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文史哲/韓國歷史

56년간 닫혀있던 비무장지대(DMZ) 중부 지역 생태계(동영상)

마장골서생 2009. 10. 5. 01:21

56년간 닫혀있던 비무장지대(DMZ) 중부 지역 생태계

 

 

1953년 휴전협정 체결 후 56년간 닫혀있던 비무장지대(DMZ) 중부 지역 생태계의 실상이 공개됐다. 긴 세월 금단(禁斷)의 지역으로 묶인 DMZ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남북이 군사목적으로 놓은 산불이 빚어낸 ‘인공(人工) 생태계’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멸종위기에 몰린 구렁이가 DMZ 곳곳에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는가 하면, 국내에선 이미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토종 여우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환경부는 DMZ 생태계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지난달 15~19일까지 강원도 철원 일대 중부지역 DMZ 내부(군사분계선~남방한계선)의 생태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광활한 자연 경관과 습지 생태계가 잘 발달해 보전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4일 발표했다. 작년 11월 서부지역(경기도 파주· 연천 일대) 조사에 이어 두 번째 이뤄진 이번 DMZ 생태계 조사에선 총 450종의 야생 동·식물이 발견돼 평야지대가 대부분인 서부지역(348종)보다 생물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엔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종인 구렁이를 비롯해 포유동물인 삵과, 어류인 묵납자루, 조류인 참매·새매 등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 5종이 포함됐다.

이번 조사는 각 분야 생태전문가 20명이 DMZ 내부의 군(軍) 수색로를 따라 걸어 다니며 동·식물 서식실태와 경관 등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DMZ하면 빽빽한 산림이 들어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프리카 사바나(savanna·열대 초원)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더 많이 펼쳐져 있다”고 전했다. 남북 군사당국이 시계(視界)를 확보하기 위해 거의 해마다 불을 놓으면서, 울창한 수풀 대신 칡덩굴이나 덤불, 억새군락 등이 그 자리를 채워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DMZ 특유의 경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조사단장인 서울대 김귀곤 교수는 “산불로 인해 생물 종(種)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곳도 있어 (남북간) 산불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조사경로가 수색로에 한정돼 있었지만 국내 다른 곳에선 거의 자취를 감춘 구렁이의 허물이 여러 차례 발견되는 등 희귀 동물들의 서식 흔적이 잇따라 관찰됐다. 특히 국내에선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여우(1급 멸종위기종)가 DMZ에 살아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최태영 박사는 “새·쥐 같은 동물의 털과 식물 열매가 뒤섞인, 잡식성인 여우의 똥으로 추정되는 배설물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드물게 발견됐다”며 “DMZ 일대 13곳에 무인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추가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들도 이미 DMZ에 대거 침투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대로 잡아먹어 ‘생태계 무법자’로 불리는 황소개구리가 DMZ 습지 곳곳에서 발견된 것을 비롯해 돼지풀·단풍잎돼지풀·미국쑥부쟁이·양미역취 같은 외래종 식물도 발견됐다. 황소개구리의 경우 작년 11월 서부지역 DMZ 조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상대적으로 생태계가 잘 보전된 DMZ에서 이들 외래종들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입력 : 2009.10.04 16:43 / 수정 : 2009.10.04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