆍ소공위의 결렬이 미국 때문이라는 주장은 한반도 통일임시정부 수립과 관련한 미ㆍ소공위의 협의대상에서 반탁운동 참가세력 즉 남한의 우익진영 전체와 일부 중도파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동일하다.
미ㆍ소공위의 협의대상에서 반탁운동 참가세력을 배제한다는 것은 남북한 정치세력 전체의 절반을 협의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의미다. 또 그것은 통일 임시정부 구성에 관한 협의를 미ㆍ소공위와 남북한의 좌익진영 세력간에만 전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협의 결과 구성될 한반도 통일임시정부는 누가 생각해봐도 좌익 지배 정부일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볼 때 미․소공위의 결렬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은 곧 좌익 지배의 통일임시정부가 구성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다.
한국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한 미국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문제를 미ㆍ소공동위원회에서 계속 다루도록 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 주장의 타당성은 미․소공위에서 한국문제를 계속 협의했을 경우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의 입장은 너무도 거리가 먼 것이어서 절충이 불가능했다.
유엔총회가 남한총선 실시를 결의한 1948년 2월 현재 북한지역에서는 북조선인민위원회라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정권'이 조직되어 강력한 통치를 실시하고 있었고,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된 간부들이 지휘하는 공산당에 충성하는 대규모 병력의 강력한 군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남한에서는 한국인 스스로 조직한 정부기관이 존재하지 않은 채 미군정이 극히 비효율적인 통치를 하고 있어 정치,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남한의 군대는 규모가 작고 장비도 빈약한데다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침투해 있어 우익정당에 대한 충성심도 약했다.
이처럼 극도로 불균형한 남북한의 상황 속에서 남한 주둔 미군과 북한 주둔 소련군을 철수해 놓고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한 정치세력들 간의 협상에 맡길 경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남한 우익진영의 입장과 남북한 좌익진영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협상은 곧 결렬되고 말 것이며, 그 후엔 내란상태에서 각 정치세력의 동원 가능한 군사력과 군중동원 역량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했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전역은 틀림없이 공산화되고 말았을 것이다.
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출처 : '대한민국 건국사'(이승만 박사 기념사업 출판사업부) 중에서.
입력날짜 : 2006-05-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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