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되면 우리 어머니께서는 수정과를 만들어주십니다. 더위에 지쳐서 입맛이 떨어졌을 때 마시는 시원한 수정과는 식사를 마친 뒤 후식으로도 손색이 없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로도 좋습니다.
수정과를 마실 때마다 느끼는 단맛과 약간의 매콤한 맛은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속에 들어가면 어딘가 모르게 차분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수정과를 음식점에서 후식으로 많이 제공해 주지만 옛날에는 집에서 자주 만들어먹던 흔한 음식이었습니다.
수정과를 만드는 주재료는 생강과 계피입니다. 물에 생강과 계피를 넣어 매운맛이 우러나도록 끓인 후에 체로 거른 후 설탕이나 꿀을 타서 더 끓인 후 식히면 수정과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곶감이나 호두, 잣 등을 입맛에 따라 넣어서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수정과를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보관하다가 땀 흘린 뒤나 식사 후 입가심으로 한잔 마시면 아주 그만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수정과는 항상 시원하게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차 종류는 대부분 따뜻하게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왜 수정과는 항상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을까요?
그리고 수정과가 생각나는 계절은 대부분 여름입니다. 물론 다른 계절에도 수정과를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유독 여름에 수정과를 많이 먹게 되고 대부분 시원하게 해서 먹게 됩니다. 왜 수정과는 주로 여름에 먹게 될까요 ?
수정과의 주 재료인 생강과 계피는 우리 몸속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몸속을 따뜻하게 하는 성분의 약이 따뜻한 온도로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성질이 있는 것들은 가급적 따뜻하지 않게 즉, 상온이나 미지근한 상태에서 복용하는 게 원칙입니다.
한약 중에서도 몸을 데우는 약성이 있는 약재가 많이 들어간 처방은 가급적 데우지 않고 상온이나 미지근한 상태에서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서 따뜻하게 복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데우지 않고 복용합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피부가 뜨거워지는 계절이므로 상대적으로 몸속은 차가워집니다. 그러므로 따뜻한 성질을 지닌 수정과를 마셔서 속이 차서 생기는 문제를 예방하려는 의미도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속이 많이 차가운 사람의 경우는 수정과를 따뜻하게 마셔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약도 몸속을 시원하게 만드는 약은 가급적 따뜻하게 복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복용법이 달라집니다.
우리 선조들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 하나에도 자연과 몸의 조화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먹었던 음식들은 대부분 그 시기에 병이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식들입니다.
인스턴트 식품과 서양 음식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음식이 어떤 의미를 지닌지도 모른 채 고유의 음식문화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전통 음식만을 먹으며 살 수는 없지만 철마다 먹었던 고유한 음식들을 시기에 맞춰 한 번쯤 먹게 된다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전통문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 리뷰'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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