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북송의 화려한 도시, 카이펑
북송(北宋)은 화려했다. 풍요로웠다. 수도 동경(東京, 현재의 카이펑)은 언제나 많은 사람이 오갔다. 인구가 150만명이나 되는 국제적인 도시였다.
한림학사(翰林學士) 장택단(張擇端)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사람들과 자연을 거대한 화폭에 담았다. 세로 25.5㎝, 가로 525.7㎝의 비단에다 재현했다.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청명절(淸明節)을 맞아 변강 주변의 집 100여채와 상점 34개, 홍교 등 20여개의 다리를 중심으로 700여명의 사람과 80여 마리의 가축, 1900여 그루의 나무, 40여개의 마차와 배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지금은 베이징 고궁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중국의 국보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다.
<사진 1- qingmingon> 장택단의 청명상하도의 일부, 홍교가 있는 부분.
번화하고 시끌벅적한 '청명상하도' 속 송나라의 거리는 마치 우리의 용인 민속촌처럼 허난(河南)성 개봉에 '청명상하원'이란 테마 파크로 1998년 10월28일 고스란히 복원됐다.
상점에선 각종 민속 공예품을 팔고, 송나라 때부터 전해오는 양산박의 죄수 구하기 등 각가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볼거리를 만들었다. 편종 합주 등 전통 음악도 공연한다.
고풍은 간데 없고, 웅장한 규모와 상업성을 결합한 청명상하원은 물론 명판관 '포청천'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개봉부' 역시 복원한 것이다.
중원을 가로 지르는 황하의 남쪽에 위치한 개봉은 자연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옛 것은 황토 속에 묻히고, 다시 그 자리에 새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범람한 황토물이 빠진 자리에 짓고 또 짓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도 왕조가 바뀔 때마다 도읍이 된 것은 황하 유역에서 풍부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봉(開封)은 전국시대 위(魏)나라부터 오대시대의 후양(後梁), 후진(後晋), 후한(後漢), 후주(後周)를 거쳐 북송과 금(金)나라까지 '7조고도(七朝故都)'이자 정주(鄭州), 서안(西安), 낙양(洛陽), 북경(北京), 남경(南京), 항주(杭州), 안양(安陽)과 함께 '8대고도(八大古都)'로 불리는 27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읍지다. 약칭으론 '변(汴)'이라 불리기도 했다.
청명상하원에선 3월부터 11월까지 밤마다 초대형 수상극 '대송*동경몽화(大宋*東京夢華)'를 공연한다. 무려 1억3500억 위안의 거금을 투자한 70분짜리 실경(實景) 역사극이다. 출연진은 무려 700여명에 달한다.
서막과 피날레에다 총 4막으로 구성한 스토리는 8편의 송사(宋詞)에서 가져왔다.
남당의 패망과 송 왕조의 탄생을 의미하는 서막은 당송 8대가의 한 명인 학자 증공(曾鞏)의 시 '우미인초(虞美人草)'를 텍스트로 삼았다.
잔뜩 오무렸던 연꽃이 꽃잎을 활짝 열자, 그 안에선 아리따운 무희들이 춤을 춘다. 연꽃은 동풍을 타고 연못을 가로질러 쌍둥이 빌딩처럼 서 있는 선화전(宣和殿)과 선덕전(宣德殿)을 향해 흘러간다. 항우와 우희의 슬픈 사연처럼 왕조의 흥망을 예고하는 듯 하다.
1막부터 4막은 송사로 엮여있다.
1막 취동풍(醉東風)에서 변강 주변에서 번화한 시장과 민속 풍정을 보여주고, 2막 소식(蘇軾)의 접연화(蝶戀花)를 바탕으로 연인의 2인무 등 화려한 춤과 함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 위에 떠 있는 가교에서 펼치는 수많은 여성 무용수들의 집단무도 불거리다.
북송이 전성기를 맞는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외교 사절들이 동경으로 모여 든다. 3막은 제천락(齊天樂)이란 타이틀을 걸고, 주방언(周邦彦)의 시 '소년유(少年游)'에서 대담하게 묘사한 송 휘종(徽宗)과 기녀 이사사(李師師)의 아픈 사랑도 그려낸다.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영웅이 나타난다. 4막 만강홍(滿江紅)은 영웅들의 이야기다. 위대한 장수 악비(岳飛)와 여걸 목계영(穆桂英)이 등장, 강한 정신과 무술혼을 보여준다.
호수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전화가 휩쓸고 간 자리로 작은 배가 나타나고, 작은 등을 들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피날레는 미래의 희망인 어린 소년소녀의 몫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이들에게 남겨진 과거는 늘 미래를 위한 거울이다. 꿈은 어린 마음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중국의 유명한 연출가 메이수아이위앤(梅帥元)은 총괄 기획을 맡아 전통과 현대를 접목했다. 커다란 호수 공원 전체를 무대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유혹하고 있다. 현란한 조명과 화려한 의상으로 보는 이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다.
개봉은 천년의 세월을 호수 위에 다시 세워 놓았다.
'中文史哲 > 中國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한족과 묘족의 싸움터 '남방장성' (0) | 2009.09.11 |
---|---|
중국에서 캠퍼스가 아름다운 10개의 대학 (0) | 2009.08.23 |
(9) 도연명의 혼이 깃든 후난 도화원 (0) | 2009.08.13 |
(8) 10곳의 마지막 이상향 (하) (0) | 2009.08.13 |
(7) 10곳의 마지막 이상향(상) (0) | 2009.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