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默雜事/閭巷漫談

차남은 반항아, 장남은 야무진 순둥이

마장골서생 2009. 7. 2. 14:33

과학으로 해부해 보는 여자, 남자, 그리고 남자여자

유대설화에는 소위 말 안 듣는 차남(wayward second son)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성서는 ‘방탕한 아들(蕩子, prodigal son)’이라고도 부른다. 돌아온 탕자이야기는 기독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차남은 집안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부모 말을 잘 듣지 않고 심지어 반역까지 꾀한다. 늘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정을 박차 뛰쳐나가길 좋아한다. 반면에 장남은 순종적이며 집안을 지키고 일도 열심히 한다”

그래서 차남을 ‘잃어버린 아들(Lost Son)이라고도 하며 각종 소설과 영화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노래, 심지어는 과학수사드라마 CSI에도 등장할 정도다. 대부분 반항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서의 잃어버린 양이 바로 차남을 일컫는 말이다.

하긴 종교나 설화를 떠나 사랑과 증오라는 애증(愛憎)의 갈등으로 점철돼 있는 것이 인간의 역사라면 차남에 대한 이러한 일종의 편견은 아마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장남을 선호하는 풍토는 어느 구석에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우선 재산을 장남에게 전부 물려주는 장자상속제 전통이 그렇고, 왕이 죽었을 때 장남이 왕위를 잇는 장자계승제 역시 장남에 대한 부모의 굳건한 믿음과 사랑에서 나왔던 것이 분명하다.

나폴레옹

“혁명가와 개혁가들 차남이 많아”

어쨌든 차남이 장남보다 반항적이며, 경쟁심이 강하다. 그래서 역사 속에는 혁명가들도 많이 등장한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인 개혁가들이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차남이다.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 쿠바 혁명의 피델 카스트로도 차남이다. 또 국내로 눈을 돌리자면 박정희 대통령이 그렇고, 그리고 최근에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다 차남들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출생 순간부터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첫째는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가 될 자질이 많다.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에 민감하다. 또 온순하고 예의 바른 반면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둘째는 가족의 관심이 형에게 쏠릴 때 심리적인 소외감을 느낀다. 어려서부터 늘 형과 경쟁하는 둘째는 야망과 성취욕,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성장한다. 또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경쟁을 즐기고 문제의 양면을 보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최근 연구가들은 차남이 전통적으로 반항적이며 개혁적이라는 지적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과학자의 연구논문을 인용, “장남은 순응적인데 차남은 반항심이 강하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온 부모들의 생각이 옳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펜실베니아, 하와이, 그리고 퍼듀(Purdue) 대학 연구자들은 공동으로 7~19세 사이에 있는 남녀 3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의 성향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들은 또한 대상자들의 침을 샘플로 채취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수치도 측정했다. 이 호르몬은 수컷의 생식기를 발육시키고 그 기능을 유지시키며 성징(性徵)을 발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녀 차녀는 별다른 차이점 없어”

연구 결과 차남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도 크게 증가하고, 모험심과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장남은 이러한 성향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결국 연구진은 “이 결과는 둘째는 반항적이며 첫째는 순종적이라는 전통적인 판단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들은 또한 여자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차남은 서로 어울리면서 경쟁심과 독립적인 성향을 강하게 보인 반면, 여자들은 장녀와 차녀 할 것 없이 여성적인 성향이 증가해 독립심이나 경쟁심보다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한편 장남이나 장녀보다는 동생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리차드 와이즈먼 심리학 교수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얻은 결론이다.

빌 게이츠

“생존경쟁의 일부, 진화의 산물”

와이즈먼 교수에 따르면, 장남과 장녀는 3분의 1이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이 쉽다고 말한 반면, 차남(또는 차녀)와 막내 가운데서는 절반 이상이 유머 구사에 자신감을 표했다. 외동 아이의 경우 유머 구사 능력은 11%에 불과했다.

차남이나 막내가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훈련이 된 덕분이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재미있고 재치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터득한 유머의 기술은 어른이 되어서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한 동생들은 형이나 언니와는 다른 방식으로 부모의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비관습적이며 모험적이며 반항적이 될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생존경쟁의 일부분이며 진화의 산물이다.
 
최근 재계에서 강한 승부욕으로 무장한 둘째 오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늘 형과 경쟁하는 둘째는 야망과 성취욕, 독립심이 강하고 진취적이며 혁신적이다. 또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경쟁을 즐기고 문제의 양면을 보는 능력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반항아로 태어나다>라는 저서의 주인공 미국 MIT대 프랭크 설러웨이 교수는 “이제 차남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변화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차남을 경영자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6천500여 명의 인물을 조사해 장남과 차남의 성격 차이를 분석한 결과 급변하는 현대 사회,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데 적합한 성격을 가진 쪽은 차남이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전 회장, IBM의 루 거스너 회장, 포브스 그룹의 스티브 포브스 회장 등도 모두 둘째다.

장남의 시대가 가고 이제 차남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고작 1.5%내외인 마당에 장남과 차남을 구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그 출산율은 점점 내려가기만 하는데…

 

 

조선닷컴 김형근 과학칼럼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