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文史哲/中國歷史

중국의 소수민족--② 회족(回族·후이족)

마장골서생 2009. 9. 21. 07:30
 

중국의 소수민족 ② 회족(回族·후이족)


회족(回族·후이족)은 중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한 민족으로 꼽힌다. 전체 인구는 981만명에 불과하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국무원 부총리인 후이량위(回良玉·65)를 배출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등이 포함된 중국 최고의 권력 기구다. 지린성 농업학교를 졸업한 후이량위 부총리는 중국 최대 산업인 농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쓰촨성 대지진 때는 원자바오 총리와 함께 구조활동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고, 최근에는 중남미 일대를 순방하며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차기 지도자로 점쳐지는 시진핑 부주석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회족의 지위
부총리 배출,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
원나라 땐 한족보다 높은 대접 받아

회족들은 역사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몽골족이 지배하던 원나라 때는 ‘색목인(色目人)’으로 불리며 한족보다 오히려 더 높은 대접을 받았다. 명나라 때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동남아, 인도,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항해했던 ‘정화(鄭和)’ 역시 회족 출신이다. 환관 출신인 정화의 본래 이름은 ‘마화(馬和)’였다. 회족들은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의 성을 따라 ‘마’씨성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정화가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아랍까지 항해한 이유가 “이슬람 성지 메카를 찾아 떠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정화는 인도양을 건너 홍해로 들어간 뒤 아라비아 반도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회족들은 한 술 더 떠 “명나라 황제였던 주원장(朱元璋)도 회족 출신”이라고 주장한다. 길쭉한 주걱턱과 툭 튀어나온 광대뼈를 가진 주원장의 용모가 밋밋한 한족의 얼굴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주원장의 표준영정을 제외한 나머지 영정들은 모두 이같은 이국적인 생김새를 보여주고 있다. 회족들은 “주원장의 아내인 ‘마황후’의 성이 ‘마’씨이고, 한족 여자들이 하는 전족(발을 못 자라게 헝겊으로 묶는 것)도 하지 않았다”며 “마황후와 결혼한 것을 보면 명나라 황제 주원장도 분명 회족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면 회족은 중국 황제까지 배출한 소수민족인 것이다.

회족자치구
5개 소수민족 자치구 중 가장 작은 규모
자치구서도 한족 비율 더 높아 유명무실

회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중국 서북내륙지방인 닝샤(寧夏) 회족자치구다. 중국 내 5개 소수민족 자치구 가운데 가장 작은 자치구로 전체 면적은 6만6000㎢에 불과하다. 북쪽으로 몽골족이 주로 거주하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와 접경을 이룬다. 자치구 동서로는 만리장성이 가로지르고, 남북으로는 누런 흙탕물의 황허(黃河)가 흐른다. 유대인 상인들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이재에 밝다는 중국·이슬람 상인들이 물자를 교역하고 정보를 나누던 실크로드상에 있기도 하다. 때문에 농경과 상업이 발달해 ‘천하황허부닝샤(天下黃河富寧夏·하늘 아래 황허의 부는 닝샤에 있다)’라는 말도 나왔다.


자치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중국 전체 회족 인구 981만명 가운데 자치구에 살고 있는 회족들은 211만명에 불과하다. 자치구 전체 인구 610만명(2008년 기준)의 35%에 불과하다. 자치구 내 한족의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자치구 지위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형편이다.

회족들은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답게 주로 상업에 종사하며 중국 대륙 각지로 흩어져 있다. 윈난성과 푸젠성과 같은 중국 남부지방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의 동남아 일대로도 진출해 있다. 

종교
아라비아계 이슬람, 흰색 모자 즐겨 써
자치구 내 모스크 3300개, 성직자 6000명


아라비아계 이슬람인 회족은 투르크계 이슬람인 위구르족보다 중국에 편입된 역사가 훨씬 오래됐다. 당나라 때 3000명가량의 실크로드 상인들이 중국에 눌러앉은 것이 첫 번째 대량이주다. 이후 몽골족이 건국한 원나라 때 색목인 우대정책에 따라 대규모로 유입됐다. 때문에 회족들은 청 말기에 편입된 투르크계 위구르족보다 한족들에게 훨씬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투르크계 이슬람교인 위구르족들이 사각모자 ‘돕바’를 즐겨 쓴다면, 아라비아계 이슬람 회족들은 하얀색 모자를 즐겨 쓴다. 이슬람교인 두 민족 모두 하늘에 맨 머리를 드러내는 것을 불경하게 여겨 모자를 쓰고 있다. 하지만 두 민족 간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만약 두 민족 간 협력이 이루어졌다면 중국 서부에 거대한 이슬람제국이 등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이슬람교를 일컫는 ‘회교(回敎)’라는 말도 회족(回族)들이 믿는 종교라는 의미다. 한자 ‘회(回)’는 이슬람 성지 메카에 있는 사각형의 신성한 검은 돌과 그 돌 주위를 빙빙 도는 신도들을 상징한다. 닝샤 자치구 내에만 3300여개의 칭전스(淸眞寺·모스크)가 있고, 4000여명의 아홍(      ·이맘)과 6000여명의 만라(滿拉·물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칭전스는 중국에서 이슬람사원인 모스크를 일컫는 말로 짙은 코발트빛 도료로 지붕을 장식하는 모스크를 한자식으로 풀이한 것이다. 깨끗하고 진실한 종교사원이라는 중의적 뜻도 가지고 있다. 아홍은 이슬람종교 지도자 이맘(Imam)을 일컫는 말이고, 만라는 이슬람 성직자 물라(mullah)를 부르는 말이다.

자치구 권력구조
행정수반인 주석은 회족 출신
실권자는 한족인 공산당 서기

소수민족 자치구인 만큼 이 지역 행정권 역시 회족에게 있다. 지난 1958년 회족자치구로 지정된 이후 자치구정부의 주석은 줄곧 회족들이 맡아 왔다. 지난 2008년부터 닝샤 회족자치구를 이끌고 있는 왕정웨이(王正偉·52) 자치구 주석 역시 회족 출신이다. 1957년 닝샤 회족자치구에서 태어난 왕정웨이 주석은 닝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뒤 줄곧 자치구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고위 공무원으로는 특이하게 소수민족에 대한 연구와 작품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지난 2000년에는 중앙민족대학에서 ‘이슬람경제제도’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회족민속학개론 △회족전승문화실록 등 회족과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 겸업작가로서 중국소수민족작가협회 회원 자격도 갖고 있다. 그가 쓴 ‘회족민속학개론’이란 책은 지난 2000년 중국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회족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란 평도 듣는다.

하지만 사실상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자치구 공산당 서기는 한족 천젠궈(陳建國·64)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이기도 한 그는 산둥성 출신으로 1966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이후 줄곧 산둥성에서 공직생활을 해왔다. 산둥성 옌타이시 서기, 산둥성 부성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1998년에는 산둥성 공산당 부서기까지 역임했다. 2002년부터 닝샤 회족자치구 최고 권력자인 당 서기로 회족 자치구의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가 현지 소수민족의 정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회족과 한족
오랫동안 혼혈화 진행, 한족과 외모 흡사
대륙 곳곳에 산재, 민족 간 응집력도 약해

위구르족만큼은 아니지만 회족과 한족 간의 충돌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올 2월에는 중국 허베이(河北)성에 있는 한 회족 자치현에서 회족 어린이들과 한족 어린이들이 정월대보름 폭죽 놀이를 하다 패싸움이 붙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한 아이들 간의 충돌이었지만 어른들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1000여명이 한데 엉겨 붙는 집단 난투극으로 번졌다. 이 사태는 2000명가량의 무장경찰이 투입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될 수 있었다. 또 지난 2004년에는 허난성 중머우현에서 회족 택시기사가 6살 한족 여자아이를 교통사고로 치어 죽인 사건이 발단이 돼 회족과 한족 간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족의 경우 한화(漢化)가 많이 진행돼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만큼은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위구르나 티베트는 러시아나 인도 같은 잠재적인 적국이나, 파키스탄·중앙아시아처럼 정정이 불안한 국가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무기반입이 쉽다. 반면 회족 자치구는 내륙에 고립돼있다. 또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의 경우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해 응집력이 강한 데 반해, 회족은 중국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진다.


외견상으로도 회족과 한족은 구별하기가 힘들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혼혈이 계속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족의 동화정책이 그만큼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시짱 티베트자치구에서 일어난 소요사태 당시 티베트인들이 한족과 회족을 공동의 적으로 몰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회족 가운데는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슬람 규율로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회족들은 술도 곧잘 마신다. 다만 회족 역시 여타 이슬람교도들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꺼리는 대신 양고기를 즐겨 먹는다. 양고기를 즐기는 것은 유목민의 대표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반면 농경생활을 하는 정착민족인 한족들은 돼지고기를 가장 즐겨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