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中國風景

(9) 도연명의 혼이 깃든 후난 도화원

마장골서생 2009. 8. 13. 20:06

(9) 도연명의 혼이 깃든 후난 도화원

 


 '선경(仙境)'은 시인의 마음 속에 있었다. 이상향(理想鄕)이다.


1500여년전,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한 편의 시에 '도화원(桃花源)'을 그려냈다. 계류가 있고, 산중에 동굴이 있었다. 그 동굴로 들어가니 별천지가 나타났다.


비옥한 농토, 잘 정돈된 집, 소박하면서도 풍요로운 인심. 남녀노소 모두가 행복했다.


마을 사람들은 진(秦)나라에서 전란을 피해 왔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한나라를 거쳐 진(晉)나라까지 왔건만 세상 일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관심 밖이다.


우연히 이 마을에 들어왔던 어부는 어느 날 고향 집이 그리웠다. 마을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도화원을 떠났다. 그러나 다시는 도화원 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시를 읽는 이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도화원'을 꿈꾼다. 과연 어디일까.


혹자는 도연명의 고향인 루산(廬山)의 어느 산중이라 하고, 혹자는 안후이(安徽)성의 옛 후이저우(徽州)에 있는 이현(?縣)이라고도 한다. 중국 전체적으로 무려 30여 곳이 '도화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니란다. 후난성의 도선령(桃仙嶺)에 있는 무릉촌(武陵村)이 진짜라고 말한다. 이 곳의 지리 환경이 시 속에 묘사된 도화원과 딱 맞아 떨어지며, 이 곳 사람들의 시조가 도연명의 자손들이란 것이다.


여기에다 1995년 3월24일 장쩌민 주석이 이 곳을 방문해 친필 제자(題字)를 남겨 '진실성'을 보증 받았다.

 


후난(湖南)의 성도 창사(長沙)에서 창더(常德)시까지 약 2시간. 시내에서 40여분 동안 시골길을 달리면 작은 언덕이 나온다. 도선령이다. 그 너머에 분지가 있고, 도화원이 있다.


장 서는 날이면 인근 주민들이 도화원 가는 길을 메운다. 커다란 대광주리를 매고, 장터로 나가 생필품을 마련한다.


우리네 시골 길과 똑같다.


도선령을 넘는다. 이내 실망감에 젖는다. 완만한 능선만 보일 뿐 이렇다 할 역사 유적이나 눈에 띄는 자연 경관을 찾아볼 수 없는 탓이다.


그래도 위대한 시인의 이상향이거늘.


맞다. 이 곳은 전란을 피해 온 필부(匹夫)들이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다. 경치가 좋다고 별장을 짖는 곳도 아니요, 절대 권력을 가진 자가 권위로 통치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일상의 삶이 있는 곳일 뿐이다.

 


도화원은 도교의 성지다. 도연명, 맹호연(孟浩然), 왕창령(王昌齡), 왕유(王維), 이백(李白), 두목(杜牧), 유우석(劉禹錫), 한유(韓愈), 소식(蘇軾) 등 숱한 '묵보(墨寶)'들이 머물며 글을 남긴 곳이다.


진나라 때 형성되기 시작한 도화원은 당나라 때 흥(興)하고, 송나라 때 성(盛)하며, 원나라 때 훼손된 뒤 명청 때 다시 복원된다.


커다란 패루(牌樓)를 지나면 마치 조벽(照璧)처럼 서있는 바위 덩어리가 아주 완만한 오르막이 깊게 드리워진 나즈막한 산을 가리고 있다. 좌우로 복숭아 나무가 가득하다.


바위 뒤로 '선경'이라 쓴 비석과 '도화원기'를 써넣은 커다란 돌판이 보인다. 작은 연못이 있고, 길은 사당인 '연명사(淵明祠)'로 이어진다.

 


도화원에는 '삼보(三寶)'가 있다. '방죽(方竹)', '구절창포(九節菖蒲)'와 '영구(靈龜)'다.


도화원은 '복숭아 세계'이면서 '대나무의 세상'이다. 특히 다른 품종과 다르게 진귀한 방죽이 있다. 명나라 때 건축물인 '방죽정' 주변은 온통 푸른 방죽이 널려 있다. '사방죽'이라고도 불리는 대나무는 둔탁한 원형으로 4개의 각진 모서리를 지녔다.


도화계곡 주변에는 특이한 창포가 많다. 보통의 창포는 다섯 마디 또는 일곱 마디인데 도화원의 창포는 아홉 마디이며 색깔이 은은하다.


영구는 33개의 금편을 지닌 채 천지의 영기를 품고서 도화담에 있다고 한다. 석상으로 만들어 놓은 '영구' 앞에는 오늘도 복을 기원하는 동전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돌에 새겨놓은 도연명의 초상화가 있다. 사당 앞 마당의 왼쪽 문을 통해 나가면 도화원과 관련된 비석들로 만든 '비랑(碑廊)'이 있다.


그 앞에 산길을 인도하는 '지게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도화원은 잘 정돈돼 있다. 1992년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01년 중국 AAAA급 관광지, 2004년 국가 중요 풍경명승구, 2006년 전국 중점 문물 보호 단위로 공포되면서 요모조모 다듬어 놓았다.


◇도원동8경(桃源洞八景, 속칭 내8경)


1. 람선주(纜船州) ; 원강(沅江)의 도화원 입구


2. 진인동(秦人洞) ; 도화산


3. 우선교(遇仙橋) ; 도화산


4. 연단대(練丹臺) ; 도천궁, 이미 훼손됨


5. 약정지(?鼎池) ; 도천궁, 이미 훼손됨


6. 마정송(摩頂松) ; 도화산


7. 공심삼(空心杉) ; 도원산


8. 도화계(桃花溪) ; 도화산


◇도원8경(桃源八景, 속칭 외8경)


1. 도천선은(桃川仙隱) ; 도화산, 도원산, 도선령을 포함한 지금의 도화원


2. 동방만도(潼舫晩渡) ; 신선이 건너던 강 10리


3. 장강야월(?江夜月) ; 원강에 그믐에서 초하루까지 비추는 달


4. 심양고사(?陽古寺) ; 원강 동쪽에 있던 심양평에 있는 절에 오래 된 우물이 있고, 용천검 이야기가 전해진다.


5. 초산춘만(楚山春晩) ; 동남쪽으로 4리 떨어진 곳에 산세가 날카로운 산의 봄 풍경


6. 녹몽청화(綠夢晴畵) ; 남쪽으로 3리 떨어진 원강 변. 깎아지른 절벽이 그림같고,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선명하다.


7. 매계연우(梅溪烟雨) ; 남쪽으로 4리 떨어진 곳. 계곡에 골안개가 피어나는 풍광


8. 왈마설도(曰馬雪濤) ; 남쪽 8리, 산협을 따라 급류로 변한 원강. 35개의 동굴 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