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文史哲/韓國時事

5년 안에 선진국 못 되면 우린 가망 없다--박세일

마장골서생 2009. 6. 29. 20:12

[주간조선] 선진국? 우리가? 괴롭지만 '' 보자

입력 : 2009.06.29 10:13 / 수정 : 2009.06.29 15:50

 

"5년 안에 선진국 못 되면 우린 가망 없다. 선동가만 판치는 후진 정치가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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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조선 2061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선진국? 우리가? 괴롭지만을 보자

선진국’. 1970~1980년대 한국인에게 이는꿈의 단어였다. 개선을 위한 의욕은 충만했지만살아 생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스스로 혹은 남의 입을 통해선진국이란 말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심지어는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우리도 모르는 새 어느덧 선진국이 된 것일까?

우린 1996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현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3~14위권까지 올랐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세계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2007)은 비교 대상 188개국 가운데 14위다. 부문별로는세계 1위 조선(造船) 대국’ ‘세계 1위 초고속 인터넷 보급국’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등 자랑스런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이고 곧 10번째 인공위성 자력 발사국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정말거의 선진국이 된 것일까? 그렇다고 답하기엔 부족하고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샅샅이 살펴보면 선진국은 고사하고 후진국에 가까운 부끄러운 지표들이 여전히 많다. 자랑 삼아 떠벌려온 몇몇 수치도 속을 보면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우리의부터 제대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박세일(61)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선진화라는 주제를 가장 깊이 있게 천착해온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 2006년 그가 설립한 중도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그동안 각종 연구발표 등을 통해 선진화 연구의 메카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대한민국 선진화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아들고 모처럼 장시간 인터뷰에 응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6 15일 서울 반포 개인 연구실에서 있었다.

 

 ▲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21세기 현 시점에서 선진국, 선진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우선 경제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 돼야 한다. 현재 전세계 220개국 중 약 20개 나라가 해당한다. 단순히 1인당 국민소득만 높은 게 아니라 중산층이 두터운 항아리형 경제가 돼야 경제적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정치적 선진화도 이뤄야 한다. 우리의 경우 산업화와 민주화의 다음 과제는 자유화라고 본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의 권리와 재산과 생명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자유화가 이뤄질 때 명실상부한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다. 세 번째 법치(法治)와 예치(禮治)가 공존하는 사회적 선진화도 중요하다. 법치가 바로 서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이 내적인 도덕률에 따라 공동체를 위할 때 예치가 이뤄진다. 네 번째 다문화공생사회를 이루고 새로운 문화적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문화적 선진화에 성공하고, 마지막으로 인류 보편적 발전에 기여하는 국제적 선진화까지 달성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선진국은 21세기형 한국식 성숙 국가, 정신적·경제적으로 부유한 부민덕국(富民德國)이라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압축성장을 통해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하며 중진국까지 달려왔지만 선진화는 더 이상 누구를 모방하는 것이 될 수 없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의식에 맞는 성숙한 국가, 이상적인 국가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해 나가야 한다.”

선진국의 개념도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겪어 왔나. 패권전략을 앞세운 제국주의 시대에도 선진국이라는 공통 인식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선진국 기준이 일률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경제는 앞서더라도 정치는 뒤떨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00년대 초엔 전세계에 민주주의 국가가 10개국 정도에 불과했다. 정치적 기준까지 고려한다면 당시 선진국은 10개국도 안됐던 셈이다.”

작년에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발표한 선진화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세계 주요 40개국 중 종합지수가 30위에 그쳤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요원한 상태인가. “우리가 발표한 선진화지수 20위 안에는 들어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은 중진국 중 선두주자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100년간 중진국까지 발전했다가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는 일본아일랜드 단 두 나라뿐이었다. 특히 아르헨티나 19세기 말 유럽의 학자들이 미국과 함께 20세기를 지배할 나라로 거론할 만큼 급성장했지만 중도 탈락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앞으로 10년 전후, 아무리 늦어도 15년 안에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왜 시간이 중요한가. “무엇보다 인구 문제 때문이다. 지금부터 7년 이내엔 한국의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11년 이내엔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구 감소 경제로 들어가면 그 자체로 잠재성장률이 2% 정도 빠진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역동적 중산층 중심 경제가 되려면 앞으로 상당한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우리가 이상적인 시간표대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걸림돌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 전략의 부재와 국가 리더십의 취약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21세기에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뛰려면 강력한 국가 리더십과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부분이 취약하다. 과거의 산업화·민주화 주체처럼 선진화를 담당할 역사적 주체가 등장해야 하는데 그것도 보이질 않는다.

두 번째로 중진국 선두주자까지 달려온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우리의 전통 가치와 윤리의 상실이 대단히 크게 다가온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통문화와 정신의 발전적 계승을 이루지 못했다. 전통적인 충(), (), (), () 등의 가치는 시대를 떠나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이것을 상실해 버렸다. 이로 인해 우리의 정신 자본이 고갈됐고 직업윤리, 노동철학, 애국심, 공공윤리 등도 부족해진 것이다.”

선진화를 위한 국가전략은 정치권의 대선 공약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인가. “물론 다르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독자적인 세계 전략이 없었다. 산업화·민주화 시대에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세계전략을 갖지 못하면 국가 이익을 실현하고 신장시킬 수 없다. 경제만 생각하던 산업화 시대에는 한국개발원(KDI) 정도가 국가전략을 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도 중국의 사회과학원 같은 종합 국가전략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파의 전략, 기업의 전략은 있지만 국가전략은 생각하는 사람도, 조직도 없이 실종된 상태다.”

정신자본의 문제는 교육이 해결해야 할 부분인가.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이 모두 중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회 각 부문의 지도자가 자기 역할을 방기하거나 아예 역할을 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이러면 우리 사회의 정신자본이 커질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을 교육하는 젊은 엄마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내가 우리 아이를 어떤 아이로 기를 것이냐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노력을 하며 윤리적·도덕적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중진국까지 달려올 때는 단순히 기술과 스킬(skill)만 가르치면 됐지만 그 다음 단계로 가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각종 혼란 역시 국가 리더십과 정신자본의 취약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선진화 외에 분단 극복 역시 우리의 중요한 국가 과제 중 하나다. 선진화와 분단 극복은 상충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이 둘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목표인가. “내가 우리 재단 이름에한반도를 붙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선진화 목표는 한반도를 아우르는 것이다. 내 생각에 한반도의 선진화는 앞으로 두 단계를 거칠 것이다. 첫 번째는 10~15년 안에 남한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북한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하는 단계다. 이는 동시에 일어나야 하며 서둘러야 할 과제다. 남한은 본격적인 고령화를 앞두고 있고, 북한은 현 체제가 유지되면 10~15년 안에 물질뿐 아니라 정신적 자원까지 고갈되는 국가적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각각 고령화와 사막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선진화와 산업화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2단계는 남한의 선진화 완성과 북한의 선진국 진입이다. 이를 위해서는 1단계 이후 또 15~20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앞으로 30년을 전후해 한반도의 선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통일은 선진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인가. “1단계인 북한의 산업화 진입이 상당 부분 통일과 연결된다. 선진화와 통일은 21세기 한국의 국가 과제일 수밖에 없다. 광복 후 우리가 내걸었던 민주주의, 경제발전, 민족통일이라는 국가 프로젝트 중 민족통일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진화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한 단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통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선진화 과정에서 통일이 이뤄져야 하고, 통일은 선진화를 위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라를 후퇴시키는 통일, 즉 후진화를 위한 통일은 있을 수 없다.”

각종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후진적인 분야로 정치가 꼽히는데 정치의 후진성은 지도자 개개인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두 가지가 다 문제다. 우선 우리 정치의 큰 문제는 지도자 교육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도자 정신과 윤리가 약한 대표적인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조선조 시대만 해도 우리에게는수기치인(修己治人·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은 후 남을 다스림)’이라는 가르침이 있었다. 백성 사랑’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강조하는 민본주의라는 사상적 기반도 있었다. 하지만 일제와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며 아무도 이런 것들을 챙기지 않은 결과, 누구나 지도자가 되는 세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지도자는 결코 아무나 돼서는 안된다. 아무나 지도자가 되니까 선동가가 등장하고 인기만 얻으면 지도자가 되는 천민(賤民)민주주의 경향이 많아지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올바른 지도자를 세우지 못하면 천민민주주의는 폭민(暴民)민주주의까지 갈 수도 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바로 서야 하지만 지도자의 윤리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개인적 리더십뿐 아니라 정치 제도도 문제다. 우리의 정치는 보스정치, 이익정치, 붕당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천 과정의 비합리성과 불투명성이 사천(私薦)으로 이어지며 사천 후보들이 연고경쟁만 벌인다. 그러다 보니 보스의 영향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탄생한 국회의원들이다 보니 정책 경쟁, 비전 경쟁 대신 구호 경쟁과 포퓰리즘만 난무한다. 양질의 국가경영형 인재가 정치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권력투쟁형 인간들만 정치인이 되는 구조다.”

그런 정치 제도와 틀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깨끗한 정치, 생산적 정치, 국가경영형 정치를 위한 방안을 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정치 입문 과정인 공천과 선거제도부터 개선 방안을 따져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생산적 정치, 국가경영형 정치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 하나하나 개선방안을 내놓을 생각이다. 그 선상에서 정당제도, 종국에는 권력구조도 논의해볼 생각이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처럼 선진국 진입이 좌절되면 그 주된 이유가 정치의 후진성 때문일 것으로 보나. “그렇다. 정치 지체현상이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선진화에 실패한 것도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민주화가 되면서 선동가가 등장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한 인기영합적, 인기조작 정치가 난무하면서 국가발전전략도 사라진 것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제도와 의식이 동시에 커야 하고 정치가 그 물꼬를 터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좌파들은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병폐와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선진화를 세계화로 동일시하는 측에서는 양극화가 선진화의 결과가 아니냐는 인식도 갖고 있다. “양극화는 국가경영이 제대로 안될 때, 다시 말해 선진화가 안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의 결과 분배가 악화되고 양극화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과 이론에 맞지 않는다. 실제 세계를 둘러보면 세계화를 이루면서도 성장과 분배에 성공한 나라들이 적지 않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높은 성장률과 성공적인 교육개혁, 사회안전망 구비 등 세 가지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도 높고 분배도 개선됐지만 노무현 시대에는 성장도 세계 수준 이하였고 분배도 악화됐다.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개혁을 통해 전반적인 교육수준을 높이고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구축하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해결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좌파에서는 정부가신자유주의의 덫에 걸렸다는 비판을 했다. “신자유주의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자유주의도 제대로 못하고, 공동체 연대라는 가치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때문에 나는 우리가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도 더 해야 하고 공동체도 더 소중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욕할 게 아니다. 우리가 공동체 자유주의를 제대로 못하는 게 문제다.”

공동체 자유주의가 지금 이 시점에서 선진화의 이념이 될 수 있나.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개인의 자유와 창의라는 점은 불변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이기적 자유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유주의가 지속 가능하려면 반드시 공동체를 소중히 해야 한다. 가족, 이웃, 역사, 환경 공동체를 소중히 하지 않는 자유주의는 패배적이다. 우리의 경우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이 한동안 풍미했는데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대한민국이라는 역사 공동체 관점에서 보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런 수정주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역사 공동체를 깨고 선진화를 막는 세력이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듯 공동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집단주의로 가며 망할 수밖에 없다. 비록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지금의 선진국들은 공동체 자유주의를 제대로 구현한 나라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쟁과 성장,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복지도 정책적으로 같이 나가야 하나. “같이 나가야 하지만 우선 순위가 있다. 자유를 기본으로 하고 그 이후에 평등적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 평등을 목표로 국가 운영을 하면 평등도 잃고 자유도 잃는다.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원하면 일단 자유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그 사회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하고, 그래도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복지가 따라줘야 한다. 일의 순서를 뒤집으면 당장 듣기에는 좋지만 어려운 사람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사회가 다이내믹함을 잃고 발전을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국가운영은 뒤죽박죽인 것 같다. “뒤죽박죽일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아직도 구태의연한 대립을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진정한 보수와 진보라면 내가 말한 공동체 자유주의 입장에서 수렴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진정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진보라면 경제살리기를 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몰아붙일 수 없고, 진정한 보수라면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어려운 사람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합리적인 좌파와 개혁적인 우파가 나오면 공동체 자유주의에 입각해 선진화를 향한 정책 수렴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대한민국 선진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좌파 중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친구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각종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는 100등 밖이다. 국민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도 선진화의 중요한 지표인가. “중요한 지표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척 다양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행복사회를 위한 선진화 정책을 생각할 때 우선 중요한 것은 풍요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라는 목표도 남아 있지만, 북한 때문이기도 하다. 불행한 북한 동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당분간 성장과 풍요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행복사회의 두 번째 요소는 안전이다. 21세기는 위험사회라는 논의와 주장이 많다. 경제 역동성이 커지면서 동시에 고용불안도 커지고 삶을 위협하는 요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21세기적 위험을 줄이며 안심사회를 이루는 게 행복사회로 가는 또 다른 요소이다.”

 

 

안심사회와 관련해 한반도의 전쟁 위기감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우리 대북 정책의 기본 텍스트는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희망하고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북한 동포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보·보수를 떠나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원했고 그를 위해 도와줄 용의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 북한은 변화와 개혁을 해낼 의사도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북한 동포들을 끌어안고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모두 적극적 통일정책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보수는 통일비용을 얘기하면서 회피하고 진보는 현상유지에 머무는 평화만 얘기하고 있다. 통일 기회가 빠르게 다가오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준비를 못하거나 소극적으로 나간 결과 북한의 앞날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좌우돼 분단이 반영구화되는 사태를 빚으면 천추의 한이 된다. 북한과 대화를 하느냐, 압박을 하느냐는 식의 진보 대 보수 논쟁은 다 끝났다. 우리와 상관 없이 북한이 자기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우리의 과제는 우리식 통일 밑그림과 청사진을 그려 주변 4강을 설득하는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지난 10년을 거치며 대북 안보정책에서 분열된 내부도 통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힘을 모아야 하지만 우리는 더디게 가고 있다. 굉장히 답답한 국면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행정복합중심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반발해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진 적이 있는데 지난 정권에서 강조한 지역균형발전도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 아닌가. “지금처럼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벌어지면 선진화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중앙이 돈과 권력을 다 움켜진 상태에서 지방은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런 문제를 놔둔 상태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몇 개를 선심 쓰듯 옮겨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주장을 허구로 봤다. 결국 해답은 돈과 권력을 분권화시키는 분권적 국가경영에 있다. 지방을 500~1000만명 규모의 분권 지역국가로 만들어 예산과 권력을 갖고 경쟁을 위한 전략을 짜도록 해야 한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모든 나라가 추구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되는 20개국 중 11개국이 인구 500~1500만 정도의 강소국들이다. 작은 나라는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나라도 작은 나라로 나눠 경영하는 추세다. 20개국 중 11개의 강소국을 제외한 9개국을 보면 8개국이 연방제국가다. 이도 저도 아닌 나머지 하나가 일본인데 일본도 4년 전 도주제를 도입해 나라 전체를 사실상 12개의 작은 나라로 나누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일본 총리실의 도주 추진위원장을 불러 회의를 했는데 그는 “10년 안에 개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미국도 금융위기 후의 발전전략으로 100개 도시를 중심으로 한 발전축을 만들자고 나섰다. 우리도 분권형 지역국가를 통해 4~6개의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서울 단일 성장축만 갖고 있으면 서울과 지방의 갭이 점점 커져 지방이 서울의 발전도 가로막게 된다.”

결국 선진화는민주주의 이후’ ‘분단 극복과 통일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우리의 국가 목표가 돼야 한다는 말인가. “학자들은 민주화 체제로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87년 체제의 등장을 얘기하는데 나는 2008년 체제가 등장했다고 얘기하고 싶다. 1987년 이후 두 번의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을 거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목표로 한 2008년 체제의 시작이며 1기 선진화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현재로선 산업화의 완성도 이루지 못했고 본격적인 선진화로 진입한 상태도 아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1기 선진화 정부로서 정치·경제적인 성숙과 선진화로 나아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룬 동아시아 발전모델과 신자유주의의 출발인워싱턴 컨센서스까지 넘어서는 우리 나름의 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할 입장에 서 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한국식 발전모델,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 박 세 일 |
서울고,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코넬대 석ㆍ박사`(노동경제·법경제·경제발전론)
서울대 법대 교수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사회복지 수석비서관
한국법경제학회 회장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한나라당 17대 의원`(비례대표),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