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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4대 대통령 오바마 취임

마장골서생 2009. 1. 21. 13:51

 

[조선일보사설] 오바마 미국의 새로운 출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의 취임식을 직접 보기 위해 워싱턴에는 200만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개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 국민의 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 영국 BBC 방송이 이날 공개한 17개국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67%로 작년보다 20%포인트나 높아졌다. 세계를 미국식 '선악(善惡)'의 잣대에 따라 나누고 '미국의 뜻'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던 전임 부시 정부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를 비판해 온 오바마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워싱턴 시내 펜실베이니아로(路) 1400번지 백악관 서관(西館)의 집무실 오벌오피스에 들어서는 순간 결정을 기다리는 크고 작은 난제(難題)들이 대통령 책상 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이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미국 쇠퇴론'을 들먹이고는 있으나 누구도 '미국 시대 이후(以後)'에 대한 대안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인 미국 경제 회복도 국제 공조의 틀에서 이뤄질 때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최근 클린턴 국무장관 등 오바마 정부 주요 인사들이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앞세워 한미FTA 재협상을 거론해 미국의 새 정부가 '보호주의'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1934년의 세계 대공황에서 보듯 각국의 경쟁적 보호주의는 경제위기를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은 지금보다 더 개방된 세계 무역체제를 만드는 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는 '오바마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미 오바마 정부 출범에 맞춰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각종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북핵과 한미동맹의 새로운 비전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1993년 3월, 갓 출범한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맞아 허둥댔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입력 : 2009.01.20 22:10 / 수정 : 2009.01.20 23:19