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中國時事

중국의 '신(新)인해전술'

마장골서생 2009. 7. 15. 16:07

중국의 '()인해전술'

 

중국 헌법은 '각 민족은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또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을 '중화(中華)민족'이라 부르며 '민족평등'을 강조한다. 마치 미국 내 여러 인종을 '미국민족'이라 부르는 것처럼 어색한 이 용어는 90년대 말 등장했다.

중국은 소수민족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고 말한다. 가령 자치정부의 대표를 소수민족으로 앉히거나, 공무원 채용과 대학입학시험에서 점수가산제와 쿼터제를 실시한다. 한족 부부는 1명의 자녀밖에 낳을 수 없지만, 소수민족은 2명 이상 낳을 수 있다. 소수민족의 언어와 종교도 존중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외형상으로 소수민족들이 사는 데 불편이 없어 보인다
.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중앙 정부가 '특별히 신경을 쓰는' 5개 민족이 있다. 티베트·위구르·(
몽골·조선(朝鮮)족이다. 이 중 티베트·위구르족은 '독립의지가 강해서', 회족은 '외부 이슬람과의 연계 가능성으로', 몽골·조선족은 '국경 밖에 모국(母國)이 있기 때문'이다. 이 중 회족을 제외한 4개 소수민족 지역에서 지난 수십년간 공통적으로 일어난 현상이 있다. 그것은 한족인구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한때 200만명을 넘었던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150만명대로 감소했다. 한국 노무(
勞務) 진출( 40만명 이상)과 중국 내 대도시 이주( 20만명 이상) 등으로 동북 3(길림·흑룡강·요령성)의 조선족 인구는 더욱 줄어들었다. 조선족들이 떠난 자리는 한족이 채웠다. 길림신문에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비율은 1949 63%에서 2000 38%대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조선족의 토지마저 한족 손에 넘어갔다.

위구르와 티베트 자치구는 인구구조 변화의 원인이 조선족(모국으로의 이주)과는 다르다. 지난 5일 유혈 폭동이 발생한 신강위구르자치구는 1950년대만 해도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한족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현재 한족은 40%에 달한다
.

티베트 자치구는 인구의 절대다수가 티베트인이지만, 그 비율은 1990 95.5%에서 2006 92%대로 떨어졌다. 내몽고의 경우, 공산화 전인 1947년 몽골인(109)과 한족(630)의 인구격차가 521만명이었지만, 2000 1479만명(몽골인 403, 한족 1882)으로 벌어졌다
.

소수민족에게 '출산의 특혜'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한족 비율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외지 한족의 이주(
移住)'이다. 특히 '서부대개발' 전략으로 2006 7월 완공된 티베트철도(중국명 靑藏鐵路)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가령 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는 90년대만 해도 한족이 소수였으나, 2009년 현재 70%에 달한다.

더구나 중국은 동북 3성에서 한국사의 뿌리인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왜곡하는 '동북공정'을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구르·티베트 지역에서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지우는 '서북(
西北서남(西南)공정'을 벌이고 있다.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위상을 깎아내리거나, 신강(新疆)에서 당()대 변방 개척사를 크게 부각시키는 것 등이 그 일환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지역은 국토의 64%에 달한다. 중국은 이 지역에, 처음에는 사람이 들어가고, 다음에는 돈과 기술로 그 지역의 경제를 장악하고, 마지막으로 그 땅의 역사와 문화마저 지워버려, '한족의 땅'으로 만드는 전략을 소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 현대판 '인해전술'과 헌법상의 '민족평등' 간의 괴리를 중국 소수민족들은 불안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조선일보전문기자 칼럼] 입력 : 2009.07.14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