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默雜事/閭巷漫談

초식남과 육식남

마장골서생 2009. 7. 17. 13:38

초식남(草食男) 또는 초식계 남자(일본어: 草食系男子)는 일본의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深澤)가 명명한 용어로서, 기존의 '남성다움'(육식적)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도, 주로 자신의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나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동성애자와는 차별된 남성을 일컫는다.

 


초식남은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2006년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칼럼에서 처음 언급하고, 한 패션 잡지가 '초식남 유형 분석'을 내놓으면서 널리 퍼졌다. 말은 일본에서 왔지만 초식남은 한국에도 많다. 그들은 자기애가 강하고 온순하며 '여자인 친구'가 많다.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먼저 고백할 용기나 의지가 부족하지만 그걸 수치로 여기지 않고, 여자가 답답할 정도로 여자와 친분 관계를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오빠라고 불러주면 남자는 무조건 좋아한다"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서 여러 모로 여자들을 당황스럽고 섭섭하게끔 만든다.

'
초식남'의 한국 버전으로는 '토이남'이 있다.
2007년 칼럼니스트 김현진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분석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김씨는 "당시 (가수) 토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공일오비, 윤종신, 성시경까지 면면히 흐르는 놈들의 감성이 있는데…'라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번 정리했더니 호응이 매우 컸다"라고 말했다. 토이남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자기애다. "토이 노래를 들어보면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사랑을 하고 있는 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과 안타깝게 헤어진 나, 너와 헤어진 후 좀 야위었지만 거리에서 너를 마주칠까봐 거울 앞에 서서 나를 꾸미는 나, , ."

 

 

토이남: 여성성을 지닌 20대후반 30대 초반의 남성을 의미한다. 나르시시즘이 강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점이 특징. 마초들과 달리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감수성을 공유한다


여자 입장에선 장난감처럼 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교제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까다로운 편. 일단 마음에 들면 만원을 넘는 와플에도 지갑을 연다. 좋아하는 술은 와인이나 수입맥주, 애완동물은 고양이를 선호한다. 기다란 손가락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여자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다니기를 즐긴다.

* 토이남의 구체적인 특징


1.
애인과 싸울 때에도 잘못 그려진 그녀의 아이라인 따위에 자꾸 시선이 간다.
2.
혼자있는 날이라도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해서 먹는 것을 즐긴다
.
3.
소주나 생맥주보다는 호가든과 같은 수입 병맥주, 혹은 와인을 더 좋아한다
.
4.
나의 긴 손가락 마디를 사랑한다
.
5.
일본 만화식 유머를 좋아한다
.
6.
속없이 따라다니는 강아지보다 도도한 고양이가 차라리 낫다
.
7. '
카라'같은 소녀 그룹을 좋아하지만, 누구한테 먼저 이야기 하지 않는다
.
8.
스타벅스에서 디카프에 휘핑을 빼달라는 식으로 세세하게 주문하는 게 안 창피하다
.
9.
체크무늬 러그와 피크닉 바스킷,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전거 혹은 베스파 등 완벽한 소풍을 위한 도구를 갖추고 있다
.
10.
여간해서 살찌지 않지만, 살이 찔까봐 조마조마한다
.
11.
스스로 아직 소년이라 생각한다
.
12.
때론 몰래 짝사랑하는 상대를 만들고 두근거림을 즐기기도 한다
.
13.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고, 휴일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다
.
14.
예매 순위 1순위의 블록버스터보다 잔잔한 일본 영화가 더 좋다
.
15.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도 선을 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
16.
임창정의 노래보다는 루시드폴의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한다
.
17.
최홍만은 알지만, 그의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
18.
섹시한 여자보다는 취향이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
.
19. IT
제품을 살 때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우선시한다
.
20. '
상사에게 성공적으로 아부하는 101가지 방법'과 같은 실용서를 읽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15개 이상이시면 토이남에 해당한다)


초식남ㆍ토이남과 정반대의 남성상은 육식남 혹은 마초이다. 육식남은 거칠고 성격도 모가 나 있다. 그들의 꿈은 성공한 지위와 경제력을 갖는 것이다. 항상 그들의 삶은 경쟁적이고 투쟁적이다. 마초도 이 종족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이성을 두고 경쟁하고 투쟁한다. 이성은 소유와 쟁취의 대상이 된다. 친구와 같은 존재는 절대 거부하며 내 여자가 아니면 버린다. 소유물에게 따뜻한 대화와 소통은 부차적이며 그것이 내 것임을 증명하고 확인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하다. 육식남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여자에게 잘 '들이대서' 여자 마음을 우쭐하게 만들어주는 미덕을 갖췄다. 마초는 흔히 남성 우월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가부장적 권위의식 같은 (여자에게) 불리한 점만 쏙 빼고 책임감과 자기 희생정신 등 좋은 점만 갖춘 '착한 마초'라면 여자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한다. (적어도 예쁜 여자들에겐) 초식남과 토이남에 비해 마초가 훨씬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드라마ㆍ영화 캐릭터가 이런 다양한 남성성을 잘 보여준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 분)는 육식남 혹은 마초, 윤지후(김현중 분)는 초식남 혹은 토이남이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가상 아내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는 알렉스(사진)는 근육질임에도 불구하고 초식남ㆍ토이남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집안에서 손끝 하나 까딱 안 하고 "남자는 원래~"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형돈은 '그냥 마초'이고, 나쁜 남자 끼가 다분하지만 의외로 여자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환희는 '착한 마초'이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와 카잔차키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우식(이정진 분)과 현수(권상우 분)도 각각 마초와 초식남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초식남과 육식남. 어감도 그렇지만 옳고 그르거나를 떠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남자가 더 좋다 나쁘다라고 섣불리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단 남성성 혹은 남성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경제위기가 오면서 남성들에게 야수성(전투성)과 여성성(공감·소통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한편으로남성다움의 굴레에서 벗어난 초식남의 등장은 20~30대 미취업 현상과 근성 없는 세대의 무기력한 단면으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풍요와 빈곤을 오가는 불안한 환경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현대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수많은 역할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자신이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게 하는 현상을 낳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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